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가는 길
미륵산은 많은 사람들이 심신을 단련하는 곳이며, 사적지 미륵사지를 비롯하여 국보 미륵사지석탑과 기타 당간지주 및 석등하대석, 백제토기도요지라는 문화재를 가지고 있어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
미륵산은 주봉이 하나로 되어 있는 아주 단순한 산이지만 익산 시민에게 있어서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높이도 겨우 440미터에 달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오르는 산이다. 그러나 그 경사가 심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산이기도 하다.
미륵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과학고등학교 정문에서 오르는 길이며, 다음은 별장가든이 있는 곳이다. 또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정점으로 하여 비포장 주차장을 가진 약수터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만나기로 약속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익산 인구의 80% 이상이 미륵산을 기준으로 하여 서쪽인 시내 중심가에 몰려있어, 이들 코스를 거쳐 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이들 코스는 나름대로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과학고등학교 코스는 좀 긴 편이면서 계단을 올라야 하며, 미륵사지 뒤편의 약수터 코스는 경사가 아주 심한 바위를 타야하고, 별장가든 코스는 길이가 비교적 짧고 흙길을 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면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는가. 이 외에도 아주 많은 코스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방송 중계탑이 있는 곳으로 산의 9부 능선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장항교에서 올라가는 코스와 사자사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또 낭산으로 넘어가는 아리랑고개에서 시작하는 코스도 있고, 더 밑으로 내려오면 기도원을 거쳐 미륵산성의 입구에서부터 올라갈 수도 있다. 그리고 떡목음악회로 알려진 심곡사 코스도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아주 많은 소로 등산로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들 9개 중 6개의 길로 올라본 적이 있다.
미륵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선 주차하기가 쉬운 곳을 택하며, 올라가면 다시 그곳으로 내려와야 하는 문제 때문에 다른 코스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다른 코스가 이런 저런 점이 좋더라는 말을 들으면 언젠가는 나도 그 코스로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다. 하지만 다음에 산을 올라갈 때에도 역시 전에 했던 방식대로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약속을 왜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미륵산을 두고, 전에는 동쪽에서 오르던 사람이 이번에는 서쪽에서 오르는 아주 작은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하지 않으려 한다.
가다가 잘못 가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는 산, 오르다 못 오르면 다시 내려오면 그만인 산, 아무리 멀리 돌아가도 10분도 더 걸리지 않는 아주 작은 산, 그러나 그 산에 오르는 것에는 아주 작은 오차도 없이 미리 정해진 대로 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번에 올랐던 코스로 오늘도 오르고 아마 내일도 오를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코스로 변경해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정작 등산을 하려고 하면 똑 같은 코스를 찾고 있다. 이것은 바로 지금까지 익숙해왔던 것에 대한 안주이다.
이렇게 작은 일 하나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정신이 없으면, 창의정신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일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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