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의사의 과감한 결단으로

꿈꾸는 세상살이 2007. 2. 9. 21:27

의사의 과감한 결단으로 약을 중단하였다.

 

2004년 6월30일. 이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증세는 감기와 같기도하고 몸살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가까운 1차 진료기관에 가서 진찰을 하니 감기증상이라고 하였다. 몸이 아파도 나는 직장에 메인 몸이라서 병원에 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특별히 일찍 끝나는 날을 골라서 가야하는 병원은 멀기만 한데, 도대체 차도가 없다.

어쩌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몸무게도 보름만에 8kg이나 빠졌다. 덕분에 불룩하던 배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참아도 참아도 증상은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것같아 급기야 종합병원에 가 보기로 하였다. 월요일 아침 출근도 못하고 대학병원에 외래로 가 보았다. 직장 생활 23년 동안에 몸이 아파서 결근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땀이 비오듯 하며 앉아 있는 것도 힘이들었는지 대기실 의자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 응급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나니 진찰 결과는 아주 간단하였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었다. 알고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는 병인데, 그전에는 병명을 몰라서 잘못된 처방으로 고생만 하고, 갈수록 상태만 악화되고 있었으니 은근히 부아도 치밀었다.

 

병명을 찾아 낸 병원은 대학병원답게 이래저래 복잡하였다. 그래도 다음 진료를 예약을 하고나니 대기시간이 필요없는데다가, 외래 접수를 하고나서 다시 진료접수를 하는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있으니 진찰료가 비싸고 임상실험을 하는 것같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같은 환자입장에서야 잘 모르겠지만 갑상선 항진증을 치료하다보면 약을 과하게 써서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혈액검사에 의한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면서도 약을 계속먹어야 한다고 하는데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병원측의 말로는 현재는 약으로 겨우 다스리고 있는 중이니 약을 끊으면 언제든지 기능에 이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그저 믿고 따를 수 밖에. 

 

하지만 양약으로 처방하는 경우에 한약으로 치료하는 것처럼 이중처방을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약의 경우는 몸을 보하면서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방식이니 음과 양의 처방을 동시에 하면서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반대로 양약의 경우에는 병의 원인을 다스리는 방법보다는 병의 치료에 주목적이 있으니, 살이 찌는 약과 살이 빠지는 약을 동시에 처방하여 몸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그냥 약을 안 먹고 음식만 조절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라고 하여야 맞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늘은 약을 한 달간 먹지 않은 체로 혈액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 수치를 보고 판단하였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의사와 협의를 하였다. 이 상태에서 약을 끊기로 하였다. 어쨓튼 수치가 정상이니 약을 먹지 않다가 증상에 이상이 오면 다시 검사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일부 수치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상범위 안에 들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다른 때는 정상 범위를 벗어나도 아직 이런 것 가지고 약을 먹거나 치료할 정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도 허다하기때문이었다.

 

순전히 내 생각으로 우리 몸은 자기 스스로 정상의 기능을 찾아 가려고 노력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어느 정도 가벼운 질병이나 작은 상처는 그대로 두어도 면역력을 바탕으로 치유된다고 믿는 것이리라.

 

 

오늘 내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2년반이나 먹었던 약을 끊었다는 것보다는 일방적인 의사의 통보가 아니고, 내가 그냥 막무가내로 우겨서가 아니라, 의사와 상의해서 합의를 이루었다는데 있다. 물론 이것은 예의 종합병원이 아닌 작은 동네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종합병원에는 근무지가 달라서 이 병원에 올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예약을 거부한지 오래였다.

 

의사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과 의사들이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은 그 금기를 깨고 합의를 보았다. 한 건의 진료가 바로 자신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개인병원에서 더욱 절실한 환자잡기를 마다하고 과감하게 약을 끊자고 한 것이 가상하였기에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래도 나는 그 병원에 계속하여 가야만 한다. 또 다른 이유로 약을 먹어야하는 입장에 선 나로서는 당분간 그 병원을 지정하여 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