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선택
우리는 오뚝이정신을 이야기할 때 홍수환의 7전8기를 떠올린다. 일곱 번 넘어지면 넘어진 것을 잊어버리고 여덟 번 일어서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뚝이는 7번이 아니라 7번씩 70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자기 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지난 6월의 제6차 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에 나섰던 박경철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었었다. 그는 무려 12번을 낙선하였으나 13번을 일어나서 드디어 2014년 6월 4일 익산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여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전화를 해서 박경철이 누구냐고 어떤 사람이냐고 그때 그 사람이냐고 물어올 정도로 회자되었다.
익산 시민들은 그때 지자체장 선출과정에서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선거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당시 야당의 텃밭이라는 지역에서 유력 후보는 연임을 하고 있던 현직 시장이었으니 물어 무엇 하겠는가. 누가 보아도 이미 당락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들이 오갈 정도였었다. 현직의 프리미엄이나 그간 은혜를 입었던 시민들이 어떻게 그를 배반하겠느냐는 말과 함께, 그 동안 선거를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떨어지겠느냐는 선거캠프의 말마따나 이미 떼 논 당상이라는 소문이 무성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무소속의 박경철후보가 당선되었다.
시민들은 그간의 행적과 벌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현직 대신 힘없는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던 것이다. 어느 누가 예측하기에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결과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두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익산에서 일어난 것은 기적이 아니라, 반드시 일어나야 할 필연의 결과였다고 보아야 한다. 오죽했으면 현직 시장이 12번이나 낙선한 무소속후보에게 밀렸겠느냐는 말이다. 이때 익산 시민들은 최선을 얻을 수 없다면 차선을 얻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지켰을 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자기가 취한 행동의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나중에까지 옳았다고 판단되지 않는 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만은 최선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최악만은 막아보자는 심정으로 임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차선은 항상 최악을 막는 고유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차선의 대상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싶지 않다는 것을 표명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당선된 사람 역시 최악의 대상자가 바로 자신이 아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여러 차례 낙선을 하고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도전을 두고 자신의 결정을 선택한 시민들도 아름다운 선택을 하였던 것이다. 넓고 편한 길로 대충대충 가겠다는 생각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꺼이 가겠다는 사람들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 무엇이 아름다울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여러 번 낙선하면서도 정치 혹은 지도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번 익산시장에 당선된 박경철후보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면 무려 17번 도전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광주의 한 지역구에서 구청장에 출마한 사람인데 열두 번째 출마인 2007년 4월 광주시의 의원에 당선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의원보다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10개월 만에 사직을 하고 출마하였으나 올해 열일곱 번째까지 내리 낙선하고 말았다.
우리는 출사표를 던지고 나서는 것이 자신을 나타내는 용감한 행동이며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정신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이 가져야 할 도전정신이며 개척정신인 것이다. 지금 비록 어려운 취업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청년이 가져야 할 정신과 행동해야 할 본분마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에디슨이 말하기를 99번의 실패를 하였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방법 99가지를 알아낸 것이라고 하였다.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은 전혀 시도하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그만큼 성공에 가까이 서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생겨났다.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비록 취업을 못해 졸업을 늦추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꿈마저 늦춰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도전마저 늦춰서는 안 된다.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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