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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꿈꾸는 세상살이 2015. 9. 1. 21:49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홍은택 역/ 동아일보사/ 2002.04.17/ 415쪽

빌 브라이슨 : 미국 아이오아주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20년간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와 뉴햄프셔주 하노버에서 생활하였으며, 영국과 미국의 많은 언론에 기고하였다. 주요 저서로『나를 부르는 숲』,『여기도 저기도 없다』,『잃어버린 대륙』,『작은 섬에서 보낸 쪽지』,『메이드인 아메리카, 모국어』가 있다.

 

 

나는 이 책을 골랐을 때 내가 좋아하는 숲 혹은 나무에 관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내가 가진 산이 없고 농장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나무가 좋고 산이 좋으며 숲이 좋다. 그런데 미국 뉴욕타임스기 선정한 3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니 내가 읽기에 좋은 책일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런데 처음 도입부에서 너무 지루한 감을 느꼈다. 아마도 빨리 진도를 나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그랬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데 다 읽고 보니 처음 도입부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였다. 산행 그것도 험악한 길을 걷는 것은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가까운 동네 뒷산을 가더라도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낑낑대며 걷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높은 산 혹은 먼 여행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일 것이라 믿어도 좋을 듯하다. 등산은 그만큼 준비가 필요한 것이었다. 더욱이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길을 그것도 혼자서 걷는 다면 말이다.

저자가 간 길은 애팔래치아 트래킹 코스다. 이 길은 매우 험난하고 긴 여정으로 무려 500만 보나 걸어야 되는 약 3,360km로 14개 주를 통과한다. 그것도 산과 산의 정상을 이어주는 종주코스로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다 덮을 때까지 미국에 대한 동경심이 솟았다. 이처럼 긴 여정으로 떠날 도보길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가다가 흑곰을 만나거나 사자를 만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혹은 조언이 넘쳐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숲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코리안드림을 따라 한국을 찾는 외국 사람들처럼 우리도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떠나던 날이 있지 않았던가. 그때 아메리칸드림은 역시 좋은 것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오래 전에 함께 여행하였던 친구, 비록 매우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과 함께 트래킹을 갔다. 함께 가는 도중 벌어지는 일화를 중심으로 엮어 놓은 책인데, 둘 사이의 일은 물론이며 자연과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와 함께 사회적인 문제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저자가 지나간 산 혹은 마을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최근에 일어났던 일들을 동시에 소개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지에 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런 길을 지금 가고 있으니 어떻게 대비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연관 지어 설명하였다.

저자가 길을 떠날 때만 하여도 등산에 관하여 혹은 아주 먼 도보 트래킹에 대하여 상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설사 얼마간의 상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주 상식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충실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를 잘 하였다 하더라도 실제로 길을 나섰을 경우에는 또 다른 위험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짐이 너무 무거워 당장 걷기가 불편하니 배낭을 열고 짐을 버리는 것이나, 맑은 날씨를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한 탓에 비를 맞고 안개에 젖어 저체온증을 겪는 것들은 아주 흔한 일이다.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길을 방해하거나 정신을 혼란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긴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지만 때로는 기쁨과 후회 그리고 슬픔을 가져다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는 동안의 산은 대략 2,000m 이내로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악의 종주라는 데서 그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펼쳐지는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면 대략 1,400km의 길이가 된다. 물론 국토의 차이만큼이나 트레일 거리도 차이가 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대단한 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진 코스라고 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트레일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 구간을 완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종주 코스에서 자신의 체력을 점검하고 단련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정신적으로 긴장하며 대비하는 자세는 빼놓을 수 없는 효과라 할 것이다. 이렇듯 사회 기반시설은 어떠한 특정인에 대한 특혜라기보다 다중의 일반인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의미한다.

저자는 전 구간에 걸친 종주를 완수하지 못했다. 봄에 시작한 트래킹이 40% 밖에 지나지 못했는데 벌써 겨울이 찾아온 때문이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 전 구간 중 겨우 1,392km를 걷는 동안 생각하지 못한 시련과 고난이 있었으며, 중간에 개인적인 문제로 잠시 중단하기도 하였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값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완주라는 대명제는 달성하지 못하였더라도 도전에 대한 용기를 찾았으며, 체력적으로 향상되었고, 자연의 섭리와 웅장함에 반하여 인간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참는 인내심을 배웠다. 무엇보다 크림소다 한 잔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되었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토크 쇼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도 감사하며, 대면대면 하던 친구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든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워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첫 마음과 같은 진정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옛말에 사람은 고생을 해본 만큼 성숙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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