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1년 24절기와 세시풍속

22. 추석 - 추석의 먹을거리, 추석과 현실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7. 15:21

22. 추석

 

22.3 추석의 먹을거리

추석에는 햇벼를 비롯하여 각종 실과(實果)가 익기 시작하므로 시절음식에도 변화가 있다. 햅쌀로 밥을 짓고 떡을 하고 술을 빚는다. 햅쌀이 없으면 이른 벼를 조금 거두어 송편을 만드니 이것이 바로 ‘오려송편’인데 다시 말하면 이것도 틀림없는 햅쌀송편인 것이다. 송편 속에는 햇콩과 햇돔부, 햇참깨, 햇밤 등을 넣는다.

송편(松䭏)이라는 말은 떡을 찔 때 솔잎을 깔고 찌었던 데서 유래한다. 솔잎은 향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방부제 역할을 하여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여 자주 활용되었다. 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기에 송편의 모양도 달을 본떠서 만들었던 것이다. 한편 새로 수확한 쌀로 술을 빚으면 그것이 바로 백주(白酒)요 신도주(新稻酒)다.

신도주는 차례(茶禮)를 지낼 때 사용하고,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음복(飮福)하여 조상의 은덕(恩德)을 받는 행사에 사용된다. 후손들은 자연스럽게 조상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고 효를 행하는 근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해 농사를 지어 가장 풍성하게 거둬들인 것이 바로 햅쌀인데, 이것으로 송편 외에도 무나 호박을 넣고 시루떡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집에서는 찹쌀가루를 쪄서 떡을 만들어 볶은 검은콩이나 빻은 콩가루 혹은 참깨를 묻혀 인절미를 만들기도 한다. 이 인절미(引餠)는 추운 겨울에 먹는 것이 제격인데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송편과 함께 가을에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단자〔栗團子〕혹은 율란(栗卵)을 먹는데, 찹쌀가루를 쪄서 계란 형태의 둥근 떡을 만들고 삶은 밤을 꿀에 개어 바른 것으로 현대의 밤빵과 유사하다. 지역과 형편에 따라 밤 대신 토란으로 단자를 만들면서 토란단자가 생겼다.

나물로는 숙주나물, 산채로는 송이산적과 송이찜, 송어회, 그리고 토란국을 추석절의 대표 음식으로 꼽는다. 토란은 알칼리식품으로 명절 때 많이 먹고 배탈이 나거나 변비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약용(藥用) 음식이었던 것이다. 토란은 독성이 강하여 끓는 물에 우려낸 후, 원하는 조리를 하여야 한다.

한편 다가올 겨울을 위하여 호박과 무, 가지 등을 썰어 말린 것들도 풍부하다. 고급 음식으로는 쇠고기와 느타리버섯 외에 갖은 양념으로 산적을 만든 화양적(華陽炙)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과실도 많아 밤, 대추, 감, 배, 사과 등이 풍부하며, 특별히 배로 만든 수정과 즉 배숙(梨熟)을 만들어 먹었다.

또 복쌈도 있는데 이는 구은 김으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이다. 여러 과실 중에 최고 어른은 역시 대추다. 이름도 대추로 어른스런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그 생김세도 쭈글쭈글한 것이 마치 노인의 주름살과 같아 보인다. 대추는 다른 꽃들이 모두 피고 진 후 주위를 살펴보며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여 추석날 오전까지 핀 꽃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는데, 그만큼 늦게 피고 늦게 여문다는 얘기다.

추석에 장만하는 차례상은 설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계절적인 요인으로 생산되는 나물이나 과일이 다르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다. 상차림으로는 맨 바깥쪽에는 과일류처럼 그냥 자연에서 얻은 것, 다음은 자연에서 가꾼 채소류, 다음은 자연에서 얻은 후 일정한 공력을 들여 만든 적과 한과 등을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밥과 국 그리고 물을 놓는다. 그 외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으니 특별한 공력을 가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는 홀수로 맞춰 놓았다. 예를 들면 땅에서 음(陰)의 기운으로 자란 밤 대추 등의 과일 그릇은 양의 수인 홀수로, 인력이 많이 들어간 각종 나물류를 담은 그릇은 음(陰)의 수인 짝수로 놓아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적(炙)과 같이 자연의 힘에 사람의 공력을 곁들인 경우는 특별히 어느 한쪽에 치우쳤다고 말할 수 없으니, 이런 절차들도 모두 따지기는 어렵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제사를 모시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밥상이므로 살아 있는 사람이 받는 밥상과는 반대의 형식을 빈다. 예를 들면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산 사람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밥과 국을 놓고 다음에 수저와 젓가락을 놓는다. 그러나 제사 혹은 차례의 경우는 먼저 왼쪽부터 수저 젓가락을 놓고 다음에 국과 밥을 순서대로 놓는다. 이때 제사상을 받는 사람이 혼자가 아닌 부부이면 그 두 사람의 음식 중앙에 수저와 젓가락 2벌을 놓는다. 밥을 다 먹고 나면 물을 마시듯이 제사상에도 물을 올리는데 이때는 부부이므로 하나의 물그릇만 중앙에 놓고 각각의 숟가락으로 밥을 약간 떠서 물에 넣은 뒤 숭늉처럼 만든 후 숟가락을 담가놓으면 된다.

22.4 추석과 현실

중추절(仲秋節) 즉 8월 한가위는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名節)에 속한다. 설날이 추운 겨울에 있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반면, 추석은 활동하기에도 좋고 먹을거리도 풍성하여 글자 그대로 풍성한 명절이 된다. 예전부터 전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힘든 농사일도 끝나가고 많은 수확으로 기쁨을 누리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곡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과 같이 모두가 여유롭고 느긋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때이기도 하다.

추석이 되면 지금도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자기가 애써 길러낸 곡식을 서로 나누고, 그렇게 풍년이 들도록 도와주신 조상님께 감사의 차례(茶禮)를 지내려는 행렬(行列)이다. 차례는 원래의 제사(祭祀)에 비해 약식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제사와 차례가 서로 비슷하게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데, 여름내 장마에 풀이 우거진 것을 깨끗이 잘라주는 것을 벌초(伐草)라고 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추석이 오기 한 달 전쯤에 미리 애벌벌초를 하고, 추석이 다가오면 정식벌초를 하여 효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꼭 벌초를 두 번 혹은 세 번한다고 하여 효심이 많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효성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살아생전에 드리는 효성(孝誠)이 더 필요한 것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자주 안부를 전하지 않는 것은 바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부모는 무소식이라는 소식을 들어야만 비로소 무소식이 희소식이 되는 것이다. 잘 있으니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잘 있으니 아무 일이 없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정반대의 일인 것이다.

추석에 찾아뵙는 것, 명절에 찾아뵙는 것,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있어 찾아뵙지 못할 때에는 그렇다는 소식을 전함으로써 찾아뵙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더불어 불요불급한 모임은 자제하여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건강에 유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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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국 행사 사진 500여장을 첨부하여 '선조들의 삶, 세시풍속이야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