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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꿈꾸는 세상살이 2014. 10. 1. 15:25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김효순 역/ 문학동네/ 2008.03.25/ 217쪽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 :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태생으로 교토대학의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1998년 문예지『신조』에 장편「일식」을 통하여 등단하였고, 이 소설로 제12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다. 저서에『센티멘털』,『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당신이, 없었다, 당신』,『달』,『장송』,『얼굴 없는 나체들』,『문명의 우울』등이 있다.

김효순 : 고려대학교 일문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쓰쿠바대학 문예언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고려대일본학연구센터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일본의 근대화와 일본인의 문화관』,『번역과 일본문학』(공저), 번역서로는『논술내비게이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등이 있다.

줄거리 및 감상

세상에는 많고 많은 책이 있다. 그 중에서도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룬 책도 많이 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책을 그리고 빨리 읽으라고 말한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많은 책들을 내가 원하는 만큼 다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책을 빨리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읽어서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면 아주 유용한 것이니, 오히려 정독을 하고 지독을 하는 천천히 읽기를 권장한다.

그러면 빨리 읽는 속독과 천천히 느리게 읽는 지독은 어떤 방법이 더 유익할까. 그것은 한 마디로 대답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내일 제출해야 할 리포트를 위하여 많은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해야 하는 원고를 작성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때 각자는 자신이 요구하는 성격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빨리 읽으면 많은 내용을 그리고 단 시간에 읽어봄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는 대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새 잊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정독 즉 지독을 한 사람은 조금은 더디더라도 책의 내용을 많이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남에게 설명을 한다거나 변형하여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지독(遲讀)을 권장하는 것이다.

요즘 힐링에 이어 등장한 신조어가 슬로우 시티 혹은 슬로우 푸드다. 이에 맞서 책을 천천히 읽는 가리켜 지독 혹은 슬로우 리딩이라고 한다. 속독은 글자를 읽고, 슬로우 리딩은 내용을 읽는 것이다. 속독은 내일 혹은 오늘 저녁에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급박한 경우에 적합하다. 인간의 두되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에 많은 양을 기억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기억장치는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전달된 내용을 기억하는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속독으로 책의 내용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은 정말로 비정상적인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에 속한다.

반면에 지독은 1년 후 혹은 5년이나 10년 후 등과 같이 인생의 동반자적 입장에서 취하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속독은 독서를 마치고 책을 덮으면 독서가 끝나지만, 슬로우 리딩은 책을 덮은 후에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책을 쓰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던 것처럼 독자 역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저자와 독자 사이에 좋은 교감이 생길 것이다. 좋은 고전들이 혹은 명작이라고 하는 작품들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아져 나온 것임은 누구나 아는 바와 같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그의 저서『법의 정신』을 완성하는데 무려 2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태백산맥이나 아리랑 혹은 토지, 혼불 같은 명작들도 5년 혹은 10년이나 걸린 대작들이다.

무슨 책이든 저자는 그의 저서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몽땅 쏟아 붓고 싶은 심정으로 썼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독서를 통하여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등의 질문은 해가면서 책을 읽으면 저자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독서의 참맛이 아닐까.

인터넷에서 급하게 찾은 자료는 급한 업무에 대입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음을 누구나 경험하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속독을 하면 어떤 내용을 확인하고자 할 때 다시 읽어야 되는 예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속독이 주는 한계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다시 읽기를 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지독 즉 슬로우 리딩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얼마나 천천히 읽어야 할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독자의 수준에 따라 혹은 당시 환경조건에 따라 다르게 읽어주면 된다. 어떤 때는 한 권의 책을 3일에 걸쳐 읽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음으로써 언제 다 읽을지 모를 수도 있다. 다만, 본인이 필요에 의해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 권의 책이라도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백 권 혹은 천 권의 책보다 더 좋다는 말과도 같다.

또 다른 방법으로의 독서에 음독이 있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으며 귀로 읽는 장점을 가진다. 그래서 소리를 내어 읽도록 권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책의 내용에 따라 혹은 주변의 환경에 음독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며, 음독은 리듬에 맞춰 소리를 내어 읽는데 신경을 쓰게 되므로 정작 내용의 파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더라도 혹은 지독을 하더라도 음독(音讀)보다는 묵독(黙讀)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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