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말하는 독서
정기원/ 한국사립문고협회/ 2009.01.30/ 255쪽
저자
정기원 : 독서운동가로 한국사립문고협회 창립 멤버로서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전북도지부장을 맡고 있다. 도서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독서지도사를 배출하는 등 국민정서 함양에 힘쓰고 있다. 처음 사립문고를 설치할 때에는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전국의 사설 작은도서관 설립 및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꼭꼭 씹어 먹는 책 도우미』,『독서지도 길라잡이』, 공저로는『독서지도의 이론과 실제』가 있다.
줄거리
훌륭한 지도자 혹은 유명한 인사 중에는 독서를 아주 중요시 여긴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전쟁 중에 말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책을 읽었다는 나폴레옹은 52세로 사망하기 전까지 약 8,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또한 발명왕 에디슨은 정규 교육과정을 3개월밖에 받지 못하였으나 어머니의 노력과 독서를 통하여 세기의 발명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에디슨은 디트로이트 도서관이 문을 열자 제일 먼저 달려가서 독서 회원이 되었으며, 평생 동안 350만 쪽에 해당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보통의 책이 한 권에 300쪽이라고 가정하면 대략 11,600권이 된다. 이는 하루에 한 권씩 30년 동안을 읽어야 가능한 분량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도 유명하다. 주경야독으로 책을 빌려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마침 비가 왔는데 구멍 난 지붕에서 비가 새어 책이 젖어버렸고, 링컨은 책값으로 며칠 동안 일을 해 주었다는 일화는 유명한 고전이 되어있다. 그러나 링컨은 자신이 소유하는 책이 생겼다는 기쁨에 감격하였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책을 많이 읽은 성현이 있다.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세종은 핵을 읽으라고 건네받으면 그날 밤을 세워 100번을 읽고 100번을 썼다고 한다. 물론 지금처럼 두꺼운 분량이 아니니 그리 놀라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100번을 읽는 것도 모자라 100번을 썼다는 것은 책을 외우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가 하면 정약용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평생 동안 약 500권의 저서를 남겼다. 이 책들은 모두가 실용서로서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내용들이며, 생활의 지침이 되는 것이기에 더욱 놀랍다.
최근의 인물로는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윈프리와 세계 최초의 샴쌍둥이를 수술한 벤카슨을 꼽을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고정 시청자 1,500만 명을 거느리는 움직이는 기업 그 자체이며, 벤카슨은 대단히 어려운 수술을 성공시킨 사람으로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들 역시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난과 멸시를 받던 인물이었으나, 피난처로 선택되었던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은 후로 조금씩 인정을 받다가 점차 자신감을 얻어 세기의 인물이 된 경우이다.
예전에 독서를 권장할 당시에는‘남아수독오거서(男兒修讀五車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이는 사나이 대장부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도서를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요즘에는 학습에 남녀의 구별이 없으니 굳이 남아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또‘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내가 읽은 책을 소에게 짐을 지우면 소가 땀을 흘릴 만큼의 무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개인의 문제 혹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고, 어떤 조건이든지 상관없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하여 밥을 먹지만 그것은 육체적 양식일 뿐이며, 정신적 양식 즉 이상적인 가치는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또 입으로 먹는 밥에 너무 단단한 재료가 들어가면 소화를 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읽는 도서 역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거나 삶에 해로운 것이라면 읽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하루 잘 먹었다고 하여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굶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시로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서 역시 과거 어느 때에 많이 하였다고 하더라도 멈춰서는 안 된다. 한 번 물을 흠뻑 적신 수건이 언제까지나 마르지 않고 젖어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필요한 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채워 넣어야 비로소 적절한 대응책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의 많고 많은 책을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독서의 방법에 달려있는데, 다른 말로 독서의 기술이라고도 한다.
제1단계인 초급독서는 기초인 초보독서로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2단계는 점검독서로 주어진 시간에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띄엄띄엄 읽거나 골라 읽는 방법이다. 제3단계는 분석독서로 복잡하고 계통적인 독서로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제4단계는 신토피칼독서로 비교독서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주제에 관하여 2권 이상의 책을 연상지어 읽는 것이다.
