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것과 잘하는 것
우리는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여야 끝을 보게 된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거든 그것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분석한 다음,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계획을 세었을 뿐 시작을 하지 않으면 끝을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며,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른 일들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하는 것이 좋은지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을 시작 한 후, 진행과정에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처음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 일을 시작하였다하더라도 진행과정을 파악하여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경우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으며,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다.
한편, 모든 사람들은 처음에는 잘 하려고 시작하였으며, 나는 어떻게 하여 어떤 목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정작 일은 벌여놓았으나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대신 새로운 일을 벌이려는 경향도 있다. 모든 것이 의도했던 대로 잘 될 것이라는 혹은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내년 6월 4일에 지방선거가 있다. 지금쯤 여러 예비후보들은 부푼 꿈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익산시의 발전을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민들을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 각도에서 고민 중이라는 얘기다.
한편, 현재 지방자치제도의 선출직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다. 4년 전에는 자기도 어떤 계획을 시와 시민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인지 피력하였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선출직으로 뽑힌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4년이 지난 지금, 시민이 생각하는 결과는 어떤가. 처음 기대했던 것에 대한 달성도는 어느 정도인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추구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이해가 갈만한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의 호응을 얻을 것인가. 진정으로 시와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쳤는가 아니면 잘못 된 것을 알면서도 그냥 밀어붙이지는 않았는가 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리더는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역효과는 막아야 한다. 역효과라는 것은 처음 시작하지 아니함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알았을 때에는 즉시 멈추는 결단력도 필요한 것이다.
대원군 이하응이 새로운 조세를 걷어 경복궁을 짓는 것이라든지, 처음에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발생된 것이라는 것을 면하기 위해 국민의 성금을 모아 불에 탄 숭례문을 복원하겠다는 것 등은 잘못 된 것이다. 게다가 복원을 졸속으로 하여 본래 문화재가 가진 기능을 잃어버린 것 등은 시작하지 아니함보다 못한 것이다.
새로운 리더로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계획과 실천, 그리고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중간에 항상 점검하면서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잘못 된 경우는 즉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두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의롭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보편타당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계획에 후한 점수를 받아 당선이 되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만 그렇게 하여 시민들을 속여서 얻은 결과일 수도 있고, 처음에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으나, 여러 환경에 싸이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 우리는 최근 5년간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런 것을 많이 경험한 바가 있다. 처음에는 대운하라고 하였다가,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자 대운하는 없고 4대강 살리기라고 하였던 것이라든지, 4대 중증 질환치료비 지원이나 노인복지 항목 중 기초연금 일률지급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내년 6월이면 우리와 함께 할 지방자치제도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말하는 이의 언변에 속지 말고, 달콤한 유혹에 속지 말고, 내 손에 들어오는 작은 금전에 현혹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는 계획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난 지도자들이 공약하였던 내용을 얼마나 잘 지켰는가이다. 거기다가 무조건 추진하여 일을 끝냈다는 것보다는 모두에게 필요한 사업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 사업을 하였는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 무슨 일이든 일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문제를 만나 주저앉거나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시민들이 보아 그럴만한 경우에만 허용될 일이다. 그럴만한 일인지 아닌지는 시민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따져 점수를 주는 것은 시민들이 선택할 몫이다.
이때 시민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인 것이다. 시민의식이란, 나보다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또 우리보다 후손을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당장의 어떤 결과보다는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이었기를 바라는 점이다. 따라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기에, 나의 친척 누구이기에, 지난 모임 때 와서 인사를 하고 간 사람이기에 하는 것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걸림돌이 되는 항목이다.
오늘 익산시민들에게는 진정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평소 언행을 보며, 그의 주변 인물들을 보며, 그가 걸어온 삶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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