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시대
지금은 정보의 홍수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국영방송과 그 외에 두서 너 개의 방송사가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그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송사가 등장하였다. 신문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민들은 매일매일 넘쳐나는 정보를 다 흡수할 수가 없게 되었으며, 지극히 일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골라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멀리 있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은 아예 나의 관심사가 될 수 없으며, 나의 직업 혹은 우리 식구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상사가 아닌 예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체육, 음악, 미술, 무용 등 모든 분야의 문화 활동을 다 섭렵할 수도 없거니와 언제 어디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한 가지 예로 문학의 경우,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잡지협회에 납본되는 잡지가 약 300종에 이른다.
이 말을 풀어보면 납본되지 않는 종류를 포함하면 연간 300종이 넘는 잡지가 발간되고 있다는 것이다. 1년에 한 권씩만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300권이 되니, 문학 전문가라 해도 이렇게 많은 책을 읽어낼 수가 없는 정도다. 그러나 어디 이뿐인가. 직장에서 필요한 자기계발서와 전문서적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서적들도 읽어야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잡지 모두를 거론하는 것은 어렵지만 현대문학 1월호에는 대략 44종으로 줄여 비교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분하면 서울이 31개로 단연 으뜸이며 부산2, 경기3, 대전2, 광주2, 대구1, 전북1, 제주1, 인천1개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전북 1개는 인구를 비례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광역시 대도시는 거의 모든 인구가 사무직이나 3차 산업 혹은 2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나름대로는 문화 활동을 하며 책을 자주 접하는 반면에, 우리 전라북도는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평소 책과 접하는 기회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비근한 예로 경상남북도나 충청남북도 혹은 강원도의 잡지가 언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그러면 전북의 유명한 문예 잡지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태평동의 신아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문예연구』이다. 문예연구는 1993년 11월 15일에 창간하여 2014년 올해 3월 15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창간 20주년에 지령 80호 발간 자축 행사를 치른바 있다.
어떤 잡지는 문학의 한 장르만 다루기도 하며 어떤 잡지는 시에서부터 소설과 수필 등 모든 장르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때 모든 장르를 포함하는 경우가 더 어렵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데『문예연구』가 종합지인 것은 물론 저명한 작가 연구를 통한 특집 편성으로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이, 거기에 완판본의 본고장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데에서 자랑할 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창간 20주년이 뭐 그리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잡지를 고를 때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그 전에 창간된 잡지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는 작품의 부족 혹은 독자의 외면으로 그 수를 다하지 못하고 창간과 폐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의 전주는 조선시대 출판문화의 중심지였다. 정확히는 완산에서 발행하였다고 하여 완판본이 되었지만 현재의 전주임은 분명하다. 당시는 서울의 경판본과 전주의 완판본이 쌍벽을 이루었으며, 기타 경기도 안성의 안성본과 대구 달성의 달성본이 있었으나 그 수가 미미하고 학문적 외에는 거론되지 않을 정도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문예연구』가 그렇게 좋은 잡지이냐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우선 결론적인 대답은 ‘그렇다.’이다. 『문예연구』가 지향하는 작품성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으며, 매호 기성작가를 다루는 특집은 전문가들이 참고하거나 학위논문용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신인을 선정하는 경우에도 여느 잡지와 달리 매우 엄격하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때에는 아예 추천하지 않는 것도 불사한다. 말하자면 상업성보다는 작품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문예연구』가 더 우수한 잡지로 거듭나고 있을 것이다. 전주에서 아니 전라북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명 문예지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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