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창작과비평사
유홍준은 1949년 서울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원 동양철학과와 예술철학과를 수료하였다. 1981년 미술평론으로 신춘문예에 등단한다.
유홍준은 우리나라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전 국토에 널려져있는 유산과 유물들을 보면서 박물관에 소장된 소품들은 그 존재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현장에 방치되고 있는 거대한 유물들에 대한 보존방법이나 처리방법이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지금 전국에 산재한 많은 유물들은 어느 특정부서가 관리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방치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박물관에 소장된 경우만 보존처리를 하여 둔 상태다. 그것은 관리하는 부서도 책임이 있지만 모든 국민들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믿어주고 밀어주는 관행이 그런 화를 자초한 것이다.
남도답사1번지는 해남 강진에서 비롯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해남까지는 아주 먼 거리다. 유물이나 유적을 보러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예전에도 여러 차례 다녀온 곳이 바로 해남이고 강진이다. 오늘은 해남의 서쪽, 내일은 해남의 동쪽 이렇게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사실상 문화유적의 감상에 대하여는 무관심했었다. 가는 길목에 지나치다가 마주치면 들러보고, 그렇지 않으면 오면서 지역을 자랑한다고 하면 둘러보는 수준이었다. 그러기에 내가 본 문화유적은 별로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서서 세월을 버티고 견디어 온 유물들이지만, 내 세대에 와서 함부로 대하다가 파손되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아프다. 내가 비록 잘 보존하고 관리하지는 못할망정 파괴하고 훼손하여서야 쓰겠는가. 무작정 방치하다보면 오래지 않아 우리 후손들은 이런 문화유적들을 감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선배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우리는 오래된 유적과 같은 유물은 다시 만들 수가 없다. 아무리 똑같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현재의 유물일 뿐, 과거의 선조들이 만들었던 전래의 유물은 아닌 것이다. 그 시대에 같은 재료와 같은 환경에서 당시의 공법으로 만들어야 문화유적의 재연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그런 재연은 어느 누구도 불가능하다.
이제라도 흩어져있는 문화유적에 대하여 집중분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현세를 사는 우리들의 일이면서도 후세를 살아갈 자손들의 일이기도 하다. 다만 후세는 아직 이 세상의 우리들에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는 입장일뿐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지금부터라도 우리들이 후손에 대한 의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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