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한국의 문학명승지

이매창의 묘

꿈꾸는 세상살이 2009. 1. 11. 22:38

 

이매창 묘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567번지에 매창공원이 있고 그 공원 안에 매창의 묘가 있다. 이 묘소는 지방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인근의 상소산 기슭 서림공원에는 매창의 시비가 있다. 이매창은 자가 천향(天香), 호는 매창(梅窓)이며, 조선 선조 6년인 1573년에 태어나서 광해군 2년 1610년에 별세하였다. 전북 부안의 아전 이양종(李陽從, 李湯從으로 적은 것도 있음)의 서녀로 태어나 양반이 될 수 없었던 규수다.

 

매창의 어머니는 기녀였을 것으로 보는 설도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매창이 기녀인 것으로 보아 그렇게 추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따라서 기녀인 매창의 후손이 없는 연유로  시문을 별도로 엮어 직접 전해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덕에 남장을 하고 서당에 다닐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매창은 그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이 뛰어난 시문으로 보답하였으며, 당시에는 사대부가에서만 즐기던 시조를 일상의 생활 속에 나타낸 민중의 문인이었다. 설에 의하면 당시 동문수학하던 학동들은 겨우 천자문이나 읽고 있을 때 매창은 벌써 논어, 시경 등 사서삼경을 통달하였다고 한다.

 

매창은 조선 성종임금 앞에서 시를 지었다는 기생 소춘풍(笑春風), 명종시대의 황진이(黃眞伊)와 선조시대의 홍랑(洪娘)을 포함하여 4대 명기로 알려져 있다. 더 축소하여 구분하면 황진이와 쌍벽을 이룬 여류시인이라 할 것이다. 그가 남긴 시문은 수없이 많으나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었다. 이것을 2권 1책의 목판본 한시집으로 엮으니 바로 ‘매창집(梅窓集)’이다. 여기에서 보면 오언절구 20수, 칠언절구 28수, 오언율시 6수, 칠언율시 4수가 있으며, 원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조선 현종 9년 1668년으로 부안현의 관리들이 이매창의 시 중에서 각체 58수를 모아 인근의 개암사에서 간행한 것이다. ‘매창집’의 발문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계생(癸生) 의 자는 천향이고 매창이라고 자호하였는데, 현이(縣吏) 이양종의 딸로 1573년에 태어나서 1610년에 죽으니 나이 38세요, 평생 시 읊기를 잘하고 지은바 시 수 백수가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거의 다 흩어져 없어지고 1668년 이배(吏輩)들이 전(傳)통 언하는 것을 얻어 모아 각체 58수를 판짠다.’

 

매창은 계유년에 태어났다고 하여 계생(癸生)이라 부르기도 하고, 계랑(癸浪), 또는 계랑(桂娘)이라고도 불렸다. 그것은 아마도 서녀이기 때문에 이름다운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매창은 당대의 걸출한 문인 유희경(1545~1636)과 허균(1569~1618)을 통하여 시문을 교류하였고, 우정을 넘는 친분도 있었다고 전한다. 다만 서로가 지켜야 할 도리를 존중하며 그리워하던 사이였다.

훗날 매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애도의 뜻으로 지은 유희경과 허균의 시문이 전해오는 것을 보아서도 그 각별한 사이를 짐작할 수 있다. 허균의 애도시는 그가 지은 시문집 ‘성소부부고’에 실려 전한다. 뿐만 아니라 한낱 기생의 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어느 경지에 오른 재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유희경의 ‘촌은집’, 이수광의 ‘지봉유설’, 임방의 ‘수촌만록’, 장지연의 ‘대동시선’, 안왕거의 ‘열상규조’, 이능화의 ‘조선해어와사’, 박효관의 ‘가곡원류’ 등에도 기록되어 있다.


기생이라고 함부로 농을 하던 취객에게 ‘증취객’이라는 시로써 거절하던 현명함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하모하모 기다리던 유희경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시 ‘자상(自傷)’과 ‘이화우(梨花雨)’등은 애처로운 마음이 절절 묻어나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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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취객


취하신 손님이 명주고름 잡아당기니

그 손길따라 명주옷이 소리내며 찢어지는데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게 없지만

우리 임이 주신 은정마저 찢어졌을까 그것이 두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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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우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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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


서울에서 세 해의 꿈이러니

호남에서 또 한 해의 붐을 보내네

돈이면 옛 정도 바꿔 놓는가

한밤중에 외로이 애를 태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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