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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지역별 전통음식 - 경상도, 제주도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7. 15:40

26. 지역별 전통음식

 

9 경상도

경상도는 남해와 동해에 넓은 어장을 끼고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고, 낙동강 주변을 비롯한 농토가 많아 농산물의 수확도 풍성하다. 경상도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물고기를 그냥 고기라고 부를 만큼 생선을 제일로 치며, 따라서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하였다.

음식은 눈으로 보는 멋을 내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대신, 맛은 입안이 강한 인상을 줄 정도로 맵고 소금 간도 세다. 따라서 경상도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이다. 경상도는 국수를 즐겨 먹으며 잔칫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으로, 혼인을 물어보는 자리에서는 언제 국수를 먹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때의 국수는 모양이 긴 만큼이나 길게 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표 음식으로는 아구찜, 따로국밥, 애호박죽, 조개국수, 추어탕, 곰탕, 토란줄기찜, 콩잎김치, 당귀장아찌, 더덕장아찌, 단풍콩잎장아찌, 유과, 칡떡, 안동식혜, 해물잡채, 장어조림, 부추김치, 파김치, 찹쌀부꾸미, 재첩국, 대구탕, 벌떡게장, 구포국수 등이 있다.

안동식혜

안동은 오랫동안 유교문화를 계승해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보수적인 곳이다. 따라서 이 지방의 풍습과 음식에는 옛날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안동식혜는 보통 식혜와는 달리 찹쌀을 쪄서 익힌 후, 엿기름물에 삭힐 때 헝겊에 싼 고춧가루를 넣어 붉은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무를 채 썰거나 납작하게 썰어 넣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특산물이 되었다. 식혜는 엄동설한에도 차게 해서 먹으면 더욱 좋다.

건진국수

건진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서 반죽한 다음 살을 얇게 민 후, 가늘게 채 썬 것이 특징이다. 일종의 칼국수에 해당하지만 좀 더 가는 것이 차별화되었다. 끓는 물에 삶아 건진 후, 따로 준비해서 식혀둔 멸치장국에 말아내면 된다. 여기에 고명으로 쇠고기 볶은 것과 지단을 얹어내는 것으로 안동 지방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헛제삿밥

안동은 유교문화가 잘 보존된 양반의 고장으로 통한다. 그러기에 이곳에서는 숱한 제사가 존재하였고, 거기에 맞는 음식들이 발달하여왔다. 예로부터 제사를 지낸 음식은 이웃 간에 나누어 먹음으로 액땜을 하면서, 복은 두 배로 나눈다고 믿어왔다. 그러기에 흉년이 들어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한 경우에, 부잣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았음에도 마치 제사를 지낸 것처럼 하여 여러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이것을 헛제삿밥이라고 하는 데, 먹는 사람이나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지낸 제사가 아니라 거짓제사였다는 것을 모르게 하는 것이 관건(關鍵)이었다.

그러나 이 헛제삿밥은 하나의 음식이라기보다는 오랜 습관에 따른 아름다운 풍속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상도비빔밥

경상도비빔밥은 오색나물과 고명을 화려하게 얹어 화반(花飯)이라고도 한다. 계절에 따라 많이 나는 채소를 모두 숙채로 준비하였다가, 무칠 때에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주물러서 무쳐 맛을 내던 비빔밥이다. 원래 비빔밥은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차려 놓았던 제물들을 한데 모아 비벼서 먹던 것에서 유래한다. 또는 섣달그믐에 먹다 남긴 음식물은 그해를 넘기지 않도록 한데 모아 모두 먹어 치우는 골동반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경상도 비빔밥은 특히 진주 지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진주에서는 이와 더불어 메밀국수에 밤과 배를 채 썰어 넣고, 갓 만들어낸 두부까지 얹은 진주냉면도 유명하다.

미더덕찜

미더덕은 우렁쉥이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찜이나 찌개에 곁들여 먹는다. 미더덕을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끓이고, 찹쌀가루를 푼 후 고춧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한 찜을 미더덕찜이라 하는 데 마산 지방에서 유명한 음식이다.

