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1년 24절기와 세시풍속

8. 월별 세시풍속 (7~12월)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7. 05:07

8. 월별 세시풍속 (7~12월)

 

7월의 세시풍속

7월에는 가을에 접어드는 길목의 입추(立秋)가 있고, 더위다운 더위는 사라져서 어쩌다 군데군데 조금 남아 있으면 처서(處暑)가 된다. 그러나 음력 7월은 양력 8월에 해당하며,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다. 따라서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는 일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한편 바쁜 농사가 잠시 멈춘 시기로 농부들도 나름대로 한가한 시간을 맞는 때이다. 7월 7일의 칠석놀이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데, 이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라서 서러움과 애틋함에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고 한다.

칠석의 시절 음식으로는 밀전병과 밀국수, 냉소면(冷素麵), 주악, 규아상, 영계찜, 어채, 열무김치, 밀설기, 증편, 밀전병, 복숭아화채, 취나물, 고비나물, 오이소박이 등이 있다.

또 7월 보름날이면 백중(百中)이라 하여 1년 중 바닷물의 높이가 가장 높으며, 혹시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만조(滿潮)로 수해(水害)를 당하는 시기이다. 다른 말로 백종(百種), 백중(白衆), 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망혼일은 백중의 시절 음식인 각종 채소와 과일, 술, 밥 등을 차려 놓고, 죽은 어버이의 혼을 부르는 날이다. 혹자는 불교의 우란분절에 백종(百種)의 음식을 장만하여 공양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여름의 고비에는 삼복더위가 이어지는데, 하지(夏至)가 지난 후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을 중복(中伏), 그리고 입추(立秋)가 지난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부른다. 이 셋을 통틀어 삼복(三伏)이라 하는 데, 이때가 가장 더운 시기로 개가 혀를 내밀고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늘어진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조선 이수광의 유작(遺作)으로 자손들이 엮어낸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복날은 양기(陽氣)에 눌려 음기(陰氣)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더위에 지쳐 있는 시기로, 허약해진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보양식(保養食)을 먹었다.

이때의 시절 음식으로는 육개장, 구장 즉 개장국, 삼계탕, 잉어구이, 오이소박이, 증편, 복죽, 제물닭칼국수, 호박지짐 등이 있다.

8월의 세시풍속

8월에는 벌써 1년 농사의 수확을 예고하는 달이며, 찬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와 가을의 중턱에서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 들어 있다. 보름이 되면 한가위라 하여 풍년 농사를 도와주신 조상께 감사하며 서로에게 배려하는 중추절이 기다린다.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로 추석(秋夕),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는 우리나라의 큰 명절에 속한다. 혹 가정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 설날과 동지에 제사를 지내지 못했더라도 추석과 한식에는 반드시 지내는 풍습이 있다.

추석에는 새로 수확한 곡식으로 각종 추석 음식을 차려 조상께 감사하고 성묘를 한다. 또 이에 걸맞는 행사가 있으니, 대표적인 것으로는 1년 중 가장 둥근 추석달맞이와 강강술래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시절 음식으로는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술, 그리고 햇과일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햅쌀밥, 토란탕, 가리찜 즉 닭찜, 송이산적, 잡채, 김구이, 송편, 배숙, 햇과실, 화양적, 지짐누름적, 율란, 조란, 송이찜 등이 있다.

9월의 세시풍속

9월에는 본격적인 수확의 계절로 찬 이슬이 내리니 빨리 서두르라는 한로(寒露)가 있고, 드디어 서리가 내리니 마무리를 하라는 상강(霜降)도 들어 있다. 이때를 놓치면 내년 농사에 쓰일 종자를 얻지 못한다거나, 수확이 줄어드는 등 많은 수고를 감당해야 하니 서둘러 수확하여야 한다. 이제 곧 시들어질 양기(陽氣)를 마지막으로 충전하는 중양절(重陽節) 행사가 있어 다가올 겨울의 음기(陰氣)에 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9일은 홀수로 양(陽)의 기운이 충만하지만, 9월이라는 숫자와 겹쳐서 극에 달한 때라 이른다. 또 9라는 숫자가 수 중에서 가장 큰 수이므로 양기(陽氣)의 극대를 뜻하여 중구(重九), 중광(重光), 중양(重陽)이라 하고,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 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선 순조 때 1879년 홍석모가 쓴『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는 가까운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전을 먹는 풍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옛 풍습인 등고(登高)가 전해온 것이라 한다. 특히 지금의 가을소풍도 이 등고(登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절 음식으로는 감국전, 밤단자, 국화화채, 어란, 유자차, 유자화채, 유자정과, 생실과, 국화주, 국화전, 도루묵찜, 호박고지시루떡 등이 있다.

10월의 세시풍속

10월은 겨울에 접어든다는 입동(立冬)이 있고, 이어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있는 달이다. 겨울에 접어들기 때문에 땔감을 장만하고 김장을 담그는 등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한 해 동안의 돌보심에 감사하여 제(祭)를 지내고, 내년 농사도 잘 도와달라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이 행해지기도 한다. 이런 10월을 시월상달이라 하여 고사(告祀)와 위로(慰勞)를 겸한다.

