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변형시키는 것 / 한 호철
지방 자치 단체 중 김제시에서 개최하는 지평선 축제가 있는데, 이는 가을 추수가 끝날 무렵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에는 짚으로 만든 조형물이 전시되고, 소달구지를 타고 동네를 도는 코스도 있으며, 옛 농경시대의 유물 전시관도 있어 어린이 학습장으로도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식으로 여흥을 돋우는 그런 시간도 있어 지방 축제로서는 그런 대로 성공적이라고 자타가 평가하고 있다. 김제시는 이러한 축제시작 전에 봄부터 도로변에 코스모스를 심고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축제기간에 맞추어 그 코스모스 꽃들이 피어 주지를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긴 시간 동안의 계절 기후가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모를 보식하기도 하고, 때로는 팻말도 써 붙여 보호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때는 강제로 일제히 코스모스 꽃나무를 잘라준다. 일정한 높이에 맞춰 잘라주면 그 부분에서 새 가지가 나오고, 키가 비교적 일정해 지면서 개화 시기도 균일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그 개화시기가 행사기간에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올 4월에 제주시에서 왕 벚꽃 축제를 준비하는 중 이상 고온 현상이 벌어졌고, 기상청 공식 발표는 벚꽃이 예년보다 8일 일찍 핀다고 했다. 그리하여 제주시에서는 벚꽃나무의 뿌리 주변에 얼음으로 냉찜질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그 얼음 값만 해도 공식적으로 150만 원 이라고 한다. 또 공식 발표로 진달래 개화도 예년에 비해 10일이 빠르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지난 겨울은 옛날에 비해 춥지 않았었다고 말들을 한다. 전에는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그 즉시 손이 문고리에 얼어붙어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온도를 조사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르다고 해도 0.5℃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세수를 방안에서 하는 구조라서, 전처럼 차가운 문고리 잡을 경우가 발생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잘 먹어서 손에 기름기가 많아서 일까?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문고리는 쩍쩍 달라붙고 있으나, 우리가 생활하면서 춥다고 느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보호를 받다가 2001년 9월 지리산에 방사된 야생 반달곰은, 작년 겨울에 겨울잠을 자지 않았다. 겨울잠을 안자는 인간 생활에 적응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생에서도 겨울동안 먹이를 구할 수 있었고, 이와 함께 곰의 먹이가 될 만한 다른 동물들도 겨울동안 많은 활동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국립 환경연구원의 공식 견해다.
나는 바닷물의 온도 상승과 관련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방수 열로 인한 주변 어민들의 원성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거기와는 상관이 없는 북극해의 빙하가 녹는 것은 그것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 동해 해수의 온도가 100년 동안에 0.7℃ 상승했다는 보고가 있다. 겨우 0.7℃의 차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 동해의 대표 어종인 명태가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 반면, 난류성 어종인 멸치는 평년보다 약 보름 빨리 우리나라 근해에 나타나서 국립 수산 과학원의 통계 지표를 혼란시키고 있다. 해수온도가 반드시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는 것은 아니고, 특히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기온이 평년에 비해 약 3도정도 높았다는데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말로만 듣던 지구 온난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직 우리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도시생활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태양이 가까워지는 현상인지, 아니면 지구 폭발의 화산 열 영향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등산객의 담배 불에 의한 산불 영향은 무시하는 사람도, 혹시 내가 피운 담배 불의 영향은 없을까 하는 농담도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산야가 메마른 때에 한식이라고 특별히 지정하여 불사용을 규제한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현명했었다고 느껴진다. 2002.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