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스타인 백/하서출판사
분노의 포도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던 농부가 대공황을 맞아 지상낙원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뭄까지 겹쳐 작황은 흉작이며 농기계의 발달로 일손을 덜려는 대지주들의 요구에 설 곳을 잃은 영세농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농경산업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만 해도, 소작인들은 개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자본가들이 참여한 뒤로 농업은 황폐화되어갔다. 자본이 많으니 더 많은 농토을 경작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수확도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소농업인들의 마음을 황폐화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때마침 불어 닥친 대공황은 농업외의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침체를 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또한 계절적인 영향도 심한 가뭄을 몰고 와서 모든 환경이 피폐화되고 말았다.
적은 소득으로도 행복했던 소작인들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어졌다. 그들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멀고도 먼 타향을 찾아 떠났다. 험난한 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까지 연결되는 66번 도로는 그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어주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도로지만 그래도 지금보다야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분노의 길이기도 하였다. 고향을 떠나야 하는 길,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는 길,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농사밖에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의 길, 그 길이 길면 긴만큼 분노의 감정도 길어만 갔다.
여정도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지친 몸은 희망의 도시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쓰러지는 가족들을 만들었고, 함께 길을 가는 많은 사람들은 동지가 아닌 모두가 경쟁 상대였다. 들려오는 소식도 좋은 것은 없었다. 그곳에는 벌써 실직자가 줄을 섰고, 일자리는 이미 바닥이 났으며, 갈수록 모여드는 인파로 인하여 더 이상 찾아갈 곳이 못되었다. 희망의 도시로 가는 길에서부터 경쟁을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희망을 찾아가는 길은 어느새 분노의 길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하나, 그 길을 계속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지금 힘들다고 하여 가지 않는다면, 혹시나 희망의 도시에서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지치고 병든 상처를 싸맨 채 가야만 했다. 그들은 식구들이 먹을 식량을 구하는 대신, 희망의 도시로 안내해줄 차량의 부속품과 연료를 사기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들은 지금도 희망의 도시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그 길 위에서 분노를 토해낸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가야만 하는지도 모른 채 험난한 여정에서 삭여지지 않는 분노를 내뿜고 있다. 그 길은 바로 분노의 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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