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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내 품에

꿈꾸는 세상살이 2014. 5. 1. 13:48

한반도를 내 품에

                           

최영철/ 신아출판사/ 2013.03.12/ 467쪽

 

저자

최영철 : 1953년 전주 출생, 전주북중과 해성고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임. 새전북신문 상무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빛과 소금의 대표로 있다. 공직 시절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이 있으며, 저서로『회상 그리고 꿈』, 『한반도를 내 품에』가 있다.

 

줄거리

이 책은 경찰공무원을 2010년에 정년퇴임 한 후, 2012년 4월 3일부터 5월 26일까지 한반도를 걸어서 한 바퀴 종주한 경험담을 적은 책이다. 출발점은 필자의 고향인 전주 즉 전라북도 도청에서 출발하여 해남의 땅끝 마을 거친 후, 동해남부 구룡포의 호미곶을 돌아서 동해북부 거진항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휴전선을 따라 서해 북부인 김포에 들렀다가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출발지인 전북의 새만금 방조제 부안전시관에서 54일 간의 대단원을 맺는다.

이 과정 동안 걷는 것 외에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전거로 가는 방법도 택하지 않았다. 그가 걸은 길이는 무려 2,020킬로미터이며, 우리가 말하는 일반 단위로 환산하면 5천 50리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 삼천리라는 말과 비교가 된다. 오로지 한 발 한 발 걸으면서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바람이 불면 바람을 안고 국토사랑을 다짐하였다.

오랜 여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 중에 저자와 같은 생각으로 길을 나선 사람들이 더러 있었으나, 모두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었으며 국토 횡단 혹은 종단의 개념으로 순례를 하였다. 간혹 걷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어느 시간 동안에 특정 구간을 선정하여 걷는 것으로, 이런 일들을 엮어 놓으면 전국 일주가 되겠지만 저자처럼 쉬지 않고 한꺼번에 전국을 일주하는 경우는 없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행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으며, 이렇게 하는 것이 비록 작은 일이지만 국토사랑 나라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자신이 공직으로 있으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것에 대한 보답의 일부라고 하였는데,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사고가 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전해졌다.

 

전라북도 도청 현관에서 첫 발을 내디딘 4월 3일 오전 10시는‘2012 전북방문의 해’라는 슬로건을 배낭에 꽂고 홍보대사로 자처한 셈이었다. 그러기에 중도에 포기하면 국민에 대한 약속, 도민에 대한 기대 등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를 더욱 추스를 수 있게 하였다. 원래 목표하였던 거리는 2,100km로 70일 동안 쉬지 않고 매일 30km를 걷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는 도중 예상치 못한 난코스를 만날 수도 있고 몸이 아파 지칠 때도 있을 것을 감안하여 걸을 수 있을 때는 하루 40km이상 걷는 것을 세부 목표로 삼고 출발하였다. 실제로 가는 도중에 때를 놓쳐 끼니를 굶는 경우도 있었으며, 매번 몸에 충분한 영양을 보충할 식단을 먹을 수가 없어 빵으로 때우는 날도 많았다. 차분하게 앉아 거창하게 차려지는 식사를 기다릴 시간이 아까워 그냥 걸으면서 식사를 대신한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이 계획했던 날짜보다 16일이나 앞 당겨 달성하였으며, 마지막 날에는 일부러 시간을 조절해가는 여유도 찾았다.

가는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 해매기도 하였으며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도상훈련을 잘 하였으며 경찰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손에 쥔 것은 달랑 50만 분의 1 행정지도 한 장이었으니 실수가 자주 나타났다. 그러나 마땅히 물어 볼 곳이 없어 시골 파출소를 찾으면 경찰청홈페이지에 떴었다며 선배님의 무사 완주를 기원한다는 호의가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런 때는 자세한 길 안내는 물론이며 어디에서 어떤 주의를 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군에서 죽음의 코스로 알려진 천리행군은 모든 특수부대원들의 기피대상이다. 이 천리행군은 글자 그대로 천리에 해당하는 400km를 걷는 것인데, 이것을 10일 동안 하루 40km로 나누어 걷는 셈이다. 예전에는 더 심했었지만 요즘도 천리행군을 하면 발에 이상이 오는 것은 보통이며 심하면 탈진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깨에 맨 배낭과 개인화기의 무게를 더하면 저자가 맨 9.6kg의 무게와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군인들은 한창 때인 젊은이라고 보면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자처한 저자는 바로 직전인 2011년 10월 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부산 동래구에서 서울의 남대문까지 걸으면서 생각했던 여러 잡상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회상 그리고 꿈』을 펴낸바 있다. 그 때가 바로 2012년 1월 12일인데,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4월 3일 다시 길을 나선 것이다. 저자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자신과 한 약속 즉 언젠가 한반도를 두 발로 걸어서 한 바퀴 돌고 싶다고 말한 것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하였다.

 

첫 출발 당시부터 비가 와서 그랬는지 가끔 내리는 비는 옷을 젖게 만들었다. 비를 피한다고 우산을 받으면 시간이 더딜 것은 당연하며, 잠깐 쉬었다 간다면 몰라도 옷이 비에 젖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계속하여 걷고 걸었다. 하루 걷기를 마치면 젖은 옷을 세탁하여 말린 후 잠을 청하였고, 아침 동이 트면 바로 일어나 걷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떤 상황을 맞을 지 몰라 잠을 편히 잘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런 동안 저자가 취한 하루 수면은 대략 5시간 정도였으며, 아침은 보통의 식당이 문을 열기 전에 출발하므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방법을 택하였다. 점심은 12시나 1시에 먹기 부담스러우니 오후 3시나 4시 이후에 먹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저녁에는 밥을 먹으면 그날 하루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일과를 마치고 먹는 것이 저녁밥이었다. 말하자면 아침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걷고, 숙소에 와서는 세탁하고 하루 여정을 정리하면 12시가 보통인 나날이었다. 이 과정에서 66.8kg의 몸무게가 58.2kg으로 8.6kg이 줄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를 한 바퀴 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필요하다면 자동차로 돌아도 되며, 시간이 부족하면 조금씩 그리고 경치 구경도 해가면서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러나 한 번에 한 바퀴를 도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패기와 용기로 난관을 극복해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감상

언젠가 울트라 마라톤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죽음의 레이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극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이처럼 아름다운 극한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생활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어떤 학생들은 졸업을 미룬 채 계속하여 휴학을 하여 현재 학생인 것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취업하는 과정에서 졸업 후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에 현재 학생이라는 표현이 가장 긍정적인 점수를 얻는 다는 말이다. 세상을 바로 살지 않고 편법으로 살아가는 것을 느낀다. 이런 때일수록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취업에 관한 것이든 자신의 한계를 다스리는 것이든 긍정적인 부문에서 찾는 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쉬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았고, 먹는 시간도 아까워 걸으면서 먹었다는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하다 못하면 내일 해도 되며 조금 더 연장돼도 국내 최초 한 바퀴 완주자가 되는 것은 확실한데 굳이 무리해서 걸어야만 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자신이 목표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나만의 약속은 다른 사람이 모르기 때문에 느슨해지기 쉽다는 것을 역으로 꼬집어 조기에 초과달성하겠다는 신념으로 대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20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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