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거리 탐방 2013년 12월 3일
2013년 12월 3일 오후 4시 30분. 창작 공간 레지던시 여섯 개의 거시기 - 록(錄) 展이 있었다. 이것은 익산의 옛 도심인 역 앞 영정통 골목 문화의 거리에 있는 문화재단의 기획물 중 하나다. 익산 및 타지역 작가와 국외를 포함한 6명의 작가가 준비한 작품을 선보이고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해마다 열리는 행사의 일환이지만, 다른 해와 달리 예술 혹은 문화가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의 영정통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작년부터 진행되어 온 거리 정비 사업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도 주민들이 깨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동기를 부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들이 직접 입주하여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거나, 각자의 작업 공간을 마련해놓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 중의 변화에 속했다.
모든 일상은 문화의 한 순간에 속한다. 그러나 여러 일상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그것이 모여 문화공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이라면 여기 영정통은 문화 공간에 속할 것이며, 문화재단이나 레지던시 그리고 여러 입주 작가들은 고유의 문화라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여러 문화가 따로 떨어져 있어 독립적으로 나타난다면 문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고 파급효과도 미미할 뿐이다. 그러나 여러 순간의 문화들이 모이면 하나의 역사 문화가 되듯이, 다양한 문화가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면 문화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런 문화공동체는 커다란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문화공동체만이 문화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작은 문화는 문화가 아니며, 크고 웅장한 그리고 목소리가 큰 문화를 비로소 문화라고 쳐준다는 해석이다. 엄밀히 따지면 작은 문화도 하나의 문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이제 익산에도 이런 목소리가 커지는 문화 공간이 생긴 것은 시민들이 문화를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접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으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도로를 파헤치고 가로등을 보수하며, 도로 포장을 다시 하였다고 문화가 바뀌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각각의 문화가 접목되어 커다란 문화 공동체를 만들었을 때에는 드디어 문화예술이라는 문패를 내걸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여러 도시의 문화공간을 보아온 적이 있다. 가까운 근대문화도시를 비롯하여, 창작 문화촌, 일상과 문화가 공존하는 현장, 심지어 먹을거리에 관한 문화지역 등 각자가 특색 있는 문화 공간들이었다. 그런 중에 우리 익산에는 아직 이렇다 할 문화 공간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익산에도 문화 공간, 창작문화촌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영정통 문화예술의 거리가 바로 그곳이다.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는 이제 그 초기로서 미술과 사진작품에 치우쳐져 있지만, 앞으로 여러 분야로 확산되어 이름에 걸맞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기나 지류공방, 음악과 무용, 서예 혹은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이 모여들기를 기대한다. 처음에는 다른 도시에서의 문화 공간 역시 다들 그렇게 미미하게 시작되었던 것이니 말하자면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제 싹이 튼 문화의 거리에 물을 주고 때에 따라 거름을 주는 것은 시민들이 할 일이다. 물론 적절한 태양과 기온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니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익산시민의 문화의식이 한 차원 성숙되기를 바래본다. 예술이 나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항상 옆에 있는 생활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예술인을 보는 시각이 평범해지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나도 예술인이라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며, 익산이 문화 예술의 도시가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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