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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혁명

꿈꾸는 세상살이 2014. 12. 12. 08:22

고전혁명

 

이지성, 황광우/ 생각정원/ 2012.02.24/ 279쪽

저자

이지성 : 1997년에 시집 언제까지나 우리는 깊디깊은 강물로 흐르리라를 발표하고, 이듬해 그리움을 발표하였다. 2003년에 사교육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밝힌 학원, 과외 필요 없는 6.3.1 학습법을 공식 데뷔하였고, 자기계발서, 인문서 등 25권이 넘게 썼다. 대표작으로는『꿈꾸는 다락방』,『리딩으로 리드하라』,『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등이 있고, 주요 저서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 번역되어 나갔다.

황광우 : 철학하는 삶을 실천하고자 정진하는 인문학자,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에 반독재 시위를 하다가 구속 및 제적 당하였고, 검정고시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하였다. 1970년대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였고,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두 번째 제적을 당하여 공장에서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1991년 월간지 길을 찾는 사람들을 창간하였고, 2002년에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하였다. 이후 뒤늦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고, 2011년 전남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저서에 철학하라,『철학 콘서트』,『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레즈를 위하여』,『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어라』등이 있다.

줄거리 및 감상

이 책은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옛 고전을 읽으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고전을 읽으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저자가 고전을 읽고 예를 들어가면서 주요 내용만 풀이한 것이다. 따라서 이 한 권의 책만 읽으면 마치 많은 고전을 읽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책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어려운 환경을 당하는데, 그때에 고전에서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옛 성현들이 그럴 줄 알고 미리 적어 놓은 것이 고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할 줄 어떻게 미리 알고 책에다 써 놓았을까. 그것은 자신이 겪은 것을 포함하여 사회 환경과 정치적 문제 그리고 인간적 문제를 통합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은 언제든지 참고가 될 만한 책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항상 부딪치는 것이 바로 새로운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상황은 기존의 상황에 비추어 낯설고 틀린 것 즉 맞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나중에 발견된 것이 맞고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이 전혀 사실이 아닌 거짓인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알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그 당시의 혁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현상은 항상 일어나며, 항상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이때 옳은 것을 선택하면 혁신이 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며 옛 것을 따르면 자칫 타성에 젖어 안주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혁신을 이야기할 때, 매가 자신의 부리를 탈피하여 새로운 부리를 갖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매의 수명은 60년인데, 이전 30년 동안에 매의 부리가 계속하여 커지면서 휘어져 더 이상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낡은 부리를 벗어 버리면 새로운 부리가 나와서 다시 사냥을 할 수 있는 날카로운 부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30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 바로 혁신인 것이다.

그런데 혁신을 한자어로 바꾸면, 땅 위에 날카로운 무기를 놓고 그 위에 자신을 얹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풀로 덮어 아무도 모르게 위장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먼저 내가 죽어야 하고, 그 뒤에 털을 모두 뽑아 낸 후 여러 번의 무두질을 통하여 부드럽게 만든 후에 새로운 물질로 거듭난다. 그냥 한두 번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고 죽음의 과정을 반복하여 비로소 얻어지는 하나의 물건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매의 부리 탈피과정 역시 이전의 자신을 죽이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동안에 오직 자신만의 노력으로 말이다.

그런데, 혁신 즉 변화와 고전의 관계는 무엇일까. 고전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성현의 사상에 따라 생각하다보면 비로소 그의 해답이 생각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책을 일컬어 고전이라 부른다.

이러한 고전은 항상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는 순간에 탄생되었다. 원래 고전이란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이며 신에 비교하여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문학이 고전과 직결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당시 관리자 즉 목민관의 병폐가 극심하여 민생이 힘들어할 때에 지어졌다. 목민심서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책이며, 관리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적어 놓았다. 어느 한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 어느 특정 다수보다는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고전인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공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혼란한 시절에 인의 정치를 하여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 바로 공자 사상이며, 플라톤의 철인정치다.

고전은 사람의 생각을 널리 이롭게 하기 때문에 삶을 윤택하게 한다. 단지 많이 먹어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화합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이 바로 고전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이런 증거는 시카고대학을 예로 들을 수 있다. 1929년 제5대 총장에 허친스가 부임하면서 전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100권의 고전을 읽도록 하였으며, 읽고 토론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찾으라고 하였다. 그 결과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44명의 로즈장학생을 냈다. 이런 결과를 두고 당시 감행하였던 방침을 별도의 이름을 붙여 시카고플랜이라 부른다.

반대로, 일본은 우리에게 인문학을 배제시켰으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고 글자를 알아 시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라는 교육을 시켰다. 이것이 바로 초등학교 교육제도의 도입이었으며, 인문계 고등학교나 대학 대신 농고와 상고 그리고 공고를 권장하였다. 당시 사회상 먹고 살기 힘드니 자연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부재라는 것이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인문학에 중시하여야 하는데 그 반대로 하였던 것이다. 현재의 초등학교 교육방식이 주입식 지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것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고전을 많이 읽으면 사고를 많이 하여 일제의 부당함을 알게 될까봐 예방차원에서 조치된 일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독재정치에서 자주 등장한다. 북한의 교육에서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들도 독재시절에는 중앙집권화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기를 바라는 방법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귀를 막고 입을 막는 방법으로 열광하는 스포츠를 권장하고 오락이나 말초신경적 쾌락으로 유도하였던 것을 상기하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쾌락은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을 깨닫게 되면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임을 알고 후회하기 마련이다. 한동안 즐거움이 컸던 만큼 그 뒤에 오는 허탈함은 큰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으로는 군대에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하여 시간만 나면 연병장에 모여 훈련을 하고 정신무장을 하던 것과 유사한 일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멀리 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문학의 부재에서 나오는 결과다. 조삼모사를 두고 왜 지금 적게 먹어야 하는가를 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니 우선 당장 먹고 보자는 것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을 외면하는 근시안적인 행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깨는 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다.

그러고 보면 고전은 참으로 좋은 책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책을 써서 인세를 받아 먹고 살기 위한 책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왜 사는가를 생각하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꿈이 어디 있겠는가. 참으로 고전에 대한 고마운 생각이 든다.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