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직장인의 일하는 시간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7:59
 

직장인의 일하는 시간 / 한 호철


  얼마 전 퇴사하는 사람이 더 나은 근무처를 찾아간다고 말 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회사에 입사한 후, 전국을 무대로 근무지를 옮겨 다닌 경험이 있는, 다양한 업무의 경력자였다. 퇴사 전에 새로운 직장을 확정한 터였으니, 다른 번복할 만한 사유가 없었으므로 모두들 그를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직장을 옮기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현재의 과중한 업무량을 꼽았다. 직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때로는 많은 업무를 헤쳐나가야 될 때도 있지만, 그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 업무량의 과소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IMF 전에 직장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 중,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총 9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사람은 모두 60.5%이었는데, 그 속에는 11시간 이상을 근무한 사람도 12%가 들어 있다. 위 사람도 12%속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아침 6시 30분 경에 출근하여, 저녁 11시경에 퇴근한다고 보면 1일 근무량이 16시간 30분 정도 된다.  물론 그것은 대체적인 시간이고,  약간 과하게 잡은 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한 시간도 있었을 것이며, 그 사람이 이미 퇴사하고 없으니 그냥 덮어두기로 하자.

 그 사람은 출근 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부류에 속했는데, 일반 직장인들이 출근 후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은 업무시작 31.2%, 청소 및 정리정돈 30.1%순 이었다.  이렇게 일하다보면 직장에서 일로 과로사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사람이 65.1%나 되었는데, 그런 불안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4.4%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찾아 떠나는 사람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업무 강도를 낮추고, 업무량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사원들이 지나치다 싶으면 약간씩 쉴 수 있는 것과 달라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 그들이 사업주이고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잠들어 있는 시간만 빼고는 항상 일속에 묻혀서 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사무실에 출근 후 책상 앞에 앉아서 결재하고, 지시하고 협의하는 일만을 업무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퇴근 후에는 자유로워야 하겠지만 사석의 경우에서도 항상 일과 연결시키며, 대책을 찾는 것이 바로 CEO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CEO가 되어보지 못한 연유로 그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야 없지만, 전자처럼 직장을 옮겨서라도 피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직장을 옮겨서 피할 수 있는 길을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 역시 바로 CEO들이다.  그렇다고 종업원이 모두 CEO처럼 일해야 한다고 말 할 수도 없는데, 그것은 모든 이치가 직책에 맞고, 형편에 맞는 각자의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2002년 9월에 우리나라의 100대 기업 CEO를 조사했는데, 응답자 29명은 하루평균 10시간 40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1995년에 조사한 수치보다 40분이 늘어난 양이다.  이 시간 역시 점심시간을 제외한 것이므로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서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지금 IMF이후의 직장인들은 그 전과 비교하여 1일 근무시간이 결코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올해 조사한 CEO들의 근무시간과 연계하여 보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다고 표현하여야 맞을 것이다. 응답한 CEO 자신들도 업무량이 과다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비율이 51.7%나 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종업원인 일반 직장인들이 느끼는 근무량에 대한 심적 부담은 훨씬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CEO들의 출근 시각은 아침 6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하는가 하면, 대체로 8시 이전까지는 76%가 도착하여 근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CEO들은 수익구조 향상을 최우선 중점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다음은 중장기 사업전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  아직까지 우리는 전반적인 사업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것은 사세를 확장하여 덩치를 키우는 일과는 다르며, 어렵다고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서 감원을 하겠다는 것과도 다른 것이다.  지금 주 5일 근무,  즉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 법률로 정해지더라도, 실제 근무시간이 줄어 들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한국인들은 CEO부터 직장 종업원 모두가 이처럼 일 벌레에 가까운, 일 중독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근로 기준법에는 향후 주 5일 근무를 하라고 주당 40시간을 최대 근무시간으로 정하더라도, 기업들은 지금의 방식처럼 인력 보강 없이 기존 사원들이 초과 근무를 계속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 이유는 현재도 주당 44시간 이내에서 일 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 초과 근무로 부족 인력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초과근무를 꼭 하여야만 하는가는 정답이 없다. 우리는 가용 자원과, 국내외적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현재 행하고 있는 대략적인 1일 총 10시간 근무는 계속 이루어져서, 한국 기업들의 세계 경쟁력이 계속 비교 우위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만 그 부분에서 임금 보전의 차원과, 소득 향상에 따른 기업의 지출 증가 등은 다른 차원에서 논하고, 우선은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다른 경쟁국과 비교하여 볼 때, 열심히 노력하여야 할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2002. 10. 03


국  가

주40시간 근로

채택년도

당시근로시간

미      국

1938

 

프  랑  스

1946

 

오스트리아

1969

38.6

스  웨  덴

1973

36.8

벨  기  에

1973

38.0

룩셈부르크

1975

40.9

스  페  인 

1983

37.7

일      본

1994

37.6

중      국

1995

36.3

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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