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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꿈꾸는 세상살이 2015. 12. 3. 18:51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이케하라 마모루/ 중앙M&B/ 1999.03.04/ 251쪽

 

이케하라 마모루 : 1935년 도쿄 태생으로 와세다대학 정치학부를 졸업하고 한 동안 야구 담당 전문기자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 후 중의원의 보좌관을 정치에 입문하여 직접 선거에 뛰어들기도 하였으나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1972년부터 한국에 와서 약 26년 동안 경제와 환경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였고, 앞으로도 환경 문제에 대하여 많은 개선점을 주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인이 한국에 살면서 보고 느낀 점을 적은 책이다. 책의 제목을 보면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하여 좋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 이 책을 읽어보면 한국 그리고 한국인이 잘못 하고 있는 것 혹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화가 나고 감히 일본인 주제에 한국을 어떻게 보고 한국인을 무얼 안다고 나부리고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며, 저자는 일본인 혹은 일본인임을 떠나서 단순한 한 사람의 객관적 저자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임을 인정한다면 그저 그럴 뿐이다. 그러니 결론은 이 책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 역시 이런 점에 대하여 누누이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아들이 벌써 15년 전쯤에 읽었던 책이다. 그러나 그렇게 책꽂이에 앉아있던 이 책을 나는 이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잘 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런 유형의 책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행동들 혹은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 일깨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 책을 읽기 1일 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역시 이런 우리가 바꿔야 할 것 그리고 고쳐야 할 것이 많이 있음을 절감한다.

 

그런데 왜 저자는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썼을까. 그것은 이 내용이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은 아마도 한국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면 남이야 어떻게 하건말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시시콜콜 따져가면서 지적하는 것은 나름대로 한국에 대한 연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조국인 일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여 한국의 이익을 위하여 일본을 배신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는 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과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는 아주 소중한 충고가 되며 몸을 추스르는 보약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목차에 의하면 경제는 1만 달러, 의식은 1백 달러, 온상 속에서만 자라는 ‘떡잎’, “내 앞에 가는 꼴은 절대 못 봐”, 입으로만 찾는 의리, 새벽을 열지 못하는 장닭, 망나니로 키우는 가정교육, 박세리와 박찬호, 길이 막혀서, 한 번 쥐면 절대 안 놓지, 마이크, ‘이상한 나라’ 한국, 한국 골퍼는 출입금지, 선천성 질서의식 결핍증?, 재수 없어 걸린 사람들, 총알택시의 악몽, 아파트의 새벽 방송, 총체적 무질서 아, 대한민국, 교통 법규부터 지키시오, 아멘, ‘폭탄주’의 나라, 전과자가 떵떵거리는 나라?, 선천성 과대망상 증후군, IMF-마침내 올 것이 왔다, 누가 철야하라고 했나?, 바가지와 ‘웰컴 투 코리아’, 다이옥신 소동, 공해에도 순서가 있다, 님비와 남비, 한국 기자는 모두 애국자(?), 부실공사 추방 원년, 차라리 독도를 폭파해 버리자, ‘혼네’와 ‘다테마에’ 사이, 머리가 너무 좋아 탈이야, 대한민국 훈장, 30년 뒤에 수입해도 늦지 않다,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 한국과 일본은 100년 차이?, 국민의 정부에 바라는 4가지, 그래도 한국의 미래가 밝은 이유 등으로 엮여져 있다.

우리는 이런 소제목들만 보아도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듣는다. 이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잘 알면서도 아직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일본인이 겨우 26년간 살아보고 우리를 이렇게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국인가 보다. 우리 마음속까지 혹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겨우 26년 살아보고 평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아왔지만 잘 알지 못하고 혹 안다 하더라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남의 시각에 비취니 너무 서글프다. 흔한 말로 쪽팔린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비록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치면 다음에는 소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소를 잃기 전에 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소를 잃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것일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것은 맞는데,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인지 아니면 이왕에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은 고칠 필요가 없다는 말인지 말이다.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아직 소를 안 잃었다면 소 잃기 전에 빨리 고쳐야 할 것이고, 이미 소를 잃어버렸다면 다음에라도 소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지금이라고 빨리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당장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일본인이 지적을 해서든 아니면 한국인인 내가 지적을 해서든 상관하지 말고 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선진국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상태에 있으니 일본인이 볼 때에 식민지 시대의 속국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을 쳐봐도 당사자인 일본 그 중에서도 극우파인 아베는 한국을 속국의 노예로 보는 것이다.

 

정말 우리가 일본의 속국일까? 아니면 일본의 노예일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잘 가는 길인지 아니면 낭떠러지에 떨어질 길인지 도대체 알고나 가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 저자에 대하여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어 나의 수고를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이런 책을 냈다면 정말로 나는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인이 썼기에 그것도 한국의 유수 기업 혹은 각 기관이나 단체와 연관된 사람이 썼기에 아무런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고 넘어갔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우리는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그러나 한 겹만 벗겨보면 우리의 자존심은 한없이 작고 알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자존심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인정해주어야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 혼자 잘 나서 떠드는 것은 아무런 짝에도 쓸모가 없는 쓰레기 생각일 뿐이다. 다만 자기 혼자서 그것이 마치 자신을 대변하는 자존심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은 일반인들이 살아가기에 힘든 나라다. 법을 잘 지키고 남을 위하는 사람은 못 버티는 나라다.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가정보다 나를 우선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남에게 떠밀리고 천대받는 그런 나라다.

15년 전에 쓴 책을 이제 읽어도 그 말이 모두 맞는 말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창피한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그전보다 지금은 더 책의 내용이 진실이 된 느낌마저 든다. 조금도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화된 상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마저 조작과 부정이 판치는 세상이니 과연 이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고쳐야 할 우리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