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
김명엽/ 전북대학교20세기민중생활연구소/ 2012.05.07/ 239쪽
줄거리 및 감상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는 관직에 올랐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를 잘 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쓴 책이다. 우리 역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잘 판단하여 처신한 사람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전라북도 출신으로 조선시대에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잘 알아서 행동한 사람을 목산 이기경으로 삼아 지은 책이다.
목산은 전의 이씨로 선조는 오래 전부터 전주의 오목대 아래 지금의 한옥마을에서 살아왔으며, 1713년 숙종 39년 1월 11일 나주 도림의 외가에서 태어났다. 1734년 12월 결혼하였고 이듬해 2월 증광별시에 초시로 합격하였고, 1737년 9월에는 생원초시에 합격하였다. 이어서 1738년 2월에 진사회시에서 3등으로 합격을 하였고 1739년 9월 문과정시에서 갑과 제1인으로 합격하였다. 이처럼 학문에 뛰어난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관직으로는 성균관을 거쳐 예조정랑, 예조좌랑, 병조좌랑, 춘추관 겸사, 병조정랑, 태천 현감, 이조좌랑, 이조정랑, 사간원 헌납, 사헌부 장령, 장악원장, 동지사 서장관, 사간, 좌부승지, 우부승지, 호조참의, 강원감사, 의주부윤, 형조참의, 대사간, 승지, 충청감사, 황해감사, 대사간, 한성좌윤, 동지중추부사, 한성우윤, 동중추 등을 거쳤다.
곧은 성격으로 직언을 하였으며, 영조의 사람을 받았으면서도 그런 성격 때문에 미움을 받아 유배생활을 하였다. 전북 익산의 사천리(현, 마동에 해당)를 포함하여 해남 등 모두 4번의 유배와 복권을 거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조 시대에는 정조 음해라는 모함을 받아 유배생활을 하다가 죽었는데, 나중에 이런 억울함을 알아준 정조가 죽은 후에라도 복권시켜 주기도 하였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조선실록에 무려 70여 차례나 이름이 오른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기경의 학문적 고집은 자존심에 가까웠으니, 영조가 특별히 아끼는 마음으로 벼슬을 제수하니 이를 거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원래 제수란 특별채용의 형식이므로 정당하게 시험을 거쳐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이를 거절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관직의 제수를 거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의미도 있기는 하지만, 어떤 때는 자신의 학문적 혹은 의도하는 사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거절하여 왕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편이기도 하였다.
이기경 역시 이렇게 많은 제수를 거절과 수용의 외줄타기를 몇 차례 하면서 영조가 그의 성품을 인정하게 되었고, 상대방 혹은 다른 관료들에게도 그이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한 예를 들면, 안성군수로 있을 당시 겨우 4일이 지났는데 우윤에 특제되었다. 이를 두고 목산은 부당한 처사라고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켜본 반대파들의 부추김에 따라 임금의 명을 거부하였다는 죄목으로 금오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영조는 다음날 그를 석방하고 다시 등용하였다. 그러나 이때도 거푸 거절하자 모든 신하들이 놀랐다. 왕명을 거절하는 죄를 지었는데 사면은 그렇다 쳐도 다시 등용을 거절하는 중죄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영조는 목산을 두고 매우 현명한 사람으로 난진이퇴(難進易退; 나아감은 어려우나 퇴진은 쉽다,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안다)가 분명한 사람이니 그를 너무 강박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특별히 그를 불러 격려하였다.
당시에도 한 번 관직에 오르면 그를 놓치지 않으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상례였으며, 지금도 철밥통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신의 관직을 버리는 것은 물론이며, 목숨까지도 구걸하지 않는 직언과 소신은 그를 학자로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선비는 원래 학문을 하고 도를 정치에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대부가 있지만, 벼슬을 하는 동안에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또한 벼슬에 애착을 가져서도 안 된다. 다른 목적으로는 벼슬을 하지 않고 후학을 양성하는 처사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목산 이기경은 벼슬을 하게 되면 벼슬을 하되, 유배를 가면 글을 써서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였을 지도 모른다. 참 정치가 무엇인지, 참 학자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201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