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방역도 막바지에

꿈꾸는 세상살이 2006. 12. 7. 11:07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다. 연로하신 모친의 병환으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다녀왔다. 거리야 멀지 않지만 내가 사는 곳과 모친이 살고계신 거주지가 달라서 왔다갔다하는 불편은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이 마침 방역구간을 통과하여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요즘 익산은 AI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초로 발견된 지역이 익산시 함열읍이라고 하였고, 그 뒤에 발병된 곳이 익산시 황등면이라고 하였다. 이 황등면은 함열읍과 바로 붙어있는 인접지역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함열이고 어디부터가 황등인지는 구별이 잘 안간다. 거기서 몇십년을 살아 온 나도 그 중간지역에 대한 행정구역은 헷갈릴 때가 간혹있을 정도다. 그러니 가까운 양계농가에 확산되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의심하고 볼 만하다 하겠다.

 

황등은 우리나라 닭고기 가공업계의 선두주자인 하림의 경영자가 홍등농장이라는 간판으로 최초로 닭사육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하림으로서는 자연이 황등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기도하고, 하림의 본사 육계 가공공장과 가깝기도하니 인근에 육계 사육농장이 많이 있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황등은 국도 23호선을 따라 올라가는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 23호 국도는 전남 강진에서 시작하여 충남 천안까지 이어지는데 총 396.3km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도시로는 강진, 장흥, 영암, 나주, 함평, 영광, 고창, 부안, 김제, 익산, 논산, 공주, 천안에 이르는 서남부의 주요 수직도로다.

또 하나 서남부의 도로에 1번 국도가 있는데 이 도로는 전남 목포에서 평북 신의주까지 이어진다. 이 도로는 목포, 무안, 함평, 나주, 광주, 장성, 정읍, 김제, 전주, 완주, 익산, 논산, 공주, 연기, 천안을 거쳐 계속된다.

여기서 함평 나주 익산 논산 공주 천안은 1번 국도와 23번 국도가 상호 중복되면서 가는 것이 아니고 각자 다른 길로 나누어져 가고 있다. 물론 중간에 교차되거나 시내에 들어가서 시가지의 같은 길을 잠시 동안 병행하여 쓰기도하지만 대부분 다른 길이다.

 

이런 길에서 황등의 병원균 확산 방지대책으로 방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황등을 거쳐 가는 차량과 인력, 함열을 통과하는 차량과 인력은 모두 방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식부족과 협조 미흡, 인력부족으로 사람에 대한 세세한 방역은 불가하며, 단지 오가는 차량에 대해서만 그것도 일률적으로 방역할 뿐이다. 항상 그랫듯이 방역은 효과를 노리기 위하여 목을 정하고 그곳에서 실시한다. 마치 군에서 매복의 목진지 노리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주요 간선도로와 지선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실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방역은 항상 자동 분무소독과 흡착포에 의한 약재 침수로 그곳에서 소독 살균되기를 바라는 정도이다.

 

이제 방역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초기 발생으로 부터 잠복기 14일이 거의 지나가고 있기때문이다.  

나도 어제 하루에만 그 길을 4회 왕복으로 8차례 지나갔었다. 정상출근이야 시내에서 시작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어제의 병원 방문으로 인한 출근시간대와 퇴근시간대의 왕복은 그야말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교통량이 많아서 황등소재지를 통과하지 말라고 2차선 우회도로를 개통시켜놓았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다시 4차선 확포장 공사로 새로운 우회도로를 개설하여 놓았다. 이렇게 세 곳에서 모여든 차량을 한 곳에서 방역을 하다보니 정체와 지체를 연발하고 있었다.

 

편도 4개의 차로에서 나온 차량들을 편도 1개 차로에 모아놓고 방역을 하니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런 길에서는 상호 교대로 한 대씩 번갈아 끼워주기를 하여야 하는데 마음이 급한 일부 운전자들이 그것조차 이해해주지 못하는 경우도있었다. 반대로 나도 급한데, 이번에는 내가 끼어야하는 차례인데, 면허시험 볼때에는 번갈아가면서 한 대씩 끼워 주라고 배웠는데 왜 안끼워주는 거야 하는 운전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벌써 이러기를 열흘동안 해 온 운전자들이 많을 것이나 다들 잘 참고 견디며 이해해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의 더 이상 확대가 안되고 진정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몰론 또 다른 어느 곳에 다른 원인의 병원균이 잠복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그렇다는 것이다.

 

어제의 왕복으로 느끼는 감정은 자기 육계도 아닌데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각났고, 그 일을 단지 우리 이웃의 일이라는 것때문에 고통을 감수하고 협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방역을 할 사람이 모자라고 장비가 모자란다고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도로에 묶어놓고 장시간 지체하게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방역장비를 지자체가 자체 보유하고있는 것이거나, 방재본부에서 보유한 것으로만 하고, 인력도 자체 조달 가능한 방법으로만 하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빚어 진 것 같아서 약간은 씁쓸하였다. 장비야 임대를 해서라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인력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조금씩 교대로 나누어 분담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안되면 인근 지자체의 방역관련 인력을 협조받아 처리하는 방법등도 좋을 것이다. 만약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방역을 용역으로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겠다. 대신 그 비용은 당연히 방재와 관련된 기관에서 조달하여야 할 것이다. 그 비용마저 세금으로 충달한다면 역시나 공무원이라는 비난이 따를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해서 얻어지는 효과는 무엇일까. 그 곳을 통과하는 많은 사람들의 교통지체 유발금을 생각해보면 쉽게 풀이가 된다. 연료의 낭비는 고려하지 않은 방법, 다른 사람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 교통 짜증으로 인한 다음 업무의 나비효과 등을 고려한다면 가장 손 쉬운 방법을 채택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방역은 방역작업을하는 사람들이 편하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관건은 아니다. 내가 불편해도 그 것을 당하는 사람이 편해야하고,  그 일로 방역의 효과를 빨리 정확하게 얻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군에서 실시하는 목진지 점령과는 달라야하는 이유다. 물론 확산 방지를 위하여 익산시장님이 직접 감염체 살처분 현장에 참여하시는 모습이라든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유관단체의 지원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나는 우리지역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혹시 우리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우리 지역에서 행하는 일로 인하여 불편을 겪는다면 나중에 우리 시에 대하여 손가락질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혹시나 방재가 끝난 후 방역 유공자들은 표창하면서, 시민들의 불편감수에 대한 애정을 무시한다면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역은 결코 약재를 살포한 사람들만이 실시한 것은 아닌 것이다.

 

아울러 이런 방재도 빨리 끝나야 전염병도 잡고, 이런 저런 말도 없어지며, 다시 일상의 평화스러운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기간동안 더 확실한 방재와 그에 따른 모두의 협조로 좋은 마무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오늘 아침 반찬으로 올라온 닭다리를 먹는데, 잘 삶았으니 걱정말라든지, 먹어도 사람은 전염이 안될 것이라든지하는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 대신 늦잠자고 있는 대학생 딸아이에게는 네가 좋아하는 닭고기라며 반드시 챙겨먹고 가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하였다. 그렇치 않아도 매일 달걀을 하나씩 먹고있으니 별다른 말도 필요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