독서에 관한 원칙을 따지자면 이렇다는 것이지만 일반인들이 모두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해로운 책은 읽기를 애써 삼가야 한다. 반대로 김득신은 『사기』에 나오는 ‘백이전’을 1억 1만3천 번 읽었다고 하는데, 특수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렇게 편독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하여는 우선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가장 좋다. 그렇다고 모든 가정이 각자의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는 없기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민 출신의 강철왕 카네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평생 동안 2,509개의 도서관을 무상으로 지어주었다. 그리고 운영은 각 지자체나 단체가 하도록 하였는데, 건물만 있지 내부에 채울 책 살 돈이 없어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다음이 학교 교육인데, 요즘에는 학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 10분 동안 각자가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른바 아침 독서운동인데, 하루를 책으로 연다고 하여‘북스타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간에 읽는 책은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서로 감상을 이야기 한다거나 평을 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독후감을 작성하지도 않는다. 글자 그대로 독서만 하여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업에서도 책으로 문을 여는 곳이 더러 있다. 그 대표 주자로 이랜드를 꼽을 수 있다. 나름대로 독서경영을 한다고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승진시험이나 사원의 평가에 독서를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경영자 자신이 독서에 대한 모범을 보여 선도하는 기업들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책을 읽히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국내 100대 기업 총수들의 30%에 해당하는 경영인들이 하루에 1시간 이상을 독서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300쪽의 책을 1주에 1권 읽는 것으로, 1년이면 50권을 읽을 수 있으며 10년이면 500권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책을 500권 이상 읽는다면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다다를 것이다. 그러나 1년에 100권을 읽는 경영자 역시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런 독서는 내가 지금부터 마음을 먹었다고 하여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 책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거나 어릴 적부터 독서에 대한 취미를 붙였던 사람들이라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서는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 가장 적합한 해석이며, 책을 통하여 자신의 삶이 바뀌는 체험을 맛 볼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홍대용은 책을 비유할 때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노정기(路程記)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며, 어떤 마음의 자세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노정기만 가지고 있을 뿐 실제로 출발하지 않으면 어떤 목적지에도 다다를 수가 없다. 이는 책을 읽었을 뿐 생활에 실천하지 못하면 아무 도움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내용을 파악하고 생활의 지침서로 활용하여야 한다.
독후감
독서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생활이 여유로워지기를 바란다거나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다면 책의 지혜를 빌릴 수도 있다. 어떤 지협적인 당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마치 솔로몬의 지혜와 같은 것 말이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을 당시에는 자신이 법대에 있는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하자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예를 들자면 가히 거짓말은 아닐 수도 있다. 설령 한두 권 읽지 않은 것이 있다 치더라도 대부분 읽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정도 분량을 독서해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나를 놀라게 한다. 심하면 2년에 3,000권 혹은 1년에 2,000 권을 읽는 사람도 있으니 그 끝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들은 주어진 책들마다 정독을 하면서 내용을 외우다시피 하는 것은 아니며, 주요 개념을 파악하되 놓쳐서는 안 될 부분만을 기억해내는 기술자들이다. 이른바 독서기술의 극치에 달한 사람들이다.
요즘 신세대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특성을 가졌다. 남보다 높은 성적을 받기 바라는 마음에, 유아기는 물론 태교부터 남다르게 가르치는 극성을 보인다. 그런데 정작 3세 미만의 영아기에는 교육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지 않다. 그것은 아직 말도 하지 못하며 글도 모르기 때문에 굳이 가르쳐 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습득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람의 두되는 우리가 방치하고 있는 시기 즉 3세 이전에 형성된다는 말도 있다. 내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다면 책을 읽히라는 것과 상통한다. 독서는 이렇듯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말하기를 자신이 죽을 무렵인 80년이라는 세월을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에 위하여 바쳤는데 아직까지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독서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내용을 잊어버리기 쉬워 안타깝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기 전에, 우선 책을 쉽게 접하는 것부터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영아기에는 책 읽어주기, 유아기에는 그림책, 초등학생 때는 그에 맞는 내용들의 책을 선택하여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어린 아이들이 스스로 양서를 선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면 좋겠다.
경제후진국도 좋지 않고 방위력 후진국도 듣기 싫지만 독서 후진국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 크게 어려울 것 없이 자신만 노력하면 해낼 수 있는 것조차 이루지 못한다면, 정말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두고두고 벗을 수 없을 것이다.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