10월에는 예전의 고대로부터 내려온 상달고사(上月告祀)가 있다. 이는 1년 농사의 풍년에 감사하며 기복신앙의 표본이 된다. 지금도 새로운 물건을 사거나 집을 늘리는 등 커다란 변화가 있을 때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고사(告祀)를 지내는 풍습이 남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힘들여 지은 농사의 가을걷이를 끝내고 겨울준비를 하면서 감사의 고사를 지내는 때이다.

강화지역에서는 10월 20일에 부는 바닷바람은 매섭고 차갑다 하여 이를 피해서 뱃길을 나갔다. 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하며, 추위는 손돌추위라고 부른다. 또 각 가정에서는 말날(午日)이나 길일(吉日)을 택해서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하고 갖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가내(家內)의 안녕(安寧)을 관장하는 성주신(城主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한편 오래된 조상에게는 형편에 따라 택일을 한 후 문밖에서 한꺼번에 시제(時祭)를 지냈다. 이는 일가친척 종친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꺼번에 시제를 드리는 현재의 모습과는 약간 다르다.

10월의 시절 음식으로는 무오병, 감국전, 시루떡, 만둣국, 열구자탕, 변씨만두, 연포탕, 애탕, 애단자, 밀단고, 강정 무시루떡, 생실과, 유자화채 등이 있다.

11월의 세시풍속

11월에는 확실한겨울에 들어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이 있고, 겨울도 이제 한 고비에 달했다는 동지(冬至)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겨울의 차가운 기온을 느끼게 되니 주의하여야 한다. 이때는 넉넉하게 준비한 식량과 땔감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농한기를 맞는다.

동지는 24절기의 한겨울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세시풍속에서 한 해의 중요풍속으로 쳐주기도 한다. 이때는 팥죽을 끓여 장독대나 벽, 대문간에 뿌려 잡귀를 물리친다는 벽사(僻事)의 주술을 행한다. 팥죽은 중국의 풍습으로 동짓날에 죽어 염병을 전파하는 망나니 귀신이 살아생전에 팥을 싫어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동짓날은 ‘아세(亞歲)’라고 하여 민간에서는 ‘작은 설’로 통했다. 동지를 지나면서부터 점차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태양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며, 이를 기리는 축제나 각종 행사가 성행하였다. 따라서 동지(冬至)는 자연(自然)과 밀접한 농사일의 원년(元年)에 해당하므로 일부 국가에서는 동지를 설날로 삼기도 했다.

궁에서는 관상감에서 다음 해의 역세(曆歲)를 진상하면 왕이 사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를 동지책력이라 한다. 또 제주의 귤(橘)을 진상받은 기념으로 황감제(黃柑製)라는 고시를 열어 수석한 사람에게는 집을 한 채 하사하였다.

이때 먹는 시절 음식으로는 팥죽과 동치미, 경단, 식혜, 냉면(冷麪), 수정과, 전약이 있으며, 청어를 조상께 드리는 청어천신(靑魚薦新)도 있다.

12월의 세시풍속

12월에는 점점 추워진다는 소한(小寒)이 있고, 그 추위가 이제 맹위를 떨친다는 대한(大寒)이 들어 있다. 특히 이달은 1년 중 마지막 달로 섣달이라고 부르며, 마지막 가는 날을 아쉬워하는 그믐날 행사가 있다. 이날은 뜬눈으로 날을 새는 데 이를 제야(除夜)라 하였으며, 내일 맞을 설날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는 일로 바쁜 가운데 저무는 해의 귀신이 못된 짓을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일을 수세(守歲)라 하였다.

수세의 방법으로 방이나 마당, 부엌, 대문, 변소 등의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밝히고 날을 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잡귀의 출입을 막고 복을 받는다는 도교(道敎)적 풍속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편 섣달 그믐날까지 먹던 음식과 바느질을 포함한 모든 것들은 해를 넘기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저녁밥도 반찬을 남기지 않고 다 먹기 위하여 섞어서 비벼 먹는가 하면 밤늦도록 바느질을 하는 풍습이 전해졌다.

섣달은 ‘납월(臘月)’이라 하며, 동지가 지난 후 세 번째 미일(未日)를 납일(臘日)이라 한다. 그믐을 제석(除夕), 세제(歲除), 세진(歲陳), 작은설이라고도 불렀다. 이때의 작은 설은 내일이면 설날이 되니 그믐날은 버금가는 설날이라는 뜻이다. 사당에서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제를 지내며 성묘도 하고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또 집안 어른들과 일가친척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하였다. 이는 모두 지난 과거를 잊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일과 연관이 있는 것들이다. 이런 행사는 궁궐에서도 있었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묵은 잡귀를 쫒아내고 새해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연종제(年終祭)라 하였다.

제야에 먹었던 시절 음식으로는 비빔밥인 골동반, 만두, 떡국, 완자탕, 전골, 장김치, 적, 병, 주악, 수정과, 식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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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국의 해당 행사 사진 500여 장을 첨부하여 '선조들의 삶, 세시풍속이야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