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2
박경철/ 리더스북/ 2008.01.30/ 311쪽
저자
박경철 : 의학박사, 외과전문의로 서울과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외과를 맡았다가 40세가 되면 고향으로 오겠다던 어릴 적 친구들과의 약속대로 고향 안동으로 내려가서 신세계병원을 운영 중이다. 카페에서 증권에 대한 상식을 연재할 정도로 풍부한 인문학을 바탕으로 자신이 겪었던 의사로서 지켜야 할 인간적 도리를 풀어가고 있다.
줄거리 및 감상
아름다운 동행의 제1권이 의사로서 환자를 다루는 중에 제3자적 입장에 있었다면, 제2권은 출연하는 의사가 자신이 되어 직접 감정을 느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래 1권과 2권 모두는 의사로서 환자와의 관계 혹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생소하고 남의 속을 들여다보는 심정에서 많은 호기심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한 명의 의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이런 고충이 따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의사 중에서는 진정으로 의술을 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업적인 심정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의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세상의 모든 환자들 즉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일견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은 아직도 의사를 못 믿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차피 의료 행위야 자신이 못하니 의사에게 맡기기는 하지만, 그 마음까지 맡기느냐는 다시 물어보아야 한다.
어떤 약을 계속하여 처방하지만 차도가 없을 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어떤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지 알면서도 치료를 하기 위하여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예를 들면 그 약을 계속 먹는다면 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효과가 없으면 잠시 중단하였다가 다른 방법으로 처치하여야 하겠지만, 판단이 모호할 경우에도 빨리 치료를 끝내기 위하여 환자의 몸 상태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인술인지 의술인지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것 저런 것까지 모두 판단하여 내린 결론이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의사에게 주어진 치료에 대한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고유 권한이다. 이것은 검찰이 경찰의 어떤 조사보다도 더 우선하여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검사 기소주의 원칙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은 알면서 모르면서 의사의 처방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으려면 병원에 오지 말라는 말로 위협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인술을 펴는 의사로서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또 다시 이런 말까지도 환자를 생각해서 내린 말이라는 것은 역시 의사의 환자에 대한 치료를 위한 고유 권한이다. 이것은 세상의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싫다고 절이 떠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과도 같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의사는 대체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입장에서 많이 썼다. 그러면 환자도 마음을 열고 의사를 믿게 되며, 환자 자신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어 좋다는 말을 한다.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문제일 것이다.
내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듣는 말 중에 이 약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이 가장 듣기 싫다. 왜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면서 그 원인이 없다면 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 환자 자신이라고 말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 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는 말이 되는 것이다.
너는 네 몸이 그러하니 이 약을 먹어야 하고, 그러면 내일부터 죽을 때까지 이 약을 먹어야 하니 병원에 다니면서 돈을 쓰고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라는 말로 들리는 것이다. 물론 내가 주는 돈은 그 중 얼마 되지 않아 나 개인이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겠지만, 전 국민이 그런 입장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반면에 나는 요즘 한의사들의 설명에도 듣기 싫은 부분을 발견한다. 무슨 얘기만 하려면 허준선생님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이것은 이제 고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옛날 한의사가 부족하고 약방이 조금 있을 때에 물론 드라마나 소설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허준선생님이 진짜 목숨을 걸고 일궈낸 작품이 동의보감이다. 그런 동의보감을 지금 와서도 말끝마다 들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예전보다 얼마나 많은 한의사들이 있고, 예전보다 교통이 얼마나 편리하며, 예전보다 약초가 얼마나 풍부하며, 예전보다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많이 배출되며, 예전보다 얼마나 빨리 연구 실적이 보급되며, 예전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가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한의사들에게 허준보다 왜 못하느냐를 꼬집는 것이 아니라, 자칭 타칭 머리 좋다는 여러 한의사들이 그런 책보다 더 좋은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는지, 생각은 하였지만 돈이 없어서 쓰지 못하는지, 쓰고 싶지만 종이가 없어서 못쓰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신뢰를 가지고 병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든 할 것이다. 나에게 오는 환자가 진정으로 나를 믿고 왔는지 생각한 의사가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아니 오늘 아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저 환자는 나를 믿고 오는지 아니면 그냥 자신이 자신의 병을 고칠 수가 없으니 찾아 온 것인지 생각해 본 의사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냥 의무적으로 시간 없으니 빨리 오세요 하면서 이렇게 하면 나을 것입니다 하는 것 외에, 모든 환자를 대 할 때마다 이 사람이 나를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반문을 해 보자는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항상 매일 그리고 모든 환자에게는 아닐지 몰라도 자신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렸다. 아니면 그렇게는 하지 못하였지만 최소한 헤아리려 노력은 하였다. 그도 아니면 그렇게는 못하였지만 최소한 그렇게 노력하여야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은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 믿는다.
2014.08.09
'내 것들 > 독후감,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을 쫓는 아이 (0) | 2014.08.10 |
---|---|
김혜자의 작은 목소리 (0) | 2014.08.09 |
아름다운 동행1 (0) | 2014.08.09 |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0) | 2014.08.07 |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0) | 2014.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