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을 찾아
몇 해 전 전북도에서는 전북에 있는 산 중에서 이름난 산 즉 명산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였다. 이름하여 전북의 명산이다. 여기에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들 다시 말하면 우리와 친숙한 산들이 모두 적혀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산이라는 뜻일 게다.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정읍의 내장산을 비롯하여,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대둔산과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 전주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모악산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느 곳은 작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산 즉 두승산 같은 곳도 명산의 반열에 올라있다. 어떻게 따지자면 도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산을 망라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내 주변의 모든 산들이 다 명산이요 꼭 필요한 필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익산시에 있는 미륵산을 빼놓을 수 없다. 익산에서 가장 높은 산은 천호산으로 산자락에는 많고 많은 사찰들이 모여 있어 글자 그대로 기도 도량의 산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모악산과 계룡산이 유명한 기도처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미륵산이 익산에서 가장 크고 높으며 산세가 울창한 이유에서 유명한 이유는 아니다.
미륵산은 해발 440m로 내장산이나 강천산, 모악산, 선운산 그리고 대둔산 등에 비교하여 매우 낮은 산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륵산이 가지는 특성은 다른 산에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 이유는 익산 시민이 즐겨 찾는 다는 것 외에도 일반적인 볼거리에 비해 역사적인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서너 개가 존재하는 미륵산의 이름에 나오는 미륵은 미륵보살의 준말로, 보살의 몸으로 도솔천(兜率天)에서 머물다가 미래에 석가모니불에 이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이다. 따라서 미륵불이라 하여 부처의 한 분류에 넣기도 하는데 대승 불교의 대표적 보살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이름에 걸맞게 산 아래에 미륵사 터를 비롯하여, 선화와 서동이 찾아갔다는 사자사가 있다. 이 두 사찰에 의해 미륵산은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명산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알고 있다시피 서동과 선화가 지명법사를 찾아 사자사로 가던 중 연못가에서 미륵삼존을 만났고, 그곳에 미륵사를 지었다는 얘기다. 현재 발굴된 미륵사지는 연못이 있었던 곳이라는 지질학적 검증이 끝난 상태이며, 사자사의 발굴은 벌써부터 5차례의 증수축을 해왔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이 역시 아주 오래된 사찰이며 백제 혹은 그 전부터 있었을 사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륵산이 유명한 것은 사실 미륵사지 때문이며, 미륵사는 1사찰에 3개의 법당과 3개의 탑을 가졌다는 진기한 기록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이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이 있는 곳이다. 이것만으로 벌써 미륵사지 그리고 미륵산이 유명해질 수밖에 없는 명산임이 증명된다. 따라서 전라북도에서도 많고 많은 산 중에서 미륵산을 전북의 명산 대열에 포함시켰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11호로 지정되는 귀중한 자산이 되었으며, 발굴과정에서 나온 2만 여점의 유물들은 국보급에 해당하는 귀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물론 2만 여점이 모두 국보급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1,500년 전의 사실을 전하는 금제 사리봉안기를 비롯하여 사리장엄 등 다수는 국보 중의 국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귀한 유물들이지만 정작 익산에는 국립박물관이 없어 현지에 보관되지 못하고 전주 혹은 부여 등 타도의 박물관에서 보관하는 것은 수 차 지적한 바와 같으며, 시민들 역시 미륵산 자체의 등산에 비해 유물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히 요즘은 함라의 둘레길에 이어 역사탐방 순례길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바쁜 일정으로 인하여 미륵사지 터를 지나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도에서 지정한 명산!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특정된 종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거부되거나 무관심으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한때는 싫어도 선조들의 혹은 나의 생활의 일부였기 때문에라도 무시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없는 것을 찾아나서는 수고보다 있는 것을 잘 지켜내는 수고가 덜 든다는 것쯤은 어린아이라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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