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우리가 잘 아는 토끼는 행동이 민첩하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며, 거북이는 호기심이 많고 행동이 느리다. 둘 다 상대에 대한 공격성은 약하여 싸움을 회피하며, 토끼는 앞니만 가지고 있고 거북이는 이빨이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북의 이빨은 턱의 외피가 쇠톱처럼 돋아난 것이다. 따라서 토끼는 나무를 갉아먹거나 풀을 잘게 씹어 먹지만 거북이는 먹이를 잘라서 그냥 삼켜버린다. 가장 큰 특징은 토끼는 육지에서도 건조한 곳을 좋아하며 거북이는 물속 혹은 물가에서 산다는 점이다.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토끼와 거북이가 우리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둘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점을 이용한 교훈적 설명일 것이다.
동화에서 토끼는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한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던 토끼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직 보이지도 않는 거북이를 생각하면서 한 잠을 자고 가도 되겠다는 자만에 빠진다. 그 사이 거북이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토끼자 자고 있는 곳을 지나쳐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게 된다.
또 판소리 수궁가에서는 거북이가 용왕의 병에 토끼의 간이 좋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토끼를 꼬드긴다. 용궁에 도착한 토끼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자신의 간을 내 놓아야 한다는 말에 질색을 한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신은 쓸모없는 간을 가끔은 떼어놓고 다니는데, 사실대로 말했더라면 마침 바위에 널어놓은 간을 가지고 왔을 것이라는 말로 탈출에 성공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는다. 쉬지 말고 열심을 다해 노력하라는 말이나, 상대방을 속이지 말고 진실로 대하라는 말도 듣는다. 또는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라는 말도 생각난다.
그러나 반대의 생각도 있다. 잠자고 있는 토끼의 옆을 지나는 거북이가 토끼를 깨우지 않은 것은 정말 당당한 경주를 한 것일까. 용왕이 토끼의 간을 내 놓으라고 했을 때 토끼가 필요한 때에 사용하려고 바위에 널어놓았다는 거짓말을 한 것은 잘한 일일까. 그러니까 모든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그런 토끼와 거북이가 화해를 하고 달리기 경주를 하였다. 토끼는 선조들의 자만심을 교훈삼아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원래 늦어빠진 거북이를 생각하니 상대가 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거북이가 자신의 귀를 꽉 잡고 같이 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렇게 하면 둘이 서로 사이좋게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토끼의 등에 올라 긴 귀를 부둥켜안고 힘 안들이고 가는 거북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달리기 경주는 토끼가 이길 것인데, 같이 결승선에 도달한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결승점에 거의 왔을 무렵 거북은 그간 힘들었을 토끼를 생각하여 이번에는 자신이 토끼를 등에 업고 가기로 하였다. 토끼도 거북의 본심을 알고 받아들였다.
거북은 열심히 뛰었지만 토끼가 볼 적에는 움직이지도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토끼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늘 내로 결승점에 도달할지 모르겠다는 걱정과, 그렇더라도 결국은 자신이 결승테이프를 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끼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 비디오테이프 판독을 요청하였다. 자신은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지만 열심히 달려온 거북이는 키가 작아서 결승테이프를 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난 것이다. 판독 결과 토끼는 자신도 모르는 순간 우승에 대한 환호를 질렀지만, 사실 그 밑에 있던 거북이의 발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다. 토끼는 올림픽경기에서 본 스피드스케이트의 판정 방법을 예로 들었고, 판정단은 거북이의 승리를 인정하였다.
이 이야기에서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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