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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6. 19:07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김경온 역/ 두레/ 203.04.01/ 135쪽

저자

장 지오노 : 1895년 남 프랑스의 소도시 마노스크에서 태어났다. 1929년 소설 언덕을 발표한 이후 자연 상태의 생활 속에서 대지와 인간의 합일을 꿈꾸는 작품을 내놓았다. 1970년 75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목신의 3부작』,『세계의 노래』,『지붕 위의 경기병』,『광적인 행복』,『앙젤로』,『연민의 고독,『소생』,『보뮈뉴의 사나이』,『언덕』,『세계의 노래,』『나의 기쁜은 영원하라』,『산 위의 전투』,『기분전환 없는 왕』,『노아』,『강한 영혼들』등 30여 작품을 썼다.

김경온 :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프랑스 파리 12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였다. 폴 발레리 연구로 문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줄거리 및 감상

이 소설은 작가가 태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나무 심기에 관한 내용이다. 알프스산맥에서부터 프로방스 지방의 방뚜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따라 거친 대지가 있고, 그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이야기이다. 내용으로 보면 작가가 숲에서 만난 어느 한 사람의 전기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지금 온통 개발로 범벅이 되어 있다. 개발이란 바로 자연의 훼손과 직결되는데, 예를 들면 매년 16만㎢ 즉 남한 면적 10만㎢보다도 더 넓은 원시림이 벌목되어 사라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2만 5천~ 5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되고 있다고 하나, 그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생존 전략 중 산업화 이후 급격하게 파생된 재앙이다. 이러다가는 동식물이 살아갈 수 없는 지구에서 인류의 목숨마저 장담할 수가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오늘도 자연의 파괴는 계속되며 지구의 종말도 빠르게 다가오고 말 것이다.

작가가 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3년 6월 아름다운 어느 날, 며칠을 걸어 산으로 긴 산책을 나갔으나 그곳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을 알았고 그나마 발견한 흔적이라고는 메마른 샘과 부서진 집들이 전부였다. 폐허가 된 마을을 떠나 다섯 시간을 더 걸어간 뒤에 드디어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홀로 나무를 심고 있었다.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말없이 양을 치며 혼자 살아가는 중 뜻밖에 찾아온 손님에게 말을 건네기보다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인데, 매사에 준비가 철저한 그러면서도 조급하거나 초라하지도 않은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도토리 씨앗을 고르고 골라 사막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가장 튼실한 것 100개를 심었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누어 일상을 희망과 기대 속에서 일상을 반복하였다.

전에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화전민이었고, 그들은 좋은 목재를 골라 숯으로 만든 뒤 도시에 나가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숲이 사막화되어 더 이상 먹고 살기가 어렵게 되자 서로 다투며 싸우면서 고향을 떠났다.

그럴 즈음, 1910년 처자식을 잃은 부피에가 55살의 나이에 산으로 와서 숲을 가꾸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산이 누구의 소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내가 심은 나무에서 열매를 딸 수 있을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버려진 땅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는 생각과 예전의 아름다운 숲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그래서 다시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만든다는 사명감 하나로 일을 하였다.

1915년, 저자가 베르됭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찾은 숲은 제법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주인공 부피에는 그때까지 계속하여 나무를 심고 있었던 것이다. 굵은 쇠막대기로 땅 속으로 깊이 1.5m나 되게 파고 씨앗을 심는 일을 반복하여 이룬 숲은 이제 누가 보아도 그럴듯해 보였다. 지난 8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단풍나무와 떡갈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를 심어 만들어 낸 기적의 산물이었다. 이때 주인공 부피에는 그동안 기르던 양마저 처분하고 벌을 쳐서 먹고 살았다. 양들이 어린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목숨 줄인 직업마저 바꿔버린 것이다.

1933년 숲을 발견한 삼림감시원은 숲을 망칠지 모르니 집 밖에서는 불을 피우지 마라는 충고를 하고 떠났다. 황무지에서 우연히 자생된 숲에 얹혀사는 부피에가 혹시 산불이라도 낼까봐 걱정되어서 한 말이었다. 그는 자연이 재생복원을 이렇게 빨리 완벽하게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말하였다. 그때 부피에는 75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12km나 떨어진 곳까지 매일 왕복하면서 너도밤나무 씨앗을 심고 있었다.

그 후 산림감시원의 보고를 받은 정부는 1935년 천연복원 숲 시찰단을 이끌고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이 숲은 나라에서 직접 관리를 하되 앞으로는 나무를 베어 숯으로 만드는 일을 이 숲에서만은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근래에 들려온 가장 좋은 소식이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여 목탄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길가에 멀리 떨어진 부피에의 숲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나무의 높이가 6~7m나 되는 숲이었지만 벌목과 그의 운반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89세인 1947년 바농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나무를 심기 시작한 1913년부터 어느덧 34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바라던 대로 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급기야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다시 찾아왔고, 3명이 살던 골짜기에는 더불어 들어온 사람들까지 합쳐 무려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정착한 마을이 생겨났다. 부피에는 가고 없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1953년 다이제스트에 처음 발표되었다. 부피에가 죽은 뒤로 6년이지만, 사실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부터는 무려 20년이나 지난 뒤였다. 저자 역시 이 작품에 대하여 많은 가필과 정정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알제아르 부피에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그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만약에 부피에의 행동이 숲에서 어떤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인 장 지오노가 책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발표 시기를 좀 더 빨리 서둘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 장 지오노는 서구의 산업화 독점시기에 이 작품을 발표하였다. 다시 말하면 세상은 산업화를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고, 일은 모두가 생산성과 경제적 논리로 통하던 때였다. 그런 세상에 감히 인간성을 요구하고 그보다 낮은 자연성을 요구하는 이 작품은 충격적이다 못해 반항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장 지오노가 떠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21세기 프랑스의 유명 작가 3명을 꼽으라면 그 속에 포함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누군가가 나 보고 사막에 나무를 심으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얼마나 아니 몇 시간이나 심을 수 있을까. 나무를 심는 동안 먹고 살기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하고 갈까.

황혼기에 30년이 넘도록 오로지 나무만 심은 사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면서 자신보다는 여러 사람을 위하여 수고하는 정신은 그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다만 자신이 직접 느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동양의 속담에 우공이산이라는 말처럼, 불굴의 의지와 실천력으로 기적 같은 희망을 만들어 낸 주인공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궁해야 통한다고 하였던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만이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주인공에 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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