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김병만/ 실크로드/ 2011.08.10/ 255쪽
저자
김병만 : 전북 완주 화산면 태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다가 희극배우가 되기 위하여 상경하였다. 1996년 연극‘나 쫄병 맞아?’로 데뷔하였으며, 2002년 KBS공채 17기로 개그맨이 되었고,‘달인’,‘무림남녀’,‘불청객’,‘풀옵션’등에서 한국식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2010년 KBS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최우수상, 2009년 제21회 한국PD대상 코미디부문 출연자상,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상 TV부문 남자 예능상 등을 수상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줄거리 및 감상
김병만은 자신이 밝힌 것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시골 출신이다. 게다가 학력도 고졸에 얼굴도 잘나지 못했고 키도 158.7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김병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달인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김병만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가 노력한 것에 비하면 웬만한 것은 눈감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책 표지를 보면 김병만 자신의 콧수염을 직접 그리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 그림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런 분장을 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직접 그리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달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병만은 성공한 희극배우이지만, 그러기까지 그가 겪은 고난은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다. 라면 한 그릇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어 퉁퉁 불리기를 기다렸다가 먹는 것은 기본이고,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이불을 말아 붙이고 자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공원에서 노숙을 하거나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을 청소하고 객석에서 자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월셋방에서 보증금을 주는 월셋방으로, 조금 나아지면 전세로 그러다가 다시 월셋방으로 전전하는 것이 시골에서 갓 올라온 아무런 연고도 없는 무명 개그맨의 전형이었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식당일이나 품삯으로 받은 돈을 모아 보내주는 것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날은 아주 호사스러운 생활에 속했다.
그러나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한 가지 희망을 놓지 않았으니, 자신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희극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신념이었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나는 할 수 있다는 각오와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한 청년이었다.
그러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개그 지망생 후배들을 설득하여 자신이 사는 방으로 불러들이고 개그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는 것은 선배로서 극진한 후배사랑이라 할 수 있다. 훗날 그 후배들이 선배인 김병만을 잘 따르고 가까이 지내는 것은 모두 그의 인간다운 면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 소년을 돕자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멘토가 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느 누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하였다고 하면 눈시울을 적시며 공감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형편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접하더라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밥을 먹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글로 쓰인 것에서 감동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없고 못난 사람들의 말장난이나 글잔치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며 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자세로 살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최초 8개 기구의 타이틀을 머둑 석권한 여자권투선수 김주희양도 같은 내용이라 할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야말로 언제 보아도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승리자이다.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