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그리고 한글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글을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는 253개의 국가가 있고, 각자 나름대로 국가로서의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영토는 작지만 그래도 살만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세계인의 운동 축제인 올림픽경기나 월드컵과 같은 행사에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나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고유의 언어가 무려 6,912개나 된다. 한 예로 뉴기니아섬에서는 한 때 1,000여 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들이 살았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환경이 파괴되면서 문화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현상은 언어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상당수가 겨우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과 한글의 현 주소는 어떻게 될까.
지구의 육지 면적 약 1억 5천만㎢ 중에서, 남한 10만㎢에 북한 12만㎢를 합치면 22만㎢에 달하여 0.15%에 해당한다. 한편 2013년 세계 인구는 72억 명에 달하며, 우리는 남한과 북한을 합하여 약 7,500만 명으로 1.04%에 해당한다.
단순수치로 보면 사람의 비율이 10배에 달하여, 면적 대비 인구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속으로 파고 들어가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국의 모국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를 비교할 때에 우리나라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그리고 터키어와 비슷한 12~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순위는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발생한다. 언어학자 데이비드 해리슨의 분석을 빌리면 2050년 한글은 세계 5대 언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그러면 중국과 인도, 미국, 러시아 등 주요 8개국의 언어가 세계 인구의 40%를 점유하는 실정에서, 우리 언어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인구의 증가와 국가의 번영이다. 언어의 생존력은 민족의 생존력에 비례하는데, 우리는 근대에 전쟁과 식민통치를 당하였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도 살아남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나라이다. 이런 생존력은 근면성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창의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역시 강력한 생존력으로 세계를 주름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한글은 모음 10개와 자음 14개를 조합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언어로, 자연계의 소리 약 11,000개를 글자로 표현 할 수 있는 탁월한 표음문자이다.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는‘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세계에 없다. 세계의 알파벳이다.’라고 말했으며, 펄 벅은‘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격찬했다. 또 세종대왕을‘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극찬하였다. 더불어 유네스코는 문맹퇴치를 위하여‘세종대왕상’을 만들었고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였다.
1996년 프랑스의 세계학술대회에서 한국어를‘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우리 대표는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또 1882년 임오군란 때 조선에 왔다 간 위안스카이는 중국어가 어려워 문맹률이 높다는 것을 두고 중국에서도 우수한 한국어를 가르치자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지난 10월 9일은 제568회 한글날로 국가적 공휴일로 재 지정된지 그 첫 해였다. 맑은 날씨에 고속도로는 나들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으며, 가까운 산마다 등산객으로 발디딜틈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한글날 기념식장은 동원된 인파만 오고갈 뿐 군더더기 없이 한산하였으며, 많은 책을 읽은 어린이 다독왕시상식에는 정작 상 받을 학생이 참석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인의 근면성실함이 산과 들로 단풍맞이를 갔던 것일까 아니면 세계 5대 언어 진입축하장에 갔었을까. 한글날이 공휴일은 맞지만, 먹고 마시며 즐겨 노는 날이라는 뜻은 아니다. 1국민 1휴대전화 시대에 짧고 간결하게 축약하여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신조어나 합성어로 우리말을 어지럽히면 안 될 것이다. 젊은 아이들이 한 때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그것도 해서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합성신조어를 만들어낸다고 하여 하루라도 빨리 우주 5대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와 자동차에 그리고 담배와 옷 등에 외래어를 사용하면 우리 언어가 더 빨리 세계 5대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산하여 우리가 사용할 물건에 온통 외래어 이름을 붙이고, 타인이 못 알아듣도록 외계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들은 해서는 안 될 일에 속한다. 한글날은 한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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