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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간의 기적

꿈꾸는 세상살이 2015. 12. 9. 13:10

 

 

7분간의 기적

 

오세웅/ 쌤앤파커스/ 2014.06.20/ 257쪽

 

오세웅 : 일본 유통경제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직장생활 경험이‘개인과 회사의 성장이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후 42세에 작가로 등단하여 주로 지금을 바라보고 현재의 태도를 바꾸는 일을 중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저서로『오래된 생각을 설득하라』,『고교생 레스토랑』,『아사히야마 동물원이야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가능성이다』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에『읽을수록 놀라운 태아기억이야기』,『기적의 학교』,『서비스의 원점』등 다수가 있다.

 

초고속 열차에 일본의 신칸센이 있고 프랑스의 떼제베가 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의 떼제베를 모델로 하여 초고속 열차인 KTX를 운행하고 있다. 일본의 신칸센은 초기 도입비용과 운영 시스템 등을 모두 엮어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비하여 떼제베는 초기 도입 비용이 적고 운영은 도입한 나라에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프랑스의 모델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열도의 나라로 많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동서로 길게 늘어선 국토가 철도망으로 촘촘히 얽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신칸센이 운영되면서 먼 거리라도 빨리 갈 수 있는 교통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신칸센은 하루 운행 횟수가 많고 이용객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숫자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그 운임이 비싸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국철을 민영화하면서 대부분의 운영권을 따낸 제이알(JR)철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신칸센의 열차를 청소하는 회사 즉 텟세이가 고객의 감동을 받으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텟세이의 청소에 대하여 감사하고 그 운영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줄지어 방문하고 있다. 일본의 경영계는 물론이며 외국의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방송국에서도 취재가 아닌 견학을 하고 배우기 위하여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를 하는 회사에 어떤 노하우가 있어 세계인의 주목이 되었을까. 그 요인은 단 한 가지 성실과 봉사의 정신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직업에 감사하여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스스로 차원 높은 감성을 만들어냈고, 드디어 고객의 눈에 비치면서 고객이 청소원에 대한 감사로 보답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3D업종 중에서도 가장 꺼리는 청소업의 종업원들이 일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 한층 고객에 대한 보답의 방법을 찾는 선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물론 기존의 텟세이는 그리고 그 청소원들은 패배의식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 수단으로 청소원의 길을 택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사 원서를 내고 심한 경쟁자들과 어울려 면접을 보면서 근무하는 곳이 되었다. 불과 4~5년 사이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 리더가 밝힌 촛불에 의해 시작되었다. 평범한 직원은 변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리더가 변화를 원하면 좀 더 쉽게 그리고 빨리 변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실례가 된 것이다.

청소라는 것이 원래 더럽고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것이 보통이며, 복장 또한 검은색계열의 투박하고 숨어드는 자세로 운영되고 있었다. 게다가 휴식시간도 그렇고 휴식공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냥 마지못해 일하는 직장에서 자긍심을 찾고 일에 대한 보람을 갖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원은 몸으로 하는 작업인 관계로 몸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그것도 편하게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천사의 마음을 담아, 작업복 역시 가장 간편하면서도 심플하지만 화려하면서 멋있는 제복을 선택하였다. 물론 정신 교육을 포함하여 더불어 사는 방식을 가르쳤고, 남에게 베푸는 직업이 가장 고귀한 직업이라는 사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열차가 들어오고 승객이 하차한 후, 다음 승객이 타고 출발하기 전까지 주어지는 고작 7분 동안에 열차를 완벽하게 청소해야 하는 고강도 작업이 그들의 몫이었다. 오물을 치우고 흐트러진 물체를 바로 잡으며 시트를 갈아 끼우고 먼지를 닦는다. 게다가 화장실 청소까지 해내야 한다. 그리고 혹시 잘못 된 것이 있을지 모르니 그보다 더 빨리 끝낸 후 점검을 받고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 시간적 여유를 두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5분 내로 마쳐야 하며 점검과 확인을 거친다. 이것이 바로 텟세이의 업무다.

 

전에 일본에서 MK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MK택시와 같은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 많은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열악한 환경인 청소에 대해서도 일본의 텟세이에 대하여 열광을 하고 우리도 그런 청소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웠는데 아직도 더 배워야 하는가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회사에서도 그런 책을 강제로 읽히면서 이끌고 있지만 실생활에 접목시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보다. 개인이야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니 좋으나 싫으나 읽어야 하고 승진 면접을 보면서 답해야 하니 그냥 읽고 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가는 경영을 주도하는 회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도대체 앞서가는 경영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그저 영업이익이 많으면 되고 순이익이 많으면 되는 것인가. 그런 과정에서 비쳐지는 것들은 모두가 손가락질 받아도 된단 말인가. 나는 앞서가는 경영을 하는 회사 특히 그런 경영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다. 친구가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다가 무사고 13년에 모범운전수로 선발되어 개인택시를 받았다. 그 친구는 개인택시가 나오면 그 택시를 타고 전국일주를 시켜주겠다고 하였다. 그때 나는 어서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막상 개인택시가 나왔을 때에는 그 택시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택시 운전수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에게 전국일주를 바라는 대신 한 마디 부탁한 말이 기억난다. 일본의 MK택시처럼 작은 불씨가 되어 전국에서 가장 친절하고 확실하며 멋있는 운전수가 되라는 말이었다. 그러기 위하여 필요한 자료는 모두 제공할 터이니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그 후 안타깝지만 그 친구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택시 기사가 되지는 못했다. 또 지금처럼 한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무엇이 그를 전국 최고의 운전수로 만들지 못했을까. 그것은 변하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본다. 사람은 자기가 하던 일을 좀 더 오랫동안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어떤 자극제가 있어 탈출할 수 있는 것과,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상황이 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경우가 바로 그런 예이다.

만약 나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혹시 누가 도와주면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변하기에 너무 벅차지만 누군가가 힘을 합치고 기회를 제공한다면 좀 더 쉽고 빨리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삶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로 하루 전에 읽었던 책『긍정의 힘』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 스스로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노력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 저절로 변해져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언제부터인지 모르는 사이에 나도 이미 그런 환경에 젖어 있는 것이다. 내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예를 들면 유선전화기로 통화를 하다가 삐삐가 등장하였을 때 돈이 없다거나 그런 요상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여 삐삐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삐삐 시대는 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선 전화기인 핸드폰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변화가 오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 그 속도가 느릴 뿐이다. 이때 내가 변화를 주도하거나 남이 같이 변하기를 원한다면 그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동기부여라 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기폭제라 부르기도 한다.

한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의 변화에 대하여 기폭제가 된다. 변하기 싫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리더가 주도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는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면 리더가 주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는 하다. 거기에는 적당한 스킬과 노하우가 따르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말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본의 극우파 지도자들 아래에 이처럼 삶을 보람되게 하는 작은 단위의 리더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런 리더들이 꺼져가는 나라 일본을 아직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