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나랏말쌈 과 얼굴

꿈꾸는 세상살이 2016. 1. 28. 18:27

 

 

나랏말쌈 과 얼굴

 

전영현/ 더클/ 2015.07.04/ 190쪽

 

전영현 : 전남 나주 태생으로 익산에서 살다가 결혼 후 전주로 이사하였다. 20여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 사직하였다. 마라톤, 그림, 야생화 기르기, 사진 찍기, 요리, 독서 등 새로운 일로 즐거움을 찾았다. 무엇인가 끝낸다는 것은 겁낼만한 일이지만 그것은 바로 다른 일을 시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을 깨달아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책의 제목과 같이 한글 자모를 이용하여 얼굴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소재로 등장하는 글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에 속한다.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본인이 직접 그렸다. 어떻게 보면 그림이라기보다 한글 자모의 낙서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그렇게 그린 것이 바로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많은 글자를 얼굴 형상으로 그려낸 것이다. 출발, 꿈, 마음, 혼 불, 바람, 발견, 길, 노력, 그림, 흡수, 다르다, 생각, 얼굴, 선생님 등을 얼굴 모형으로 그렸다. 우리가 언뜻 보면 잘 알아볼 수 없는 글자라도 본인은 심사숙고하여 다듬은 글자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그려도 얼굴 형상이 항상 일정한 것이니, 다른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분량도 그림을 포함하여 190쪽으로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텍스트 역시 한 면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냥 글자에 대한 설명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글자로 얼굴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새로운 도전이며 출발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아마 이런 내용일 것이다. 비록 아름답다거나 잘 쓰인 글자는 아니더라도 그냥 이런 것도 시도할 수 있구나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주제가 될 것이다.

 

나는 전영현작가가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경제적으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재물을 모았는지, 아니면 원래 물려받은 재산이 많이 있었는지 알 수 없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왜냐면 나 또한 많지 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그 후로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드는 동병상련이었다. 게다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적어서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현 시대를 살아가기에 조금은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삶의 새로운 도전에 감사하는 뉘앙스를 받았을 때에는 오히려 내가 패배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아무튼 젊은 작가가 삶의 기본을 걱정하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며,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곧 우리 문화 예술계를 더 빨리 발전시키는 인프라가 될 수 있어 아주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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