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 신지식인
우리가 말하는 신지식인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여 적용하든지, 아니면 지금보다 획기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적용하는 등 작물의 성장과 열매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개선시킨 경우에 붙여주는 칭호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것을 잘 이용하는 경우에 적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표고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김홍자는 임업분야에서 남과 다른 성과를 내고 있어 임업분야 신지식인에 선정되었다. 그가 이런 칭호를 받을 때까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거듭되는 연구에 연구를 거쳐 달성된 결과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만큼 얻기 힘든 자리라는 뜻이다.
그러면 김홍자는 언제부터 버섯농사에 관심을 가졌으며 어떤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았을까.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일 수도 있고 남에게 널리 전파하여 개선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선 농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로 보면 쇠약해진 몸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버섯이었다. 그러면 많고 많은 버섯 중에 왜 표고버섯이었을까. 이 해답은 각기 가진 버섯의 성분과 효능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징후에 대하여 가장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이 표고버섯이어서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다음으로는 많고 많은 표고버섯 재배농가 중에서 유독 김홍자가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는가 하는 문제다. 어릴 적 우리가 알아왔던 김홍자는 여학생으로서는 키가 크고, 몸집도 큰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가하면 공부도 잘 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었다. 학교의 북쪽방향에 살았던 김홍자는 학교의 남쪽에 살았던 나와는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으며, 학교에서도 크게 반목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의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차분하면서 이미 정해진 일에 대해서는 비교적 몰두하는 그런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홍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부터는 시내로 다녔다. 그곳에서 운동부에 들어 학교 대표 정구선수로 출전하는 적극성도 보였었다. 그리고 훗날 나무재배와 버섯농사를 시작하여 건강도 되찾았으며, 이제는 농업이 완전한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춘포면 천서리에서 참표고버섯이라는 상호를 달고 참나무를 이용한 버섯재배를 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버섯농가와 다를 것이 없는 그에게서 굳이 차별화된 다른 점을 찾자면 멀리보고 생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멀리 본다는 얘기는 오늘의 수익이나 작황을 통하여 내일 혹은 다음 달의 진행사항을 예측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일이야 농업이든 상업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하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오늘의 작은 이익을 위하여 내일을 큰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비근한 예로 속박이를 하여 눈가림을 통한 이익을 얻는 대신 내일에 대한 신용을 져버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좋은 물건은 좋은 대로 조금 덜한 물건은 못 미치는 대로 구분하여 처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런가 하면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폭락을 방지하며 가뭄출하로 인한 공급부족을 막아 고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철칙에 속한다. 어쩌다보면 한꺼번에 많은 공급이 이루어져 생산자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단점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런 때에 소비자는 낮은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공급부족으로 인하여 다시 비싼 가격으로 사야 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출하의 완급과 물량의 조절은 생산자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간에 낀 상인이 조절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소비자와 생산자는 모두 손해를 보면서 중간 상인만 이득을 취하는 구조를 만들게 되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김홍자는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하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아예 처음부터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재배하기 좋은 조건에서는 출하물량이 많을 것이 예상되므로 이런 때를 피하는 것이라든지, 악조건에서 어떤 노력을 하면 노력한 그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을 하더라도 하나 같이 그런 방법을 택하지는 않는다. 또 실제로 진행되는 자연환경과 주변환경 그리고 본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표고버섯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어떤 농가에 가보면 톱밥이나 다른 식물체를 이용하여 가공한 배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종균을 넣은 상태로 구입하여 입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재배 과정이 많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편리해진 재배 환경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되지만, 그런 만큼 쉽게 어려움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반 배지와 참나무를 이용한 버섯의 효능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김홍자는 그 어렵고 힘들다는 참나무 세워기르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말은 농작물은 주인이 관심을 가져준 만큼 자란다는 말이었다. 예전부터 모를 내고 땅 맛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도 있었다. 논주인 즉 작물의 주인이 하루에 몇 번이나 논에 들르는지, 그 벼 한 포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살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에 따라 생육상태가 다르고 소출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이 말을 50년이 지난 지금 김홍자로부터 다시 듣는 내 귀가 대답하고 있었다.
요즘은 편리해진 덕분에 멀리서도 원격조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하였다. 그러나 항상 가까이서 직접 둘러보고 확인하며 다음 대책을 세우는 자세가 튼튼한 작물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며 많은 추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모름지기 농사는 그렇게 지어야 한다. 아니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김홍자는 신지식인이다. 신지식인이 새로운 지식을 갖춘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그 지식을 직접 잘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개다. 가지고 있지만 꿰지 않으면 보배가 아닌 것처럼,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김홍자는 그런 신지식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배움을 찾아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 이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는 글쎄요 하면서 망설인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지식인이 되지 못하며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제 환갑을 눈앞에 둔 우리가, 살아갈 날이 아직도 창창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고 노력하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일에 목숨 걸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류의 평화와 삶의 행복을 위하여 개선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얼마나 큰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우선 이런 것이 바로 신지식이요 신지식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사는 날까지 조금도 게으르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의무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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