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윤태영/ 2014.05.28/ 302쪽
저자
윤태영 : 참여정부의 청와대 대변인 및 제1부속실장을 역임하였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치인 노무현의 보좌관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이후 노무현과 철학을 같이 하고 생각을 공유하면서 정치적 행보를 나눴다. 노무현이 14대 국회의원에 낙선하면서‘여보 도와줘’라는 책을 낼 때에 집필을 도와주었으며, 노무현캠프의 외곽에서 방송원고와 연설 및 홍보물의 제작 등을 지원하였다. 이런 윤태영을 노무현은 항상 곁에 두고 모든 것을 기록하라고 하였다. 어떤 일에 있어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보이지 못할 일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지시가 따랐다.
줄거리 및 감상
이 책은 윤태영이 본 노무현을 기록한 것이다. 어떤 언행 하나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윤태영은 30년 동안 노무현과 같이 하였으니 그를 평가하는데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연설문이나 홍보물 작성을 담당했던 사람이라면 가히 판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그가 노무현에 대하여 인간적이고 사실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였다. 노무현은 항상 나보다 우리를 생각한 사람이었고, 개인보다는 국가를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 했던 일들을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중심제에서의 권력은 옛 왕조의 왕권에 버금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이 누려왔던 권력을 총리 혹은 해당부처에 이양하거나, 자신의 손에서 내려 국민에게 돌려놓겠다는 발상이 그런 면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한다. 한 예로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이쯤 되면 막가자는 말이지요?’정말 대통령이 한 검사에게 했던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말이 시중에 나돌았던 사건이었다. 이를 잘 곱씹어보면 대통령이 일개 검사에게 권위적이 아니라 평등한 인격체로서 대하다보니 검사가 신분상의 예의를 갖추지 않고 막나가는 말을 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대통령 같았으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그 검사를 해직함은 물론이며, 대통령 모독죄로 형사 처벌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 자리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뒤에도 어떤 조치나 신분상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일을 그냥 덮어둔 것이 화근이 되어 속된 말로 검사가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하극상이 일어났고 결국은 검찰의 칼날에 노무현이 베이는 형국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인간적으로 평등하게 대하는 대통령이 잘못 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적으로 대해 주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옆집 아저씨만도 생각하지 않은 검사가 잘못 한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무현에 대한 생각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를 폄하하며 그런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다. 그것은 아직도 억압에 의한 통치 혹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굴종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자세한 내용을 힘주어 강조하지 않고 있다. 그냥 평범하게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평가는 독자들이 하라는 말이다. 어떤 이유로도 강요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봉하마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봉하마을에 남고 싶어 사저를 지었을 때, 많은 언론에서 아방궁을 지었다고 떠들어댔다. 그런데 사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크기나 규모 혹은 자금면에서 크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보도를 할 때에는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가 어떤 규모이며 이번에는 어떤 규모인지, 주변 땅값은 어떤지, 건축비는 어떤지, 기타 효율성이나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대중성은 어떤지를 따져 비교하면서 아방궁이든 소방궁이든 떠벌였어야 했다. 그러나 나중에 일반인들이 나서서 규모를 밝히고 비용을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일반 사람들이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하면 그 정도의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알고 언론을 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 죽이기의 대표적인 예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끝까지 철저히 부정하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고졸 출신에게 대졸이 밀렸다는 열등의식과 괜히 주눅이 든 상태에서 자기 부정적인 염쇄의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대통령이 30m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 자살을 하였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자살이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상하여 미리 연습해보았다는 기사내용이 그렇고, 수행비서가 어떻게 하여 노무현과 거리가 멀어지자 목표물에서 멀어진 조직폭력배들처럼 놓쳤다고 보고하였으며, 절벽에서 뛰어 내렸는데 어찌하여 신발과 옷이 벗겨져서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무거운 머리가 먼저 바위에 닿았을 것인데도 미망인이 볼 적에 얼굴에 상처가 없이 평안히 잠든 모습이었다고 말하였으며, 바위에 부딪쳐서 많은 피를 흘렸을 터인데 주변에 핏자국이 없는 것이라든지, 인구 30만 명이나 되는 시의 가까운 병원을 마다하고 1시간이나 걸리는 부산까지 가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며, 남편이 죽었으면 먼저 부인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인 데 집안에 있는 부인을 부르지 않고 굳이 서울에 있는 현직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하였다는 것도 풀어보고 싶은 숙제다. 평소에는 일거수일투족을 상세히 생중계할 정도로 그렇게 많던 기자들이 어찌하여 유독 그날만은 단 한 사람도 자리를 지키지 않아 자살에 대한 내용을 아무도 기사화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찌하여 한 나라의 대통령 죽음을 두고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빨리 화장을 하여 흔적을 없애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 윤태영은 이런 세세한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 평범하게 노무현이 어떤 면을 강조하였으며, 평소 어떤 성격의 소유자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현직 대통령이나 당시 정치적으로 생각을 달리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부드럽게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다보니 내가 보기에는 좀 더 자세하고 좀 더 많은 내용으로 설명했어야 하는 부분을 그냥 넘어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들은 국가의 일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어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숨겨지거나 축소되어 발표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항상 모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므로,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발생하였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생명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 책도 좀 더 보완하거나 아니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은 책이 추가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도 하나의 보도성 자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앞서 많은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국민을 위하여 생각하고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그것은 내가 말하기 이전에 언론의 기본 사명이지 않은가.
20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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