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 야외음악당과 익산시의 체면
건축사는 건축에 필요한 설계를 하고 도면을 그리는 전문직업인이다. 물론 그 전에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듣고 현실에 맞는 구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건축사에게 있어 설계란 설계사 고유의 권한에 속한다. 그래서 건축사가 자유 직업인이면서 전문직업인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일컬어‘사’자 붙은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건축사는 건축주의 입장을 철저히 따라야 하며,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성실히 반영시켜야 할 의무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요구사항이 잘 반영된 경우 건축주와 건축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건축주와 사용자 그리고 건축사가 각각 별개로 있는 경우에는 이들의 입장이 잘 반영되었다 하더라도 요구사항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어떤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에서 발주를 하고 시민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입장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요구하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하여 공청회를 거치기도 하며 설계를 공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자가 직접 세세히 그린 기초설계도를 제공하지 않는 한은 항상 아쉬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배산의 야외음악당에서도 사용자의 불편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배산의 야외음악당은 벽이 없는 노천극장이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막는 장치가 있어 엄격한 의미의 노천극장은 아니다. 좋게 해석하면 무대 역시 비를 가리는 시설이 있어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음악당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을 하다가 비를 만나게 되면 다소 당황스런 장면이 연출된다. 대체로 음향 장치 중의 스피커가 무대의 가장자리에 놓이면서 관객으로 향하게 되는데, 비가 내리면 이들 스피커를 안쪽으로 들여놓아야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대가 좁아도 그래도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하기 위하여 무대 안쪽으로 옮기다보니 자연스레 무대가 너무 좁아지는 것은 물론이며 공연의 맥이 끊어지는 현상조차 벌어진다.
만약 외국인 초청의 공연인 경우 비를 피하기 위하여 공연 중에 스피커를 옮기고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참으로 곤란한 일일 것이다. 익산의 작은 야외공연장에서는 그런 공연을 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공연장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이므로 그런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자.
실제로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을 해본 시민들은 혹은 관람을 해본 시민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어 본 일일 것이다. 그런 경우 하늘을 원망하며 고개를 들어보면, 엄연한 비 가림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를 맞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장치의 마무리 부분에서 녹이 발생하여 보기 흉물스러운 모습임을 보았을 것이다. 만약 이런 경우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배산의 야외 음악당을 자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광경을 수차례 목격하였고, 내가 직접 공연을 했던 경우에도 겪었던 사항이다. 나는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설계를 하였을까? 처음에야 멋있으라고 하였겠지만,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해서 만들었겠지만, 그렇게 해놓고 보니 그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수정하는 것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돈이 없어도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적절히 손을 쓰는 것이 절약의 원칙이다.
시민이 사용하는 물건은 어느 누구의 개인 것이 아니다. 시장의 것도 아니며 발주하고 만들어 놓은 주무부서의 물건도 아니다. 그것은 시민 전체가 사용하는 것이며, 만든 사람은 사용하는 사람 못지않게 고민하고 생각하여 만들어야 할 복잡한 관계로 얽힌 것들이다. 그리고 그 비용 역시 시장이나 주무부서 직원의 주머니를 털어 만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최종 주인은 역시 시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초 말하던 데로 돌아가서 시민이 요구하는 시민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시민이 공연하면서 비가 오면 공연을 중단하고 시설물을 옮겨야 하는 그런 공연장을 만들어달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왕에 비를 가리기 위하여 만든 장치라면 어떠한 태풍에도 끄떡없는 그런 제품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를 피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배산 야외음악당의 지붕은 아무리 천막으로 되어 있어 임시용이요 간이용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지붕을 객석과 연결시켜야 한다. 두 지붕 간의 간격도 그리 멀지 않고 공연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있으면 더 좋을 것이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비가 오지 않는 다고 하여 모르겠다고 하면 안 되는 사항이다. 타 시도에서 공연하러 오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본다면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장면이 되고 만다. 이러기 전에 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 시와 시민의 자존심을 위하여 말이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산사랑 효 콘서트를 보고 1 (0) | 2014.09.15 |
---|---|
전라북도와 새만금도로 (0) | 2014.09.15 |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선택 (0) | 2014.09.15 |
침묵의 땅 전라북도 (0) | 2014.09.15 |
지방시대의 선거와 문화 (0) | 2014.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