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내 승용차 이 정도는 타야 한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2. 18. 21:41
 

승용차는 얼마나 타야 할까


나는 몇 년 전에 승용차를 바꿨다. 당시 타던 차는 배기량이 1500cc미만인 소형차로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차는 생산 출고된 후 구입하여 만 10년을 넘게 타던 차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출퇴근용 승용차 치고는 비교적 많이 탄 편에 속했다. 나 역시 누구나 처럼 초기에는 사랑땜인지 비교적 많이 탔었는데 나중에는 약간 시들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차는 만 10년을 타는 동안에 16만 킬로미터를 운행하였다. 일반적인 출퇴근용은 10년을 타도 10만 킬로미터 남짓 주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다른 사람보다 약 배 가량을 탄 셈이다. 그러나 나도 내놓고 자랑할 만큼은 되지 못한다. 세상에 차량 한 대를 가지고 10년 타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던가.

 

예전에 내가 25만 킬로미터를 주행한 차량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공사현장의 소장이었다. 엔진 소음이 거슬리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25만 킬로미터를 운행한 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사람과 같이 근무한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었다. 그런데 내가 16만 킬로미터를 운행하고 보니 그 기록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일었다.

하지만 나는 소형차로 손님을 모시고 다닐 때 느끼는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무릎을 펼 수가 없어 의자를 앞뒤로 밀어 조정하는 것이 커다란 짐이 되었다. 어쩌다 동시에 여러 명을 태울 경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경우가 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결국은 차를 바꾸기로 하였다. 물론 운행 중에 예고도 없이 정지하는 것이 4번이나 있었던 것도 한 몫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운행 중 정지는 집 앞이나 시내, 시외를 막론하고 고속도로까지를 가리지 않았었다. 그것은 낮과 밤도 구분하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가 9살이나 많은 형님이 이번에 차를 바꾸셨다. 10년 7개월에 33만 킬로미터를 운행 하셨다. 물론 자영업을 하는 관계로 전국의 현장으로 일을 찾아다니는 관계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이동하는 것도 아닌데 어지간히 많이도 타셨다. 그것도 처음 출고부터 계속하여 같은 차량을 탔으니 이런 저런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리라.

몇 년 전부터 신차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물어보시더니 결국은 경유차로 바꾼 것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웬 RV냐고 물을지 모르나 업무상 무거운 연장을 싣고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니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차일 것 같다. 가파른 언덕도 오르고, 미끄러운 눈길도 다니고, 시야를 가리는 빗속도 헤쳐 나가야하는 거라면 역시 RV가 제격일 것이다. 거기에는 내 RV 차량이 한몫 거들지 않았을까도 생각된다.

 

그런데 특수한 영업직이나 기타 홍보직업이 아닌 사람이 10년에 33만 킬로미터를 탔다고 하면 대단한 기록이라고 본다.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야 1년에 5만 킬로미터를 타고 내놓은 경우도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소린 차량을 타느니 튼튼한 신차 RV를 타면서, 고장 나기 전에 팔아 치워 연료비로 찻값을 보상받는 수법을 찾는 이가 간혹 있기는 하다.

 

상업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승용차 한 대로 보통 10년은 타야 제격인 것 같다. 또 그 정도 타는 것은 잘 견딜 만큼 튼튼하게 만들기도 하였으니, 그 성의에 보답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동차가 과시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의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자동차 10년 타기가 보편화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때쯤 되면 10년에 16만 킬로미터는 보통 주행거리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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