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기업에게 할 수 있는 명령은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4:18
 

기업에게 할 수 있는 명령은 / 한 호철


  주 5일 근무를 법제화하고, 기업에게 이의 준수를 요구하면 모든 기업들이 이에 맞추어 실행한다.  그러나 도입 목적 중의 중요한 요소인,  줄어든 근로시간만큼으로 다른 사람의 일자리 창출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왜냐면 지금까지 확보한 인력으로 초과 근무를 실시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시대로,  명령대로 행하는 것 같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행하지 않는 것 중의 한 예이다.  국내 재벌은 인정할 수 없으니 각각의 기업으로만 운영하라고 한다면, 각 기업간 상호 유관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결된 고리가 없이 각각의 기업으로 존재하더라도, 그 기업 내부에서 재벌을 향한 기업 지배구조가 형성되면 외향적으로는 재벌 경영이 아니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축소판 재벌 구조가 되고 말 것이다. 

  기업은 스스로도 영원히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보편 타당한 기준을 넘어서서 경영에 간섭을 주게 된다면 그것은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녹지 지대에는  공장을 세우지 못한다든지,  시내에서는 공장 건축이 부지 면적의 몇 배 이내여야 한다든지 하는 것은 보편 타당한 경우에 속한다. 또 모든 기업의 부채 비율이 100%이내여야 한다든지,  남녀 고용의 구성 중 여성비율은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등은 경영 간섭이 될 것이다.  기존의 잘 운영되고 있던 기업이 이러한 경영 간섭성 규제를 맞추기 위하여 무리한 노력을 하다가 도산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생각도 해본다.

  기업들을 묶어서 연결해주는 기업 정책은,  고유의 각 기업들이 가져야 할 경영전략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기업의 흥망과 성쇠는 각 기업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경영 자체가 어려운 기업에게 올해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내라고 했다고 해서,  그 기업이 그대로 따라 이행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의 결실을 내기 위하여 노력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이러한 생명체인 기업에게 항상 명령만 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이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심도 있게 파악하지 않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업은 관료로부터 명령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업무를 협조하는 과정에서조차 지시에 따르라고 한다든지,  보고하라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농공상 사고의 전형이다.  그러므로 기업에게는 규제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긴 하지만,  기업외 일반 개인도 고려하여야 하므로 공익을 우선하는 규제는 가해져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국외에서 비교 우위에 서 있을 때, 그 나라는 경제 강국이 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경쟁력은 기업에 직접 관련이 있기보다도,  모든 사람들의 복지와 편리성,  쾌적한 환경,  경제적인 효율적 행동 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기업은 기업 간에 생존경쟁을 하고 있으며, 상대 기업을 향해서는 뒤로 물러서라고 명령한다.  오로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상대 기업이 내 말을 들어 주든 말든 열심히 명령한다.  내가 선두 기업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내 뒤를 따라오라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길을 비키라고 계속 명령한다.  그리고는 서로 자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일대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의 시장경쟁 원리다. 기업은 자체의 경영 전략에 따라 문화적, 인적, 생산적, 제품적, 시장적, 구조 조정을 끊임없이 실행해 가는 것이다.  이것이 간단한 경제원리다.   2003. 0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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