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김정현, 문이당.
김정현은 195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함정’, ‘무섬신화’를 썼다.
공무원인 한정수가 췌장암이라는 통보를 받고 과거를 돌아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이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는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았는지를 회고하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가족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한편, 나머지 인생을 두고도 자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내 슬퍼진다.
자신이 죽고 난 후에 가족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정돈해주고 싶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 마음은 급한데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하지 못함에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 한 가족의 가장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말하는 대목이다. 요즘은 여성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노력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남성은 아직도 가장으로서 자기 몫을 수행하면서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경제공급 담당자로서, 가정의 질서와 평화유지자로서, 가족을 대표하는 대명사로서의 아버지는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떠나려하니 왜 이렇게 작고 힘이 없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 하였지만, 세상은 아버지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자나무로서 거기에 서 있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달려가서 쉴 수 있는 그런 곳에, 언제든지 부족하면 채울 수 있는 그런 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까. 벌써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여름이나 겨울을 가리지 않고 서 있었기 때문에 동상에 걸리고 더위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우리는 아버지의 그늘을 뙤약볕 더위를 식혀주는 한줄기 오아시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 그늘은 갈 곳이 없어 떠돌던 구름이 바람에 의해 솔솔 실려와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팔을 벌려 힘들게 뻗치고 서있는 아버지의 수고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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