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1. 11 (목) 동창회에 다녀오다.
서울에서 재경동창회 신년회가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 연락은 벌써 일주일전에 왔었지만 거리관계도 있고하여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창회의 임무 중 하나를 맡고 있는 처지에 참석을 마다할 형편도 아니었는데, 그럴즈음 같이 갈 사람이 정해지고 왕복 열차표도 준비되었습니다.
익산을 출발하여 용산으로 향합니다. 내가 열차를 타 본지가 아마도 5년은 넘었나 봅니다. 철도회원으로 가입되어 제법 누적 점수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써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카드가 생겨 났으니 교환하라고 연락이 왔었고, 그 때마다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일입니다.
제법 그럴 듯하게 준비된 행사장은 재경동창회의 위상을 알려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주인공들은 이제 나이 50을 넘긴 생활의 주역들답게 여기저기 훈장도 보입니다. 벗겨진 이마와 느려진 행동에서 그 무게를 느껴봅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모임 중 하나를 마치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하나를 생략하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고마운 것은 국제선 여객기 기장이 마침 귀국한 때 쉬지도 않고 달려 온 것이었습니다. 참석하러 지나 온 길이 아깝고 동부인하고 온 시간만큼이나 오래토록 함께 하고픈 시간들이라서 그랬을 것입니다.
행사 시작 전 식사시간
전 국민의 절반이 살아가는 재경지역에서 우리 동창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졸업생 거의 대다수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재경동창회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원래가 동창회라는 조직은 구속력도 없고 강제성도 없어서 자칫하면 구심점이 없어지기 쉬운데 이날 모임은 상호간의 정이 묻어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전에 우리 기수가 학교에 교훈석을 세우면서 기초 밑에 참석자들의 명함을 넣고 봉하여 훗날 타임캡슐로 삼았던 적은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타임캡슐을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소망을 적고 그것을 미리 만들어 온 예쁜 상자에 모아 회장님이 보관하면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염원하고 기원해주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장난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그 타임캡슐을 보면서 생각한다는 마음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각자의 소망을 담은 타임캡슐
여러사람을 대신하여 소망의 실현을 위하여 빌어줄 회장부부에게 전달
이로써 회장님 부부가 새로운 짐을 더 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라면 아주 좋은 일인 것 같았습니다.
동창회의 한 지역행사에 불과하여 우리끼리 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진행할 것은 다 했습니다. 식순에 따라 국민의례의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그리고 묵념까지 빠트리지 않고 실시하였습니다. 이를 두고도 말은 많았습니다. 이렇게 엄숙하고 격식을 갖추고 하는 행사가 어찌 헛되고 경거망동하는 그런 행동을 하겠느냐고 하면서 다들 좋아하였습니다. 먼저 간 동기 7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면서 명복을 비는 묵념도 하였습니다.
애국가 장면
아무리 사회가 우리를 기억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경제를 위하여 노력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위하여 몸도 마음도 바친 세대들입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거기에 나는 없었습니다. 다만 존재하는 것은 우리였습니다.
왼쪽은 남자들 오른쪽은 여자들! 이렇게 앉고 말았네요.
학교 다닐때는 남녀 공학이 아니었는데 결혼하고 부터는 남녀가 같이 만나고 있어요.
(부인들을 준회원이라고 부르면서 년 2회 이상 동석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필요합니다.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것보다 비록 수적으로 적더라도 우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은 자기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치나 공무원을 직업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자기 희생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인이 정치를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나라는 망하든 말든, 국민이야 고통을 받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게 됩니다. 이것이 정치 직업인들의 행동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왔던 대로 다시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우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빌어주는 타임캡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어수선한 세태에는 우리의 타임캡슐처럼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대신 빌어주는 그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남을 위하는 사람들이 복을 받는 그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2007.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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