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1년 24절기와 세시풍속

17. 단오 - 단오 음식, 궁에서의 단오, 단오와 현실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7. 05:56

17.5. 단오 음식

흥겨운 날에는 잔칫상이 빠질 수 없듯이, 단오절에는 화전놀이와 수리취떡이 유명하다. 수리치떡은 취의 일종인 수리취나물을 뜯어 만든 수리취떡의 잘못된 표현이며, 다른 말로 부를 때에는 수리떡이라고 해야 맞다. 수리떡은 쑥떡보다도 더 쫄깃쫄깃한 맛이 있다. 이때 만든 떡은 수레바퀴 모양으로 둥글었으며, 바퀴살 문양을 넣어 얇게 만드는 관계로 차륜병(車輪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수레바퀴떡이 변하여 수리떡이 되었다는 설도 전한다.

수리취로 떡을 하였는데, 수리취는 중국에서 산우방(山牛蒡)이라 부르며 이는 산에서 나는 우엉을 일컫는다. 반면에 밭에서 나는 우엉은 그냥 우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리취를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는 몸에 좋은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만든 약떡이 대신하기도 한다.

이때 사용된 수리취는 지혈작용(止血作用)을 하며 부종(浮腫)이나 각혈(咯血)치료에 효과적이다. 또 뿌리는 강장약으로, 당뇨병이나 위염 또는 십이지장궤양 치료에도 사용된다. 소화제나 구풍제(驅風劑), 탈모완화제로 쓰이며, 폐결핵과 폐렴 그리고 기침을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또 해독(解毒)이나 고혈압치료 등 두루두루 좋은 약재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에게는 약재(藥材)로 먹는 것보다 맛으로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화전(花煎) 놀이는 꽃잎을 따서 전을 부쳐 먹으며 춤추고 노는 것으로, 주로 진달래꽃잎을 사용하였다. 이때 모양이 비슷한 철쭉꽃은 사용하지 않았으니 이는 독성이 강하여 몸에 해로운 때문이었다.

한편 이때는 빨갛게 익은 앵두가 제철과일로 가정에서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따라서 단오의 차례상에는 갓 따온 앵두가 올려지고, 앵두편을 만들어 먹는 시절이다. 또 복숭아와 살구로 만든 떡인 도행병(桃杏餠)도 빼놓을 수 없는 단오 음식이다. 아이들 간식용으로 옥수수나 쌀을 튀겨 주기도 한다.

생선으로는 준치국과 붕어찜이 제철이며 준치만두도 유명하다. 이 밖에도 산에 가면 산딸기가 제 빛을 발하고, 밭에 가면 오디가 검붉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다른 간식으로는 아직 덜 익은 옥수수를 튀겨 먹거나 쌀을 볶아 먹는가 하면, 항간에서는 장을 담그기도 한다.

특히 제주지방에서는 보리를 빻아 만든 누룩을 이용한 기루떡, 곤떡, 새미떡, 인절미, 표적, 율적, 해어, 과실 등으로 제사를 지낸다.

6. 궁에서의 단오

단오풍속은 개인뿐만 아니라 궁궐에서도 전해왔다. 임금은 짚을 이용하여 호랑이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쑥 잎을 대고 비단조각으로 묶은 쑥호랑이 즉 애호(艾虎)를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

단오부채

임금은 초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부채를 나누어주었는데 이것이 단오부채다. 커다란 부채는 부챗살이 4, 50개나 되는 것도 있었는데, 대나무 부챗살에 옻칠을 하지 않은 백첩(白貼)과 옻칠을 한 칠첩(漆貼)이 있다. 백첩을 하사받은 신하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부채이므로 시원한 바람이 불도록 하기 위하여 주로 금강산 1만 2천 봉을 그렸고, 기생이나 무당들에게 전해졌을 때에는 버들가지나 복사꽃 또는 연꽃이나 흰 붕어 혹은 해오라기 등을 그렸다. 이때 최고의 상품으로는 전주부채나 나주부채가 꼽혔다.

