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이미애/ 서해문집/ 2007.05.25/ 199쪽
이미애 :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한국의 미와 사람과 사람들을 썼다. 202년에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으로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지금은 독립프로덕션 허브넷의 대표로 있다.
이 책은 두 번째 읽었다. 예전에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이번에는 독서 모임에서 토론 주제로 정해져 다시 읽었다. 물론 내가 추천한 책인데,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며느리가 될 사람에게 미리 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했었다. 그때는 부인이 남편과 상의하면서 조금은 아니 많이 어려워도 같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했다. 물론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은 한지 이제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아직 그 답을 듣지 못했다. 그냥 건성으로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하고 생각이 달라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상태이다. 하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으니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자기 집으로 가서 있어 나하고 만날 일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다.
오늘 아침에 일찍 아니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이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다. 내용도 어렵지 않고 책도 두껍지 않으며 중간에 그림도 있어 쉽게 넘길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주인공인 윈이쩐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우둔하고 멍청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말처럼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나는 사람이 드디어 사막을 숲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윈이쩐이 증명해보였다.
윈위쩐은 처음부터 사막에 살고 있던 사람이 아니다. 부친이 장난삼아 한 약속 때문에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막의 총각에게 시집을 간 사람이다. 거기서 울고불고 난리를 쳐봐도 해결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참에 거기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사막을 없애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삽 한 자루를 가지고 숲으로 가꿀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중국 정부나 네이멍구자치구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숲이 가꾸어진 다음에는 그런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답지되었다. 그렇다고 윈이쩐과 바이완샹 부부에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변한 것이라고는 좀 더 편리해진 도구나 방법을 통하여 사막을 더 빨리 숲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윈위쩐 바이완샹 부부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굴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몸에 끈으로 묶어서 기둥에 매어놓고 일을 했다. 돈이 생기면 옷을 사고 식량을 사기보다는 묘목을 사서 심기에 바빴다. 바람이 아무리 세다 해도 모래가 아무리 많이 넘어와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누가 이기나 보자고 겨루는 사람이 바로 윈이쩐이다. 우리가 화투로 점괘를 보더라도 첫 번째에 바로 좋은 점괘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윈이쩐은 열 번 이고 스무 번이고 좋은 점괘가 나올 때까지 계속하였고, 드디어 좋은 괘가 나오면 역시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억지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둘째 아이를 유산하였을 때에도 하루라도 더 많이 나무를 심을 수 있어서 좋다는 식으로 위안을 삼던 사람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86세의 장모님이 생각난다. 장모님은 마을 야학에 두 번 나간 것이 전부인 무학이라서 겨우 글자를 뗀 정도이시다. 그러나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는 것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것은 신에 대한 경외감이나 어떤 믿음의 환경이 아니라 일 구덩이에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 두 끼를 먹어가면서 일을 하다가 공식적으로 일에서 놓일 수 있는 날이 바로 친정 나들이나 교회에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는 것이 장모님의 현실이다. 내가 환갑을 넘어서 비로소 그런 애로사항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말하자면 윈위쩐도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결코 억울해하거나 탄식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선의 방법으로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다. 나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비록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남보다 못하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가 하는 것이 와 닿는 것이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현실에서 도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해결하거나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인생은 각자의 삶이 다르다. 그러나 누구를 막론하고 현실에서 주어진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하고 좋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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