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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두 가지 분류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15. 21:47

사랑의 두 가지 분류

사랑에는 두 가지의 부류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주는 사랑으로 풀어보면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젊은 청춘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주는 사랑을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을 가다가 무서운 개를 만나면 자신도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도 보호본능을 발휘하여 대신 막아준다든지, 덥다고 하면 금액을 따지지 않고 가장 가까운 팥빙수 가게로 들러 시원한 것을 먹는 것들이 그런 예이다. 배고프다고 하면 맛있는 집을 찾아서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런 경우 자신의 형편보다는 상대방의 형편을 우선 고려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무리를 하게 되는가 하면 공금에 손을 대는 등의 위험까지도 감수하며 베푼다. 어떻게 보면 사랑은 이런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청춘남녀의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며 숭고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하는 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사랑은 받는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예는 내가 뭔가를 해주었으면 당신도 그에 버금가게 혹은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랑으로 되돌려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사랑이다. 가장으로서 가게를 꾸려갈 수입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제때 꼬박꼬박 가져와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남편은 아내에게 주어진 것을 바탕으로 알뜰하고 살뜰하게 살림을 살면서 추가로 경제적인 비축도 이루어야 한다고 기대를 모은다. 이때 아내는 먼저 남편에게 가장의 책임을 이야기 하며, 남편은 그보다 앞서 아내의 내조를 따지고 든다. 이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바라는 받는 사랑인 것이다. 이처럼 받는 사랑에는 조건이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얼마를 벌어다 주었는데 반찬이 왜 이러하며 왜 저축은 못하느냐는 핀잔을 들으면, 그러는 당신은 도대체 얼마를 벌어다 주었기에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옆집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데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경우,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은 집에서 무엇을 하기에 애들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느냐고 질책을 한다. 그러면 아내는 남편에게 말하기를 애들 공부는 나 혼자 시키는 것이며, 아버지의 역할을 잘 하였느냐고 되묻는다. 이것이 바로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 즉 나에게 베풀어주기를 바라는 관계로 연애에서 결혼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부부간의 사랑은 현실적이며 타협적이라 할 수 있다.

주는 사랑의 대표적인 예는 자선냄비의 헌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적은 금품이라 하더라도 내가 남을 도울 때는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 그것은 그로 인해 벌어질 무엇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무조건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스컴을 의식하면서 헌금의 액수를 저울질하다가 내는 경우에는 돌아서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뭔가를 바라고 하는 헌금이기 때문에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받기 원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베푸는 사랑 즉 주는 사랑은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꽃을 가꾸는 것과 같다. 꽃을 가꾸는 사람은 때에 따라 적당한 햇빛을 받도록 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충분한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이것은 마치 어린 아이가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것과 같다. 주인이 화분의 물이 말랐는지 혹은 영양분은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가며 정성으로 가꾸는 것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때에 따라 먹고 사는 식량과 학식 그리고 교양을 포함한 지혜를 갖도록 베푼다. 꽃이 저 혼자 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혼자 제대로 크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들풀과 같이 혼자서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녀 역시 조실부모하고 남들이 받는 평균 정도의 사랑조차 받지 못한 경우에도 혼자서 된 사람 혹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연애시절의 좋은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쉽게 혹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승낙을 받은 결혼이라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결혼 후에는 주는 사랑으로 받는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결혼 뒤에는 연애시절에는 그렇지 않던 사람이 결혼 후에 변했다는 말을 하게 되며, 그런 사람인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지금 내가 하는 사랑이 어떤 사랑인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무리 따져 보아도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이 더 값진 사랑인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러나 항상 주는 사랑을 하기에는 내가 가진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사랑 즉 항상 주는 사랑을 하려면 그에 맞게 항상 마음을 비워야 한다. 물질적인 것도 비워야 하며 나보다 남에게 베푸는 것을 우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치러야 할 고통이 따른 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인 예로, 오늘 저녁에 먹을 빵이 부족하면 나는 굶더라도 자식만 먹이는 것은 물론 나는 배부른 척 이쑤시개로 이 사이를 쑤셔야 한다. 또 내일 아침 내 자식이 먹을 빵이라 하더라도 오늘 저녁 굶고 있는 옆집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피곤하더라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나누어 져야 하며, 내가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나보다 좀 더 지쳐 보이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여야 한다. 이때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다면 진정한 사랑 한 번 제대로 해줄 수 있겠는가 걱정도 된다. 물론 가진 만큼만, 가진 재능으로만 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이것은 하기 좋은 대답의 하나일 뿐이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허전함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내가 피곤하면 남을 돕는 것보다 기진맥진 하여 내 자식들 돌볼 여력이 없어질까 염려하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며, 옆집 아이에게 빵을 다 주고 나면 내일 아침 내 자식 먹일 것이 없을까 걱정하는 것이 자식에게 주는 사랑인 것이다. 즉 완전하게 주는 사랑과 부분적으로 주는 사랑이 타협하여 현실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소위 말하는 연애 즉 주는 사랑을 할 때에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크게 보이며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보이게 마련이다. 이것을 흔한 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 받는 사랑을 할 때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게 보이며 넘치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이것 역시 잘못 판단한 결과이다. 애초에 그 사람은 그냥 거기에 있었을 뿐인데, 바라보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주관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면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중에 어떤 것이 옳으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물론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로 따지면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우선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남과 경쟁을 하는 현실에서는 꼭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는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에서의 승진문제, 경제적인 수익의 문제, 자녀에 대한 기대감, 가족 간 내부 갈등, 상대적 빈곤감, 육체적 고통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조건과 타협하며 끌려 다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적인 사랑 즉 받는 사랑이 우선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의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어 실망하기 쉽다는 있을 것이다. 심한 경우 어쩌면 정 반대의 입장이 되어 실망과 후회의 늪에 빠지게 되어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처음에 받으면서 태어났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받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가면서도 받으면서 간다. 그러니 살아생전에는 주는데 좀 더 적극적이어 한다는 말도 하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는 기독교적 예수님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비록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도 최소한 글로써 논리를 말할 때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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