단오부적

관상감에서 부적(符籍)을 만들어 궁안으로 들이면 문설주에 붙여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막도록 하였는데 사대부 집에서도 부적을 붙였다. 지금도 부채 장인(匠人)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제호탕과 옥추단

왕은 내의원에서 만들어 올린 제호탕(醍醐湯)과 금박을 입힌 옥추단(玉樞丹)을 하사(下賜)하여 신하들과 함께 들었다. 제호탕은 까마귀가 씨를 날라 자란 매실인 오매(烏梅) 즉 산매(山梅)와, 아주 작은 모래알인 사인(沙仁), 박달나무와 비슷하며 백색으로 불상을 조각하는 백단향(白檀香), 그리고 열매가 가지만 하고 씨가 굵으며 맛이 신 초과(草果) 등을 가루로 만들어 꿀에 재었다가 찬물에 타서 마시는 청량제이다. 여기서 사인과 초과는 소화제에 속하는 성분이었다.

옥추단은 음식을 잘못 먹어 갑자기 토하거나 설사를 할 때, 또는 더위로 지쳐 체하였을 때에 사용하는 상비약이다. 그런데 임금은 옥추단을 오색실에 꿰어 단오날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허리춤에 차고 다니다가 급할 때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재료들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여름철에 열기 즉 양기(陽氣)가 피부로 모여 몸의 내부가 차가워져서 음기(陰氣)가 퍼지는 것을 막아준다.

발영시(拔英試)

궁에서는 왕비가 단오 전날에 겹옷에서 홑옷으로 갈아입고 추석 전날에는 홑옷에서 겹옷으로 갈아입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면 내명부 여인들은 다음 날인 단오와 중추를 기하여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었다. 조선 세조는 이날을 기념하여 5월 10일 임시 과거를 치르니 이것이 바로 발영시다. 이때 등용된 인물 중에는 강희맹을 비롯하여 우리가 아는 신하들이 다수 있으며, 특별히 천거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경우 추가로 시험을 치르기도 하였다.

17.7. 단오와 현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옛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문화가 시대적 환경에서 서로 공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귀중한 단오풍습이 생활에서 자꾸 쇠퇴되는 느낌을 받는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각 지자체마다 부분적인 단오풍습이나마 재현하는 곳이 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오에 떠오르는 것은 단연 그네와 창포물에 머리감기다. 요즘 그네타기는 일부러 운동 삼아 재현하는 곳이 많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하루 반짝하는 행사에 그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상생활에서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사람은 아예 한 사람도 없다. 단오행사에서 체험으로 창포물을 만들어 놓고 체험객을 유치하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머리를 다시 감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창포는 수질을 정화하는 성질이 있어, 지방의 연못이나 밭가 어디에 가더라도 만날 수 있다. 단오의 옛 정취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창포를 널리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창포와 꽃창포를 혼동하기 쉬운데 꽃창포라 불리는 붓꽃은 꽃대가 마치 한 줄기 붓대 모양으로 곧게 올라오지만, 창포는 꽃대가 올라오다가 이리저리 가지를 치면서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꽃잎에서도 가장 밑에 달린 3개의 꽃잎은 서로 비슷한 형태를 취하지만, 두 번째로 달린 3개의 꽃잎은 창포가 아주 작고 수평을 바라보는 반면 꽃창포는 아주 커서 처음에 달린 3개와 비슷한 크기이며 하늘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에 달린 3개의 꽃잎 역시 창포는 약간 작은 크기이며 꽃창포는 대체로 아주 크게 달린다.

전국적으로 규모나 내용면에서 가장 잘 보존되었다는 강릉단오제는 1967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2005년 11월 25일에는 유네스코지정 세계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에 등록되었다. 남들도 인정해주는 우리의 고유 문화유산 단오절 행사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후손에게 잘 보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시끌벅적한 시골 단오장(端午場)에서 엿판을 끼고 엿치기를 하던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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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국의 행사 사진 500여장을 첨부하여 '선조들의 삶, 세시풍속이야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