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도시를 만들자.
익산을 유네스코 지정 역사지구로 등재되기를 원하여 신청 중에 있다. 그 얘기는 익산이 가지는 역사성과 문화성이 타 도시에 비하여 우수하다는 것이다. 설령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보로 올라갈 정도는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익산이 지금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익산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문화재는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 석탑 서 탑이다. 그런데 이 탑은 교과서에도 나왔듯이 벼락을 맞았다. 총 높이 9층에서 3개 층이 없어지고 6층이 그것도 반쯤 무너져 내린 상태로 불안전하게 서있는 탑이다.
탑이 무너졌으면 무너진대로, 기울었으면 기운대로, 깨졌으면 깨진대로 있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만약 피사의 사탑이 높이 58.36m에서 약10도, 3.6m가 기울었다고 하여 이 탑을 바로 세워 개축한다면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모든 역사와 문화는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보존하고 창출해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역사는 과거를 숨기고 덮어 두는 것으로 소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익산은 예전부터 돌의 고장이었다. 이 돌로 국회의사당도 세우고, 독립기념관도 지었으며, 위의 서 탑도 만들었다. 일제의 잔재라고 때려 부순 조선총독부 건물도 지었었다. 없어진 조선총독부 건물을 다시 복원하자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너진 서 탑을 없애고 원래 모습의 9층으로 복원하자고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무너진 모습 그대로 약 100년간이나 인식되어 온 서 탑은 그냥 생긴 그대로가 역사요 문화임에 틀림없다.
나는 지금 익산시에 바란다. 익산이 돌의 고장으로 인식되고 유네스코에 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되려면, 우리 스스로 문화재를 사랑하고 문화를 가꾸는 도시라는 것을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중에서 돌에 관한 문화라면 현재도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집단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반드시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게 하고, 그 놀이터의 한쪽에는 익산돌로 만든 미륵사지 서 탑의 축소모형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려서부터 돌에 관한 인식과 탑에 관한 내용이 고향의 이미지요 도시의 상징으로 부각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 탑에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알리는 글귀를 적고, 훗날 내용이 막힘없이 전달되도록 기록하여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른 지구에는 익산의 또 다른 상징물을 만들어 설치한다면 별도의 시간을 내어 역사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좋을 만하겠다. 어디 그뿐인가. 고향사랑을 강요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귀향운동을 구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해마다 돌 축제에서 수상하는 작품은 공원 한 곳에 전시하여 작품성을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작품의 주제는 올해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형상화하여 문학 작품과 조각 작품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로 만들어 해마다 추가하면 좋을 것이다. 작품을 분석해보면 해마다 달라지는 솜씨며, 기교와 양식이 새로운 문화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돌 공원이 될 것이니, 훗날 아파트마다 석탑이 있고, 마을마다 석등이 있어 역사의 길을 밝혀준다면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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