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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숲이 있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4. 7. 2. 18:11

 

사막에 숲이 있다

2006년 10월10일 서해문집 초판 1쇄 발행.

 

저자 : 이미애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일요스페셜의 ‘성덕바우만’, 한국의 미, 사람과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썼다. 2002년도에 'TV 동화 행복한 세상‘으로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독립하여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개요 :

이 책은 인위쩐이라는 부인과 바이완샹이라는 남편의 이야기기 담겨있다. 이들은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마오우쑤 사막의 징베이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결혼초기부터 약 20년간에 걸친 사막의 개척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우리가 사막에서 살아보지 못한 이유로 사막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없으나, 봄에 잠깐 불어오는 황사바람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사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아무도 없이 단 한 가구 인위쩐 바이완샹부부만이 살아가며 겪은 고초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이런 사막의 악천후를 어떻게 극복하였으며, 어떤 노력으로 비옥한 토지를 만들었는지 전해주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목숨이 길다거나 때로는 한없이 강해진다는 것 외에도, 자기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장애물을 아주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기회로 삼으라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물론 거기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힘들고 괴롭더라도 참고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한 것은 다시 말할 나위도 없다.

 

사막 한 가운데 외딴 집에 버려지듯이 시집온 인위쩐은 그것이 인생의 종착역임을 느꼈을 것이다. 다른 이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림이 풍족하여 살아갈 만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외로이 시작된 생활은 인생을 절망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된 것, 밥을 먹는 것보다 굶는 날이 더 많으니 이보다 더 나쁜 환경은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고 환경을 개척하기에 이른다. 사막에 관한 지식과 그에 대처하는 것을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숫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는 대신, 다시 도전하고 더 노력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오지만 인위쩐 부부는 이것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넓은 면적의 사막을 무상으로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이 그랬다. 또 나무를 심기 시작한 15년 뒤인 1999년 우연한 기회에 기자에게 알려진 자신의 내용이 전국적으로 호응을 얻게 된 계기가 그랬다. 그러기까지에는 심어 놓은 묘목이 다 말라죽는 실패도 있었고, 아이를 유산하는 고통도 맛보았다. 때로는 태어난 아기를 보아줄 사람이 없어 발목에 끈을 묶어 집 기둥에 메어놓고 일하러 나갔던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였으랴.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 선 순간에 인위쩐의 일화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밥이라도 먹고 살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으로 시작하였고, 다음에는 사막을 벗어나 도시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약간의 돈을 벌기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러는 사이 자신이 이루어놓은 것이 대단한 결과였으며, 이것이 바로 사막을 개척하는 사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황량한 사막에 평탄한 길을 내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사막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을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더불어서 얻어지는 수확은 임업에 의한 목재수입과, 사막을 옥토로 만든 밭에서 수확하는 각종 채소수입이 넘쳐나게 되었다.

 

감상 :

사막을 숲으로 바꾸는 일은 분명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도 아니고 어느 단체도 아닌 개인의 힘만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에 양동이로 물을 날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무를 실어 나를 도구가 없어서 등에 짊어지고, 땅을 팔 도구가 없어서 삽으로 판 뒤 나무를 심는 것은 그다지 효율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어리석고 무조건적인 사람이라서 해낼 수 있었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막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해낼 일이고,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비록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하겠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유구한 역사가 존재한다고 본다. 누구나가 마음대로만 행동하고, 쉽고 편한 길로만 간다면 우리의 사회는 바로 붕괴되고 이내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는 얼마 전 개미잡기에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방안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개미를 보고 무조건 잡아 죽이게 되었던 것이다. 눈에 뜨이는 족족 잡는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 먹이를 놓아 유인하여 잡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개미가 쌀벌레를 잡아먹거나, 그 죽은 시체를 먹어 치우는 것을 보았고, 그것은 바로 각자의 위치와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일로 다시 느낀 점은 우리 일상에서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은 누가 하든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힘들고 고되거나, 어렵고 더러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 자체는 신성한 것에 틀림없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며,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나무도 생각이 있다면, 사막 한 가운데 심어놓고 정성으로 물을 주며 가꾸는 심정을 이해한다면, 뙤약볕을 이기고 죽지 않고 살아줄 것이다. 그것은 인위쩐부부가 나무를 살리는 것이 아니고, 나무가 인위쩐부부의 기를 살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이들 부부의 수고를 아는 많은 나무들이 살아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숲을 이루었다. 이제는 인위쩐부부가 걸어갔던 어리석은 길이, 바로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길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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