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요즘 신조어가 많이 회자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제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거나 막 졸업한 사람들이 직장을 잡기 어렵다는 것을 빗댄 말이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유하여 낙바생이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20대의 태반이 백수인 것을 줄여서 이태백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청년의 태반은 백수라는 것을 청백전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채로 나이 31세가 되면 이미 취업에 대한 절망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삼일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한참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38세가 되면 이미 체감정년을 느끼는 선이 되니 38선이며, 45세가 되면 직장에서의 정년이 된다고 하니 이른바 사오정이다.
일반적인 직장의 정년인 56세까지 근무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면 도둑이라고 하여 오륙도라고 하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세태가 바로 우리 현실 언어 속에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의 언어문화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것도 없이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는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우월한 부문이 많이 있어야한다는 결론이다. 아니면 남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특출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면 업무가 끝난 후 새로운 부문이나 현재 수행하는 업무에서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체로 공통의 문제인 외국어 구사능력이나, 전공분야의 폭 넓고 심도 있는 업무 능력향상을 위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간혹 가다가 전혀 다른 분야의 새로운 차원에서 시도되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 학원을 나가는 것은 기본이고, 퇴근 후 야간 대학의 강의 수강이나 일정기간의 전문과정 수강도 불사한다. 이들 중 대표적인 능력향상과목으로는 MBA 과정을 들 수 있다. 이 MBA는 국내의 대학이나 혹은 외국 대학의 전문과정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는 취업도 포기하고 처음부터 MBA에 도전하여 몸값을 높이려는 열성파도 있다.
실제로 국내 유명대학에 개설된 MBA과정에 매년 100여 명이나 졸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미국의 상위 10개 대학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년 200여 명씩 MBA 입학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타 대학의 과정까지를 생각한다면 아주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여기에다가 MBA 의 전단계인 IMBA 수강자까지를 생각한다면 국내에서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그러면 직장인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계속하여 감수하여야 하는가. 앞에서 보아 왔듯이 용케도 청백전이나 이태백을 면하였다 하더라도, 현재의 직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다거나,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전직하기 위하여는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들게 자신이 원하는 직종, 원하는 직장에 쉽게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국내의 경영환경으로 보아 MBA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는 이렇듯 처음부터 취업이 안 되고 있다든지, 아니면 중도에 물러나야 하는 환경인 것 이다. 또는 운 좋게 그 단계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직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으려면 계속하여 노력하고 긴장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장들을 위하여 많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가장들을 위한 노래까지 생겨난 실정이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라는 노래가 최근에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전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실제로 아빠들이 직장에서 겪는 애환은 참으로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밖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집에서는 밝고 환한 모습을 유지하여 식구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또는 직장의 업무상 접대라는 명목으로 술을 마셨는데, 자신이 있는 위치도 모르면서 아내에게 전화하여 자기를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할 정도로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는 아침밥도 못 먹고 새벽같이 출근하는데, 몸이 아파도 결근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밖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아빠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일주일 내내 격무에 시달린 탓에 일요일이 되면 시끄러움 속에서도 만사 제쳐두고 잠만 자는가 하면, 새벽별을 보고 출근했다가 저녁달을 보고 퇴근하므로 자식들의 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시대의 아빠들은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일자리라도 있으면 그나마 고마워한다. 오히려 사오정이나 오륙도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할 뿐이다. 그것도 눈치를 보아가며 용기와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설 연휴에 남들은 고향을 찾아 떠날 때 자신들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이나마 일할 수 있고 고객이 우리를 찾아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하던 종업원들이 생각난다. 이런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예의 고급 자격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MBA를 포함하여 국내의 최고 자격증이라고 여기는, 소위 사자 붙은 자격증마저도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능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는 매년 2,000명 정도가 면허증을 가지고 배출되며, 사법고시는 매년 1,000명 정도의 법조인을 배출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면허증이나 자격증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MBA는 약간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자격증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화려한 이력인 MBA는 갈수록 직장에서 용도를 찾기가 어렵다고 본다.
더욱이 이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해결할 수가 없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 경제의 형태가 변했다고는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산업지수가 올라가고 소비지수 등이 올라가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이 활성화되어 고용이 창출되고 생산과 소비가 증대되어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 질것이다.
이렇게 되는 날 드디어 이태백과 삼일절은 제 자리를 찾고 사오정은 동화 속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을유년 새해 들어 경제의 회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고들 말한다. 이 불씨가 잘 번져서 우리의 가정 경제 형편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우리의 가정경제가 펴지면 이것은 이미 국가의 경제가 활짝 펴졌음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지금의 가장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빠 힘 내세요’ 소리를 듣고 있을 때, 바로 그들의 자식들이 이유기도 지나지 않아 부모에게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이유기는 26세가 되어도 아직까지 부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있다는 것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남의 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행이 내 자식들만은 바로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그 몇몇만의 힘으로 일어서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내 자식 말고도 모든 자식들이 취업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경제가 제자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소비가 미덕이고, 우리의 건전한 생활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지금 취업을 못한 실업자들이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남보다 처지는 면이 있었겠지만, 오로지 그것 하나를 주된 이유로 삼을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매년 졸업생의 상당수가 취업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정상경제 활동이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장과 불안, 좌절과 열등감 그리고 스트레스를 쓸어버리고,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대응으로 자신의 업무 영역을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독창적인 사고로 남이 하지 않는 부문을 찾아내고, 남이 꺼리는 부분까지도 기꺼이 자신만의 영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은 하여야 한다. 어서 빨리 허리를 죽 펴고 큰 기지개를 켜며, 밝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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