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야 못해주겠나
그 친구의 사업장은 큰길에서 조금 들어 간 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 길 역시 4차선으로 뻗어나간 삼거리의 멋진 길임에 틀림없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접어들어 약 50미터 쯤 이격된 지점에 위치하여 넓은 공터를 필요로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어쩌면 카센터로 차량을 수리하려면 간선국도 4차선보다야 이면 도로가 훨씬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은 인근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국도에서 면소재지에 다다른 길이었다. 면소재지에서 다시 다른 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하기야 별 수 없는 시골길이었다.
국도 26호선은 자주 오가지만 거기서 조금 떨어졌다고 그리 만만한 방문거리가 아니었다. 어쩌다 한 번, 그것도 일부러 짬을 내야만 방문이 가능한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인가 싶다.
지난 늦가을에 길을 지나다가 들러 본 그곳은 조용하기만 하였다. 주변의 인근 상가들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갈수록 유동인구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면단위 전체적인 인구수는 그대로 인데 상가의 활기만 줄어든 감을 느꼈다. 그 이유로는 여기저기 새로운 길들이 생겨나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통행량이 분산된 이유도 있겠다. 또한 각자의 차량을 이용한 이동의 편리성이 한 곳으로의 집중현상을 막아주고, 대형 상설시장 덕분에 유동시간을 분산시킨 영향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 이 친구네 가게인 듯하다. 남의 땅을 빌어 차린 곳이니 건물을 짓기도 쉽지 않겠지만, 도로변에서 콘테이너 상자 하나로 이어가고 있으니 어설프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손대고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더더욱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사업장을 방문할 때마다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장은 내 것이 아닌데 터놓고 쉽게 상의하지도 못했다. 내가 도와줄 형편도 아닌데다가 친구사이에 의 상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날 방문한 시간은 막 점심 식사시간이 지난 참이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점심을 마친 시간이었고, 일이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 때를 놓친 경우도 있을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당시 식전이라 배가 고팠었지만 어디 식당에 혼자 들어가 먹기도 뭐해서 그냥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러다 여기를 들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고민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이다.
이날도 TV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던 친구는 정색을 하고 반겼다. 그 친구는 세상 돌아가는 내용에 모르는 것이 없었다. 국제 정세며, 국내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다양하게 꿰차고 있었다. 어쩌면 시간의 지루함이 그를 박식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닿자 내심 안타까워졌다. 손님이 있을 때 자기 손발로 움직여 일을 하는 직업인데 일손을 놀리고 있다는 것은 덜 좋아 보였다. 움직임이 바로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오히려 그냥 방문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밥 때가 되었다고 끼니 걱정을 해 주었다. 어디를 가다보면 혼자서 밥 먹는 것이 마땅치 않은 것이니, 어렵게 어디 가지 말고 굳이 불러서 먹으라고 성화댔다. 다른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다만 오늘 점심얘기만 하자고 정색을 하였다. 한 끼 몇 만 원짜리 아주 비싼 것을 먹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자기네 손님 대접을 해야 편하다고 하였다.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얘기만 하자며 애써 화제를 돌리는 그 친구에 세삼 부담을 느꼈다. 세상에는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왜 타인을 먼저 헤아리는 것일까. 본디 착한 성품을 가진 때문은 아닐까. 새해 아침 그리운 친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친구야! 정해년에 복 많이 받고 건강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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