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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꿈꾸는 세상살이 2014. 7. 6. 08:13

엄마 냄새

 

이현수/ 김영사/ 2013.02.28/ 291쪽

 

저자

이현수 : 고려대 심리학과 학사와 동 대학원 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전문가로 정신보건임상심리사로 활동 중이며,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심리검사 및 상담을 20여 년간 담당하였다. 현재는 힐링심리학아카데미 원장으로 있다. 이 외에도 부모교육훈련과 기억검사, 노인우울검사, 스트레스검사 등을 국내 표준화하였다.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연구하다가 기존의 교육방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심리학자 그리고 엄마로서 그 해법을 찾던 중 정신과 래원환자와 자신의 아이들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을 통하여 아이들 양육과 치료에 대한 책을 내게 되었다.

 

줄거리 및 감상

 

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되어있다. 먼저 1층은 호흡 및 체온 등 생명유지에 관련된 부분이며, 2층은 희로애락과 감정 그리고 욕구와 관련된 부분이고, 나머지 3층은 생각하고 판단하며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1층과 2층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어야 3층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점차 발달되어 가는 것이 정상적이고 안정된 구조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배 속에서 나온 뒤, 생후 2년간은 뇌신경을 싸고 있는 시냅스가 과잉 발달하여 성인의 2배에 달한다. 그리고 3년째 되어서는 생각해보니 필요 없는 부분도 있어 이를 과감하게 버리는 작업을 한다. 이때 부모와 아이는 서로의 신뢰를 돈독히 하면서 필요한 것만 남겨두게 된다. 그러므로 생후 3년간은 부모가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의 인격적 성격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단계가 잘 이루어지면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전두엽 즉 뇌의 앞쪽 부위가 폭발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이 시기는 10세부터 12세 사이에 완성된다.

 

매스로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생리적 욕구단계와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 및 애정에 대한 욕구, 자존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여기서의 생리적 욕구는 뇌의 제1단계인 생명단계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안전 및 소속감과 애정의 단계는 뇌의 제2단계인 희로애락과 감정 그리고 욕구단계로, 나머지 자존감의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는 뇌의 제3단계인 감정 및 충동을 조절하는 이성적인 판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기초 단계인 생명의 유지부터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모두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실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아이가 바람직한 성인 즉 훌륭한 사람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전적으로 엄마의 역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엄마들은 워킹맘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몰론 그 자리는 할머니 및 할아버지 혹은 육아 도우미로 대체되고 있으나, 모태에서 엄마의 심장 박동과 엄마 냄새를 맡으며 자란 아이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엄마 냄새 즉 엄마의 기억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낯설기로 나타나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말을 못하는 아이로서 울음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그런 아이들일수록 태중에서 엄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아도 된다.

 

저자는 유아에게 하루 세 시간의 접촉을 권유한다. 그러면 아이는 마음으로 안심을 하여 평온한 가운데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3시간은커녕 단 3분도 놀아주기를 회피하며, 자기가 돌아오기 전에 아이가 잠들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뇌 발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아이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라기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아원에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조용히 잠들게 하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분통해하는 엄마들도, 정작 자신이 아이를 돌볼 때는 약만 먹이지 않았을 뿐 어서 자라고 제발 보채지 말고 잠 좀 자라고 주문하는 일상을 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모가 애를 보면서 빨래하고 밥을 지으며 집안일까지 하기 바라는 것은 애시 당초 출발 자체가 잘못 된 것이며, 집단 시설인 유아원에서 내 아이에게 좀 더 특별한 관심으로 대하기를 바라는 것은 상식이 없는 희망일 뿐이다. 내가 내 아이를 기를 때에도 하지 못하는 것을 어찌 남에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자살률 세계 1위, 이혼율 세계 1위, 대학 진학률 세계 1위 등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적지상주의, 획일적인 주입식교육, 금전만능주의는 나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편견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그렇게 추구하는 1등이 아니면 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기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1등을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다른 분야에까지 1등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입 수능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은 수박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알지 못하며, 사법연수원에서 1등을 한 학생은 100미터 달리기를 1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다는 재벌의 회장은 어떻게 하면 라면을 맛있게 끓일지 알지 못하며,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라는 대통령은 카레이서가 즐기는 묘미를 알지 못한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 있으며, 그것은 다른 어떤 것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절대적인 존재감이 있는 것이다.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한심한 아이가 있다면, 그에게서 가장 문제가 되는 한 기대치만 없앤다면 바로 안심한 아이로 변하고 만다. 미취학기 아이는 어릴 적에 그냥 놀면서 배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 속에 사회성이 있고 협동심이 있으며, 상대방에 대한 사랑은 물론 자존감과 함께 자아실현의 방법마저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배우게 된다.

 

사람의 뇌는 1천억 개의 뉴런이라는 신경조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주위에 연결되어 영양을 공급해주며 상호작용을 하는 보조 세포는 무려 1조 개나 된다. 따라서 이를 정리하면 1천 조 개의 연결부분으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다. 이런 뇌는 컴퓨터로 말하면 6GB 영화를 17만 4천 개 저장할 수 있는 분량이다. 우리는 이런 아이가 젖을 떼기도 전에 유아원에 보내며, 영어학원에 보내고, 세상의 적자생존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처음에 언급한 뇌의 1층과 2층이 견실하지 못한 상태에서 3층을 올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며 제대로 세워지기도 전에 무너져버리고 만다. 이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뇌가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하거나 혼자 배우게 하는 것으로는 뇌의 충분한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그 시기는 오로지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숙명적인 관계로 얽히고 있다. 사람의 뇌는 다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나므로, 엄마가 계속하여 완성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하등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먹고 마시며 놀고 걸어 다니며 행동한다.

오리를 비롯한 일반 동물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동물을 자기 엄마로 생각하여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유아적 행동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해주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가 만 3살 이하인 때이다. 이때 뇌의 대부분이 다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웬수 같은 아빠를 닮아서가 아니라, 고상한 척하는 엄마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난다. 그러면 왜 꼭 엄마여야 하는가. 그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중에서 10개월 동안이나 같이 호흡하고 손발을 맞춰왔는데 이제 와서 나는 피곤하니 다른 사람하고 같이 사귀어보라는 것과 같은 이치로 아이의 뇌 발달에 혼란을 주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다른 사람이 엄마만큼 혹은 더 정성스럽게 가르칠 보장이 없는 데도 말이다. 여기서 가르친다는 것은 영어를 가르치고 사회 예절을 가르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뇌 발달 혹은 아이의 성격발달에 관련된 자아 성숙을 말한다.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아이는 학교에 가서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존감 세우기와 자아실현 욕구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릴 적에는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정상적인 뇌 발달의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에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도 사랑할 줄 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때의 사랑이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여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생활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이란 하나의 인격체를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 그 사람을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기 위하여 엄마는 아이를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만드는 일에 주저하면 안 된다. 이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부족한 인격체로 만들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그 방법을 모르거나, 아이보다 우선 급한 자신의 경제적 욕구를 앞세워 미루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부모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을 때에는 아이가 이미 적절한 뇌 발달 시기를 넘어 더 이상 부모가 필요 없는 때가 오고 만다. 효를 하고 싶어도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말은 잘 기억하면서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도 아이가 그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의 부모들이다.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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