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얼마나 하여야 할까.
정부는 2013년도 국민의 독서현황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성인 2천 명과 초․중․고등학생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 국민 독서율이 지난 번 조사보다 성인은 4.6%, 학생은 12.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분 | ’94 | ’95 | ’96 | ’99 | ’02 | ’04 | ’06 | ’07 | ’08 | ’09 | ’10 | ’11 | ’13 |
성인 | 86.8 | 79.0 | 77.2 | 77.8 | 72.0 | 76.3 | 75.9 | 76.7 | 72.2 | 71.7 | 65.4 | 65.8 | 71.4 |
학생 | 97.6 | 97.1 | 96.7 | 93.9 | 89.6 | 89.0 | 89.6 | 90.6 | 89.1 | 93.7 | 92.3 | 83.8 | 96.0 |
이때 조사된 독서율은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을 읽었다면 독서를 한 것으로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2013년의 성인 독서율 71.4%는 조사대상 2,000명 중에서 1,430여명이 한 권의 책이라도 읽었다는 계산이다. 학생들은 96%로 조사 대상 3,000명 중에서 거의 모든 학생이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성인 ± 2.19%, 학생 ± 1.79%이며, 이때 학생과 성인을 합한 국민 전체 독서율은 73%로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대단히 높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통계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성인의 경우 18세 이상인 사람을 직접 가정방문하여 조사한 것이며,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직접 기입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때 도서는 정기 간행물, 교과서, 학습참고서, 만화와 수험관련 서적은 제외하였다.
그러나 한국출판연구소가 조사한 유럽연합의 독서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 이를 수치로 직접 비교해보면 스웨덴 90%, 네델란드 86%, 덴마크 82%, 영국 80%, 독일 79%, 핀란드 75%, 아일랜드 74%, 유럽연합 평균 67%로 아직은 우리가 미약한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조사 대상인 성인 2,000명 전체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2011년에 비해 0.7권 감소한 반면, 학생은 32.3권으로 2011년 대비 8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성인의 독서시간은 23.5분, 학생은 독서시간은 44.6분으로 조사되었다.
성인의 경우 책을 읽은 사람의 수는 늘어난 반면 한 사람이 읽은 책의 수량은 지난 번 조사에 비해 9.9권에서 9.2권으로 0.7권이 줄어들었으며, 학생들은 24.3권에서 32.3권으로 8권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독서율이 증가한 이유로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정하여 홍보하였으며, 지자체와 독서관련 단체에서도 각종 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에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2.9%에서 30.3%로 대폭 향상되었는데, 그 요인으로는 주 5일제 근무와 수업의 여파로 여가 선용을 독서의 기회로 삼은 사람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추측되며, 문화와 인문학 확산에 따른 사회적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독서인구의 도서관 활용률을 보면 아직은 폭넓은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짐작하게 한다. 우리나라가 32%의 도서관이용률을 보인 반면 스웨덴 74%, 핀란드 66%, 덴마크 63%, 슬로베니아 48%, 영국 47% 등이며, 유럽연합 평균이 31%로 우리와는 많은 격차를 보인다. 말하자면 우리는 집에 있는 책 몇 권을 그냥 읽어보는 수준에 머무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며, 무슨 일이 있어 자료를 찾거나 특별한 경우에 도서관을 찾았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 모두가 각자 필요로 하는 책을 사서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보는 책을 비치하는 도서관을 활용하는 것이 독서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도시의 인구가 밀집된 곳에 공공도서관을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은 인구에다가 유동성마저 적은 소규모 마을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성인의 경우 연간 독서율은 대도시에서 72.5%, 중소도시 73.4%, 읍면단위 53.1%로 나타났으며, 연간 독서량은 대도시 10.4권, 중도소시 8.4권, 읍면단위 7.0권이었다. 또 도서관 이용률은 대도시 32.2%, 중소도시 29.9%, 읍면단위 22.3%였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읍면단위에서 연간 독서율 98.1%, 연간 독서량 35.9권, 도서관 이용률 62.3%였는데 대도시에서는 96.1%, 33.2권, 57.2%로 나타나서, 시골단위에서는 오히려 응집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농촌의 노령인구 증가에 비교해 생각하면 방과 후 학습이나 지역아동교육센터 등에서 단체를 상대로 하여 강조된 독서에 대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조사 대상 16개 시도의 현황을 보면, 성인의 경우 연간 독서율에서는 84.2%의 전북, 경남, 서울, 대구 순으로 나왔으며, 연간 독서량에서는 14.3권의 울산, 서울, 제주, 경남 순이었고, 평일 독서시간은 34.5분의 서울, 인천, 경남, 제주 순이었고,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41.0%의 서울, 경북, 제주, 인천 순이었고, 독서프로그램 참여율은 6.8%의 경기, 인천, 제주, 경북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직장에 도서관이 있는 경우는 일반인의 독서량 9.2권보다 월등히 많은 16권을 읽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인들은 강제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항상 책이 곁에 있는 분위기가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한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성인 39.5%와 학생 30.1%가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하며, 성인 17.1%와 학생 21.7%가 다른 일이나 공부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다고 응답하였다. 또 성인 16.1%는 다른 여가 활동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말도 하였으며, 학생들 14.9%가 컴퓨터 게임이나 휴대전화 게임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응답도 하였다. 물론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며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므로 한 마디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서는 다른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책이 우리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하면 읽기 싫다거나 싫증을 느낀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요즘 등장하고 있는 독서프로그램이 쉽게 다가서는 인문학이다. 독서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혹은 이런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교양강좌와 기초 인문학, 그리고 음악과 함께 하는 인문학, 각종 공연이나 전시와 함께 하는 인문학, 책 읽어주기 운동, 도서교환 장터, 저자와 대화하는 시간, 문화 답사, 북콘서트 등도 독서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소규모의 독서 동아리를 포함하여 독서캠프와 독서 이벤트 등 적극적인 프로그램도 동원되고 있다. 이런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책을 읽기 좋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안전띠매기를 생활화할 때에는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띠를 매었던 것이 바로 그런 사례가 된다.
나라가 부강해지고 생활이 부유해지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문맹률이 높은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한줄 알면서, 더 나아가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부강해질 수 없다는 것은 왜 믿지 못할까. 우리가 보았듯이 조선시대에는 책을 가까이 한 선비가 많았었다. 그러면 조선이 부강한 나라였던가. 실제로 조선은 500여년을 버텨낸 아주 부강한 나라였다. 겉으로 평가하기에는 유교의 폐단으로 실패한 나라처럼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해석일 뿐이다. 직지심경을 비롯하여 해시계와 물시계, 첨성대와 천체우주지도 등 과학적인 면과, 우수한 문화와 문물 그리고 선진 제도 등은 지금도 수준 높은 경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500년을 이어간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가까이 하여야 한다. 그것도 수험서나 특정 분야의 책보다는 인문학 그리고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나라가 살 길이며, 내가 살 길이다. 그렇다면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할까. 그 답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 다만, 최소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이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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