이와 더불어 아귀찜도 유명한데, 아귀는 입이 크고 살결이 매끄러우며 비늘이 없는 생선이다. 예전부터 비늘이 없는 생선은 생선 축에도 들지 못하여 최근까지 버려지거나 사료용으로 쓰던 생선이었으나, 요즘은 별미로 등장하면서 값도 비싸지면서 물건도 귀해졌다. 그러나 아구찜 혹은 아귀찜은 원래 군산에서 유명해진 음식으로, 전국적으로는 지금도 군산아귀찜을 빼놓지 않는다.

파전

동래는 근처의 기장에서 나는 파와 언양에서 나는 미나리를 주재료로 하고, 조개와 굴, 홍합, 새우 같은 싱싱한 해물들을 넣어 부친 파전이 유명하다. 파를 철판에 수북이 쌓은 다음, 그 위에 해물을 듬뿍 얹고 서로 엉겨붙도록 쌀가루를 풀어준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서 두툼하게 됨으로 충분히 익힌 다음 뒤집어야 하며, 거의 익었다고 생각될 때 계란을 풀어 지져내면 된다.

파전은 어느 지역을 따지지 않고 전국적으로 즐겨 먹었지만, 특히 동래파전이 유명한 것은 두툼하게 쌓은 파가 푸짐하여 차별화되었다.

추어탕

경상도식 추어탕은 해감시킨 미꾸라지를 무쇠 솥에 넣고 푹 삶은 후, 나무주걱으로 으깨어 뼈를 걸러내고 순수한 고기 국물만 다시 끓여낸다. 이때 배추 속, 부추, 숙주나물, 파, 토란줄기, 고비나물, 애호박, 고사리 등을 적당히 넣고 끓인 다음, 풋고추와 마늘 다진 것, 막장, 간장으로 간을 한다. 추어탕을 먹을 때는 입맛에 따라 양념을 추가하기도 하는 데, 경상도에서는 산초가루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산초는 맛이 강하여 많이 넣으면 추어탕 본래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먹는 입맛에도 거부감이 생기므로 그 양에 주의하여야 한다.

구포국수

구포는 양질의 밀이 수입되던 포구로, 인근에 커다란 제분공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그리하여 예전부터 국수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였으며 시장이나 노동판에서 허기를 달래는 음식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전라남도 영광의 법성포에서 말린 조기가 영광굴비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통하듯이, 적당한 염분과 햇볕을 담은 바람이 불어오는 구포에서 말린 국수는 쫄깃쫄깃하여 독특한 맛을 더했다. 한때는 골목마다 빈터마다 국수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마치 염색한 옷감을 널어놓은 듯 장관을 이루었다.

재첩국

낙동강 하류와 섬진강 중류에서 많이 잡히는 재첩을 원료로 하여 끓인 국이다. 맑은 국물에 시원한 맛까지 더하여 먹기에 부담이 없는 음식으로 통한다. 여기에 부추를 넣지만,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간을 보한다 하여 숙취 해소용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새벽마다 재첩국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가 찹쌀떡이나 메밀묵 혹은 두부를 사라는 소리처럼 흔하게 들리던 때도 있었다.

따로국밥

대구 지방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맵게 만든 육개장을 말한다. 다른 말로 대구에서 유래하였다고 하여 대구탕이라 하기도 하는 데, 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고 하여 따로국밥이라 부른다.

여기에 사용되는 재료는 생선을 지칭하는 대구가 아니라, 쇠고기의 양지머리나 사태를 푹 고은 후 토란대와 고사리, 배추 등을 넣은 것이다. 이때의 대구탕은 맛이 진하고 매운 것이 특징인데, 보통의 국밥이 국에 밥을 말아 내놓던 것에 비하여 따로 낸 데서 비롯하였다.

부추김치

부추는 경상도 지방에서 많이 나는 채소로, 솔 혹은 소풀, 정구지라고도 불린다. 멸치젓으로 절여내면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난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넣어 맵게 하면 여름철에 훌륭한 반찬이 된다.

부추는 영양가가 높고 맛이 독특한 향신료 채소에 속한다. 마늘과 비슷한 강장 효과가 있고, 열이 많고 잎이 연해서 상하기 쉬우므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주무르면 망가져서 풋내가 나며 모양도 좋지 않은데, 소금에 절이지 않고 젓국만으로 담그는 것이 특징이다.

예부터 추위를 이기고 올라온 봄 부추는 쇠고기에 뒤지지 않는다 하여 각광을 받았으며, 부추전이나 오이김치 혹은 도라지김치를 담글 때에도 사용되는 우수한 약용 식재료이다.

