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대한 애착도 / 한 호철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94.7%가 부업에 관한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자료가 있다. 이는 현재의 직장과 지금 살고있는 주변환경이, 부업을 해서라도 경제적 도움을 갖기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 직장인 4,035명을 대상으로 2002년 12월 6일 조사한 수치이다. 투잡스족, 즉 실제로 부업을 하고 있는 숫자도 423명으로 전체의 10.5%나 되었다. 여기서 좀 의아한 것은 부업을 하고 있다는 응답한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종사자가 가장 많았고,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다고 알려진 공공기관 종사자는 적게 응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업을 하는 경우의 70.7%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부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많이 버는 만큼 씀씀이도 큰 탓인지, 아니면 더욱 빨리 많이 벌어서 경제적으로 안정을 갖고 싶어서 그런지 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낮시간 동안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대 별로 다른 두 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부부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어느 한 사람이 낮과 밤이 다르게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는 어느 한가지 업무에 소홀해지기 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국적 여론조사 업체인 테일러 넬슨 소프레가, 33개국 정규직 직원 19,840명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직장에 대한 애착도를 질문한 결과, 한국은 제33위로 조사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으로 상대비교 순위가 아닌 절대치 비교의 일에 대한 애착도는 36%, 직장에 대한 애착도는 35%만이 갖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 항목으로만 따져서 대만 24위, 홍콩 30위, 일본 32위, 한국이 33위로 우리 인근의 경쟁국가와 비교하여 열세로 나타났다. 일이나 직장에 대한 애착도는 나이가 들고, 직급이 높으며, 근무연수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24세 이하의 경우는 일에 23%, 직장에 27% 만이 애착을 보였다. 또 직종별로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53%로 비교적 높고, 제조업 종사자는 13%로 낮게 나타났다.
일과 직장에 대한 애착도 (단위 : %) | |||
순위 |
나 라 |
일 |
회사 |
1 |
이스라엘 |
72 |
68 |
2 |
네델란드 |
70 |
58 |
3 |
뉴질랜드 |
70 |
67 |
4 |
멕 시 코 |
69 |
61 |
15 |
미 국 |
61 |
49 |
16 |
영 국 |
60 |
49 |
24 |
대 만 |
48 |
46 |
30 |
홍 콩 |
43 |
42 |
32 |
일 본 |
37 |
30 |
33 |
한 국 |
36 |
35 |
* 세계33개국대상조사, 순위는 일에 대한 애착도 기준 | |||
자료:TNS |
일과 직장을 사랑하는 근로자들은 한창 경제적으로 사용처가 많으며, 이제 더 이상 직업을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 때문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자신이 이룩해온 업무성과를 되돌아 볼 때,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일과 직장 모두에게 애착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총 응답자의 35%인데 비하여, 한국 근로자들만 분석하면 55%나 되어 이러한 환경이 계속된다면 국제경쟁에서 불리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기업만이 해결해야 될 사항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최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막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직원들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일과 직장 모두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생산성이 높고 직장의 귀중한 자산이지만, 둘 모두에게 애착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직장의 경쟁력을 반감시키는 저해요소이다. 우리사회는 이 저해요인이 절반을 넘고 있다는 해석이니, 하루 빨리 개선하여야 할 부분이다.
공공근로부분 중에서도 특히 봉사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상대적 빈곤 속에서도 큰 만족감을 가지며 일에 대한 애착을 가지는 것은, 자아만족과 우월감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규모가 작은 직장보다는 규모가 큰 직장일수록 애착도가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나타나는 표면적 우월감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내면의 심리적 우월감을 가지게 되면 더욱 쉽게 애착을 나타내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환경개선은 물리적, 경제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안정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정신, 내가 상대방 보다 낫다는 우월감 등이 갖는 내면적인 환경도 중요하다.
이는 직장의 문화와 종사자들이 갖는 업무의식, 서비스 성격의 자세들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업무처리 자체의 실무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한 건 역시 개개인이 가지는 성품윤리이고, 그러한 직장문화를 창조하는 직장의 성품윤리 경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격윤리의 대표주자 미국의 경우에는, 앞의 조사표에서 본 것처럼 중간치인 15위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인이 애착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생산성을 높여 주기를 바란다면, 우선 종업원이 직장에 만족하고 일할 수 있도록 내면의 우월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종업원이 직장에 만족감을 갖도록 하는 방법 중 외국기업의 한 예를 들어 보자. 임신한 기혼 여성에게는 월 1회 별도 휴가를 주어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생일날에도 유급휴가를 주는가 하면, 월1회 맥주파티의 날을 정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곳도 있다. 가정의 날에는 전원 일찍 의무적으로 퇴근하도록 하고, 의료비 전액지급 또는 매월 일정액을 사원 능력계발비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부문에서 자기 직장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하여 종업원을 감동시켜서, 열과 성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돈과 시간을 많이 부여했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고, 작은 것이라도 종업원이 감동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베푸는 것이 만약 악어의 눈물이었다면, 종업원들에게 이 눈물의 성분은 슬픈 눈물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 금방 알려지게 된다. 200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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