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구희연, 이은주/ 거름/ 2009.06.23/ 229쪽
저자는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를 하며 화장품을 바르고 애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고 쓰는 화장품이 쓰면 쓸수록 내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심정에서 글을 썼다. 그러기 위해 본인이 직접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업체와 그들의 생존경쟁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고를 따라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여러분은 임산부가 사용하면 안 되는 화장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것도 우리가 흔히 아주 흔히 접하는 식물 첨가물이 그렇다면 믿어지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계피가 들어간 화장품은 임신 중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라벤더, 로즈마리, 마조람, 멜리사, 바질, 장미, 재스민, 카모마일, 페퍼민트, 히솝 등도 그렇다. 그러기에 식물성 화장품 혹은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하여 항상 안전하고 더 믿을만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화장품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장품은 우리 피부를 보호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그러나 피부는 자연 상태로 노출되었을 때에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건강한 것이다. 그 이유는 모든 피부는 자생능력이 있고 망가진 피부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재생 능력이 있어 원 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에 이런 저런 화장품을 많이 바르면 피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며, 오히려 피부 호흡을 못하게 되면서 역효과를 낳게 된다. 거기에 몸에 좋지 않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면 그야말로 독소를 바르는 것이며 인체에 독소로 된 피부막을 덮고 다니는 격이 되고 만다. 따라서 화장품은 되도록 바르지 않는 것이 좋고, 여러 이유로 발라야 된다면 가볍게 용도에 맞게 바르는 것이 좋은 것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여자들이 화려하고 혹은 남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의상을 입는 것을 말하기도 하며, 얼굴에 치장을 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름답다는 기준은 그 자신을 보는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이지만 정작 본인은 본인이 생각할 때 아름답다고 여기면 그것이 곧 아름다운 것인 줄 알고 행동하게 된다. 여기서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는 단어를 고칠 필요가 있다. 왜 여자들의 변신이 무죄가 된단 말인가. 그것은 여자들이 자신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 낸 말이다. 아니면 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돈을 벌겠다는 상술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여자들이 무죄가 되기 위하여 돈을 들여가면서 옷을 사고 악세사리를 장만하는 것은 모두가 잘못 된 판단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특히나 얼굴에 바르는 화장에 관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흔히 듣는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 하는 말과 같은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이 어디로 누구를 위하여 떠난 다는 말인가. 그것은 여행을 부추겨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여행을 떠나서 편히 쉬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열심히 일한 사람은 어떤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행을 떠나 그 만족감을 채울 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여행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그 이유와 목적이 맞아야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자의 무죄는 유행이나 치장 혹은 허세가 아니라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그 빛을 발할 때에 효과를 내게 될 것임이며, 한낱 기업의 욕심으로 꾸며낸 광고 구호 한 마디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유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값이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업체의 수준으로 보면 그게 그것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스킨과 로션, 토너, 아스트린젠트, 프레셔너, 클래파잉, 클랜징, 세럼, 크림,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파우더 볼터치, 아이섀도,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립스틱, 핸드크림, 바디로션 등의 구분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용도에 따라 두세 가지로 구분할 수는 있어도 스킨과 로션, 쉐럼, 크림 등은 모두가 같은 성분이며 각각 농도만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같은 제품을 농도에 따라 구분하고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인 것은 마치 다른 제품인 것처럼 하여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밀가루로 말하면 중력분과 박력분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진밥과 된밥의 차이일 수도 있다.
코팩도 마찬가지다. 코에 진피가 많아 이것을 빼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진피를 제대로 빼주는 코팩은 없다. 중도에 끊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염증을 유발한다거나 모공을 막는 악순환이 될 뿐이다. 코팩을 한 며칠은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3일 경과하면 더 바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의 화장은 피부의 노화를 촉진시키며, 아직은 피부 재생능력이 탁월하여 화장품을 써도 전혀 부작용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훗날 늙어서 한꺼번에 효과가 밀려오면 그때는 이미 겉잡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만다. 애초에 화장품은 피부가 좋아지라고 바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피부에 덧입혀서 안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한 마디로 화장품이 기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 되어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보이는 현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믿고 따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화장품으로 인한 부작용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화장품 업체에서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는 말빨인 것이다.
예를 들어 자외선 차단제는 우리 몸에 닿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자외선을 막아 주려면 화학적인 성분을 넣어 우리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일정한 간격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발라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한 병에 들어 있는 자외선 차단제는 약 10회 사용으로 모두 없어질 정도로 두껍게 발라주어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한 번 산 제품은 한 여름이 지날 때까지 대략 못 써도 30일은 사용한다. 게다가 한 번 발라준 자외선 차단제는 대략 두세 시간에 한 번씩 덧발라 주어야 한다고 보면 한 병으로 3일을 사용하면 적당한 분량이 된다. 고쳐 말하면 자외선 차단제 장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으로부터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들이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화장품 업체에서 권장하는 분량만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내가 바른 자외선 차단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는 결론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화장품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광고공화국일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과대공화국이나 허위공화국은 아닐지, 아니면 망상공화국, 또는 성형공화국이나 금전공화국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남의 이목이 있으니 추잡스런 비리공화국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고 싶다. 그런가 하면 진실은 사실 뒤에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맞는 말임을 증명한 셈이다.
화장품제조업자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고, 냉면제조업자가 냉면을 먹지 않는 나라,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자기가 파는 음식을 먹지 않고 별도로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는 나라, 의사가 감기약을 먹지 않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어디까지 일까. 왜 많은 사람들은 부작용이 더 많은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눈앞의 작은 효과만 찾는 것일까. 그것은 오늘의 내가 어딘지 부족하여 낫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언가를 숨기고 싶은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술에 넘어간 여자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러한 상술에 넘어간 여자들을 좋다고 해석하는 남자들은 그런 여자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의 여자들이여, 여자의 변신은 무죄가 아니라 유죄라는 것은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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