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
명승권/ 왕의 서재/ 2015.04.20/ 208
명승권 : 가정의학과 의학박사. 서울의대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를 땄다. 가정의학회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60여 편의 논문을 썼고, 비타민제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메타분석으로 기존 상식을 깨는 의사이다. 저서로『 암과 음식』,『똑똑한 아이 만드는 수면습관』,『불량식품 안 돼요 안 돼』,『담배 탈출하기』 등이 있다.
저자가 텔레비전의 종편방송에 나와 가끔 열전을 벌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다른 의사들의 주장에 대하여 근거 있는 이야기냐고 묻는 것을 보곤 한다. 물론 한의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임상 실험을 마친 근거를 대라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의 말에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임상 실험을 거쳐 학술지에 논문을 써야만 이론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은 그렇게 해서 배운 지식만 지식이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을 들어보면 맞는 말이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실험하여 본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론도 처음에 정립되고 발표되기 전까지는 어딘지 어설퍼 보이고 아닌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하여 정립되고 학술지에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천연 비타민제가 아닌 인공 비타민제는 많이 먹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타민제는 효능이 없거나 있어도 효능을 나타내는 사람과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그 효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그 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타민제를 맹신하여 먹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시중에서 파는 보조식품은 약품이 아니므로 본인이 알아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며, 약품이 아니라는 말은 식약청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겉에 표기된 것으로 보면 생리활성기능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뉘어 표기됨으로 모든 시판 보조식품이 생리활성에 기능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인체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기준인데, 이때는 다 수의 임상 실험 결과 발표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아직은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된다는 말도 아니며 단지 나타난 현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다거나 효과가 없었다는 논문은 많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아직은 일관성 있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도 좋은 식품이라는 뜻은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생리활성가능 2등급은 어떤가. 단 한 편의 논문이라도 효과가 있었다고 하면 바로 2등급을 부여한다. 그러니 아직은 혹은 안 좋은 것이라는 논문이 훨씬 많다 하더라도 2등급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학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거짓 정보를 주어 논문을 작성하면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곧바로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리활성기능 3등급은 어떤가. 이 등급은 아직 인체에 적용하여도 좋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실험실이나 동물실험에서만 생리학적 효과가 있거나 추측할 수 있는 정도이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는 아직 그 연구조차 없을 때 부여한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보장을 할 수 없을 때에 매기는 등급이다. 우리가 즐겨 찾은 한우 고기로 말하면 등외 혹은 부산물에도 못 미치는 경우로 소 발톱이나 소털은 영양학적으로 우리 인체에 어떤 효능을 주는가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타민제의 복용은 그리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다. 혹시 한 번 흥행몰이를 하여 비타민제를 팔아 보자는 상업적 논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의 주장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천연 비타민 즉 음식물을 통하여 흡수하는 비타민을 고집하는 이유가 된다.
다른 학자의 말을 빌리면 제철에 나는 과일이나 채소를 고집하는 이유가 더 분명하다.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는 채소에서 얻어지는 비타민은 모두 제철에 나는 채소에서 얻어지는 비타민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과 같다. 다시 말하면 성분 분석학적으로는 전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먹어도 똑 같은 효과를 가질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효과가 다르다고 한다. 제철에 나는 채소에서 얻어지는 비타민은 인체에 들어와 제 구실을 하는 반면, 인공으로 재배된 채소에서 얻어진 비타민은 체내에서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한다. 그러니 제철에 나는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금으로 천일염을 사용하면 염분과 각종 미네랄 등을 함께 흡수하여 짠 역할 외에도 좋은 역할을 하지만, 인공으로 만든 염분은 소금이 아니라 짠 맛을 내는 화학성분이기 때문에 인체에서 오직 짠 역할만 하여 비교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음료수에서 설탕보다 더 나쁜 인공 감미료를 넣었다고 먹지 말라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물의 천연 비타민도 그런데 하물며 인공으로 석유화합물에서 만들어낸 인공 비타민제는 어떨 것인가 상상할 수 있다.
우리 인체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비타민 하나가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메가3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오메가3가 오메가6와 구성 비율이 맞아야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오메가3를 과다하게 흡수하였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바로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에 안 좋은 상태를 만들어 주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채소에서 비타민C와 다른 성분을 함께 섭취해야 하는데 오로지 인공으로 만든 비타민C 하나만 있다고 하여 우리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매스컴에서 선전하는 행위들은 비타민C를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타민제와 각종 조보식품에 대해 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정제나 시럽 혹은 분말 대신 꼭꼭 씹는 수고를 들여 음식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한다. 거기에는 홍삼을 비롯하여 글루코사민, 유산균, 칼슘 보충제와 오메가3도 예외는 아니다.
의사들이 배우는 먹는 것이 바로 약이다는 말 혹은 모든 병은 먹는 것으로 고칠 수 있다는 말 즉 식약동원(食藥同原)은 변하지 않는 진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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