굴떡국

경상도의 떡국은 끓일 때 쇠고기를 넣는 대신 멸치국물을 내어 끓이는데, 이런 방식은 다른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나 여기에 굴을 넣고 끓이는 것이 특색이다.

멸치는 뼈째 먹을 수 있어서 단백질과 칼슘 등 많은 무기질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임산부나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굴을 넣음으로써 싱싱한 바다 냄새를 포함하여 영양까지 풍부한 굴떡국이 되는 것이다.

대추징조

대추를 쪄서 부드럽게 한 후 설탕과 조청을 넣고 끓여낸다. 여기에 볶은 참깨를 뿌리면 훌륭한 후식이 되는데, 경상도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참깨에는 리놀렌산과 비타민E가 많아 피부의 건조를 막아 주며 습진이나 무좀, 옻과 같은 피부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이와 더불어 대추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과실로 냉증치료와 내장기능의 회복을 도와준다. 날카로워진 신경완화에 좋고 피를 보(保)하는 식품이다. 따라서 삼계탕, 약밥, 쌍화탕 등과 같이 몸을 보하는 음식에 많이 활용된다.

벌떡게장바닷게를 큼직하게 토막낸 후 양념장을 부어 만든 것이다. 오래 두고 먹으면 살이 삭아서 물이 되어버리니 오랫동안 보관하지 못한다고 하여 벌떡게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침 게가 살아서 벌떡 일어날 때 먹어야 한다는 말과, 맛좋은 게를 두고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은 벌떡증이 나서 빨리 먹어야 한다는 말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10) 제주도

제주도는 화산발생 지역으로 자연적 조건상 쌀의 생산은 여의치 못하며, 주로 콩과 보리를 비롯한 잡곡, 그리고 고구마와 감귤, 자리돔, 옥돔, 전복 등이 많이 생산된다. 제주도의 음식은 섬 지방답게 해초류가 주를 이루며, 바닷고기도 가끔 등장한다.

제주도 지방의 음식은 재료가 가지는 고유의 맛을 살리고, 많은 양을 하지 않으며 제때 만들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양념도 많이 하지 않고 부재료 역시 여러 가지를 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만큼 더운 지방답게 음식의 간이 짜며, 부지런한 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표 음식으로는 자리물회, 옥돔구이, 고사리국, 양애산적, 미역죽, 닭죽, 돼지족탕, 전복죽, 전복회, 전복김치, 소라회, 고사리전 등이 있다.

자리물회자리돔은 작고 까만 도미류의 일종으로, 회를 뜨고 물에 섞어 먹을 수 있는 생선을 말한다. 자리돔을 잘 씻어 뼈째 잘게 썬 후, 깻잎과 부추, 풋고추 등을 넣고 된장과 간장으로 양념하여 끓여내도 일품이다.

자리돔은 고소하면서도 비린 맛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생으로 회를 치기도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하여 굽는가 하면 젓을 담아도 하나의 음식이 된다.

옥돔구이옥돔은 제주도에서 나는 생선으로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옥돔은 제주도에서만 특산물로 아주 귀한 생선으로 알아준다.

옥돔구이는 옥돔을 바닷바람에 말린 후 구워서 먹는 음식으로 별미에 속한다.

고사리국날고사리를 삶아 우려내어 독성을 제거한 다음, 돼지고기를 별도로 삶아 낸다. 고사리는 파와 마늘, 후춧가루를 섞은 양념과 버무려 낸다. 돼지고기는 삶았던 물에 다시 넣고 끓이다가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만드는 데, 다 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미리 건져낸 고사리를 썰어 넣는다. 양념으로 사용되는 소금은 간수를 제거한 것이어야 요구하는 맛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고사리는 화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제주도의 고사리가 유명하다. 이런 고사리에 계란을 풀어 넣고 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양애산적양애와 양고기를 양념한 다음 꼬치에 꿰어 구워낸 음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양애는 생강과에 속하는 채소로 ‘양아’라고도 하는 데, 원래는 양하(蘘荷)가 표준말이며 다년생 다육질(多肉質) 풀로 번식력이 강하다. 꽃은 여름에 피는 종과 가을에 피는 종이 있는데 꽃이삭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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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국 행사 사진 500여 장을 첨부하여 '선조들의 삶, 세시풍속이야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