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어떤 대접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꿈꾸는 세상살이 2014. 12. 4. 21:42

어떤 대접을 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사무실이 늘어 선 지역에서는 식사시간이 되면 갑자기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들이 점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두고, 각자가 원하는 식사를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고유의 한정식을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서양식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은 음식으로 해결하는 수도 있다. 특정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있다든지, 특별히 대접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시간과 장소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어떤 음식, 어떤 맛을 원하는지 가리고 골라서 먹는 예도 있다. 이런 어려움은 대접을 받는 사람의 기호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부족하지만 나의 예를 보더라도 그러했다. 대접해야 할 사람의 식성이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대책이었다. 또 하나 확인할 사항은 전날 혹은 최근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접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질문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 것이나 잘 먹으니 적당히 먹자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그의 대답을 그대로 믿지 않으며, 또 다른 그 무엇을 찾기 위하여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내가 대접을 받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어제의 식사와 오늘의 식사를 모두 같은 음식으로 정한다면 곤란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날 형편에 따라 정하면 좋을 것이다.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추천할 만한 음식이면 무난하다는 결론이다.

어떤 음식은 어디가 최고며, 어떤 식당은 무슨 음식이 최고라고 하더라도 굳이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접받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니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식당을 줄 세우고 순위를 매기면 반드시 순서야 있겠지만, 꼭 그래야 될 만큼 차이가 있느냐를 보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추천하는 특색음식이라고 한다면, 옆집에 견주어 조금씩 다른 차별성을 인정해주자는 말을 하고 싶다.

내 지역의 음식이라면, 외지에서 온 대접 받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생소한 맛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 온 입맛과 문화의 차이에서 느끼는 감각이 다를 사람에게, 내가 느껴온 순위 1번과 2번의 음식을 강요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다만 미리 말해야 할 것은, 모두가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는 데 이 집은 어떤 맛인지를 알려주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다보면, 혹시나 대접받는 사람이 가려야 되는 음식이라도 있을 경우 사전에 협의가 가능해지는 지혜도 맞을 것이다.

내가 타지에서 맞이하는 식사를 그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정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접할지 모르는 기회를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대접하는 상대방도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고많은 식당들을 줄 세우고 순위를 매기는 일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토속 음식점을 찾는 것이 보다 즐거운 식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비싸고 풍성한 음식이기 보다는, 내 고장에서 자랑하는 특색 있는 음식점을 찾아내는데 수고를 더 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당신에게 어려운 기회를 제공한다는데, 그 성의를 거부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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